대표님이 우리도 GEO하자는데 뭐부터 할까요?

손승완

by. 손승완

26. 08. 03


요즘 대중문화에서 '진정성'이라는 말이 자주 등장해요.


리센느를 향한 대중의 응원이 그렇고, 데뷔 10주년을 맞아 다시 모인 I.O.I를 바라보는 팬들의 반응도 그렇습니다. 물론 이들의 화제성을 진정성 하나로만 설명할 수는 없어요.


리센느에게는 좋은 음악과 언더독 서사가 있었고, I.O.I에는 팬덤과 향수가 있었죠. 그럼에도 사람들의 반응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비슷합니다. "진심이 느껴진다."


사진 : 유튜브 (RESCENE)


여기서 질문이 하나 생겨요.


진정성은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누군가의 마음속에 있는 가치죠. 그런데 사람들은 도대체 무엇을 보고 진정성을 판단하는 걸까요? 그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사람이 아닌 AI도 진정성 있는 콘텐츠를 알아볼 수 있을까요?


이 질문은 요즘 마케팅에서 GEO라고 부르는 영역과 맞닿아 있습니다. GEO는 ChatGPT나 Gemini 같은 AI가 답변을 만들 때 우리 브랜드가 검색되고, 이해되고, 인용되도록 만드는 작업이에요. 진정성이라는 가장 인간적인 주제가 사실은 GEO의 한복판에 있습니다.


결론부터 이야기해볼게요.


사람에게 진정성은 마음을 움직이는 이야기입니다. AI에게 진정성은 반박하기 어려운 증거예요. 그리고 이 글에서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이겁니다.


AI에게 거짓이 진실보다 강한 것은 아니다. 완결된 거짓이 파편화된 진실보다 처리하기 쉬울 뿐이다.


좋은 브랜드가 AI 검색에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도 바로 이것 때문이에요. 지금부터 그 간극을 어떻게 메울 수 있는지 이야기해볼게요!



사람은 판단하기 전에 먼저 느낀다


사람은 진정성을 평가표처럼 계산하지 않아요. 어떤 장면을 보고 마음이 먼저 움직이고, 그 감정의 이유는 나중에 찾죠. 


브랜드 진정성 연구는 소비자의 판단을 연속성·신뢰성·도덕적 일관성·상징성, 그리고 품질 헌신·성실성·전통성 같은 차원으로 측정해왔습니다. 이를 이 글의 관점에서 실무적으로 다시 정리하면 다섯 가지예요.


1. 시간의 일관성
돈이 되기 전부터 그 일을 해왔는가.


2. 말과 행동의 일치
고객이 중요하다고 말한 기업이 문제가 생겼을 때도 고객을 우선했는가.


3. 감수한 비용
좋은 말은 누구나 합니다. 하지만 그 말을 지키기 위해 시간과 돈, 평판을 실제로 지불했는가.


4. 불리한 사실의 공개
이미지 관리가 목적이었다면 굳이 공개하지 않았을 실패와 약점을 인정했는가.


5. 독립적인 증언
본인의 "나는 진심이다"보다 오래된 동료와 고객의 "원래 저런 사람이다"가 훨씬 강합니다.


사람은 이런 단서들을 하나씩 계산하지 않고, 하나의 장면 안에서 동시에 받아들이죠.


리센느의 데뷔 전 기록과 가족 이야기, I.O.I 멤버들이 다시 무대에 서는 표정. 그 한 장면 안에 시간과 관계가 압축돼 있고, 사람은 그 장면을 보며 보이지 않는 마음을 상상합니다.


Maxsize (1080p+) Thumbnail
사진 : 유튜브 (Mnet K-POP)


그래서 진정성은 참여와 구매 의도, 때로는 브랜드의 실수를 용서하려는 태도로까지 이어질 수 있어요.


반대로 진정성이 없다고 느끼는 순간의 반응은 훨씬 거칩니다. 속았다고 느끼기 때문이죠. 진정성은 신뢰를 유지하기 위한 최소 조건이에요.



AI는 마음이 없다. 대신 눈이 두 개다


AI는 감동하지 않습니다. 리센느의 이야기에 뭉클해하지도 않고, I.O.I의 무대를 보며 지난 시간을 떠올리지도 않아요. 그런데도 AI는 어떤 브랜드를 두고 "오랫동안 일관된 가치를 유지해온 신뢰받는 브랜드"라고 설명해요.


무엇을 보고 그러는 걸까요?


여기서 많은 마케터들이 헷갈립니다. AI가 브랜드를 읽는 방식은 하나가 아니라 둘이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이 둘을 구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① 첫 번째 눈 : 학습된 패턴

언어모델은 방대한 텍스트를 학습하면서 '진정성 있다고 평가받는 글의 형식'도 함께 익혔어요. 구체적인 시점, 실패의 공개, 비용을 감수한 결정, 제3자의 증언. 이런 문법을 갖춘 문장을 만나면 모델은 그것을 신뢰의 언어로 처리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② 두 번째 눈 답변 시점의 검색

검색 기능이 있는 AI는 학습된 기억에만 의존하지 않아요. 현재 검색되는 웹 문서를 불러와 답변의 근거로 활용하고, 여러 자료를 종합해 답변과 인용을 구성하죠.


ChatGPT 검색 소개 | OpenAI
사진 : OpenAI


ChatGPT의 웹 검색, Gemini의 Search Grounding, 퍼플렉시티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다만 모든 질문에서 검색이 항상 작동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은 기억해둘 필요가 있어요. 공식 사이트와 뉴스, 리뷰와 커뮤니티가 같은 방향을 가리킬수록 그 평가가 답변에 반영될 가능성은 높아집니다.


이 구분이 중요한 이유는 하나입니다. 첫 번째 눈은 잘 만든 이야기에 흔들립니다. 두 번째 눈은 증거를 찾지만, 항상 제대로 판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첫 번째 눈을 흔드는 법, 그리고 그게 함정인 이유


두 문장을 한번 비교해볼게요.




당연히 B가 더 진정성 있게 읽혀요. 사람에게도 그렇고, AI에게도 그래요. 궁금하다면 지금 사용하고 있는 AI에게 두 문장을 보여주고 "어느 기업이 더 신뢰할 만한가, 근거는 무엇인가"라고 물어보세요. AI가 근거로 드는 항목들이 앞에서 살펴본 '진정성의 문법'일 가능성이 큽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중요한 문제가 있어요. B의 내용이 사실인지는 아무도 확인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출고를 중단했는지, 정말 제품을 다시 만들었는지 외부에서 확인할 수 있는 증거가 없다면, 이 문장은 문법만 완벽하게 갖춘 창작일 수도 있습니다.


즉, 첫 번째 눈만 놓고 보면 AI는 진정성과 진정성의 연출을 구분하지 못합니다. 그렇다면 이런 생각도 들 수 있어요.


👥 : "진정성 있어 보이는 콘텐츠를 대량으로 만들면 AI를 속일 수 있겠네?"


일부 조건에서는 단기적으로 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습니다. 실제 AI 연구에서도 여러 언어모델이 검색으로 가져온 올바른 문맥보다, 그럴듯하게 생성된 잘못된 문맥을 더 선호하는 편향이 확인된 바 있습니다.


현실의 검색 결과에는 서로 충돌하는 정보도 많고, 모델이 이를 항상 정확하게 가려내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죠.


그런데 바로 이 지점이 함정입니다.


두 번째 눈이 완벽하지 않다는 건, AI의 판단이 브랜드에 유리하게 틀릴 수도 있지만 불리하게 틀릴 수도 있다는 뜻이기도 해요.


출고 중단이 사실이라면 당시 공지와 뉴스 기사, 소비자 반응 같은 흔적이 검색될 가능성이 높겠죠. 그런데 그런 자료가 검색되지 않는다면 그 이야기는 AI가 확인하고 인용하기 어려운 주장으로 남게 됩니다.


더 나쁜 경우도 있어요. 실제 후기와 브랜드의 주장이 서로 충돌하는 경우입니다.




브랜드는 "우리는 이렇게 했다"고 말하는데 고객 경험은 전혀 다른 방향을 가리킨다면, 사람에게는 위선으로 남고 AI에게는 서로 충돌하는 데이터로 남습니다.


그리고 검증 기술은 계속 발전하고 있어요. 오늘은 지나간 모순도, 시간이 지나면 더 쉽게 찾아낼 수 있게 될 거예요. 반대로 웹에 남은 반대 증거는 쉽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결국 AI를 흔들기 위해 만든 가짜 진정성은, 시간이 지나 브랜드 스스로 만든 반대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완결된 거짓, 파편화된 진실


이제 다시 글의 첫머리에서 이야기했던 문장으로 돌아가볼게요.


AI에게 거짓이 진실보다 강한 것은 아니다. 완결된 거짓이 파편화된 진실보다 처리하기 쉬울 뿐이다.


실무에서 정말 위험한 상황은 나쁜 브랜드가 AI를 속이는 경우가 아닙니다. 오히려 좋은 브랜드가 AI에게 제대로 읽히지 않는 경우예요.


실제로 좋은 제품을 만들고 좋은 행동을 하는 기업이라도 그 증거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품 개선 내용은 공지사항에 있고, 고객 보상 기록은 몇 년 전 뉴스 기사에 있고, 창업 철학은 오래된 블로그 인터뷰에만 남아 있고, 고객 후기는 여러 플랫폼에 따로 흩어져 있죠.




사람은 이런 정보의 일부만 봐도 맥락을 상상하면서 빈 부분을 채웁니다. AI도 흩어진 정보를 연결하려고 시도합니다. 하지만 그 연결이 항상 정확하다고 기대해서는 안 돼요.


결국 사실의 총량에서는 압도적으로 앞서는 브랜드가 데이터 구조에서는 오히려 밀려, 잘 정리된 브랜드 스토리 하나를 가진 경쟁사보다 더 흐릿하게 인식되는 상황이 생길 수 있습니다.



마케터의 일 : 진정성의 코퍼스


그렇다면 마케터는 무엇을 만들어야 할까요? 출발은 당연히 좋은 제품과 좋은 행동입니다. 실제 행동이 없다면 사람을 위한 스토리는 연출이 되고, AI를 위한 증거는 애초에 만들 수도 없어요.


하지만 좋은 제품을 만들었다고 그 가치가 저절로 전달되지는 않습니다. 사람에게는 느껴져야 하고, AI에게는 검색되고 검증돼야 합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바로 진정성의 코퍼스입니다.


코퍼스(Corpus)는 원래 일정한 목적과 기준에 따라 수집한 텍스트 자료의 집합을 뜻해요.




이 글에서는 브랜드의 주장과, 그 주장을 검증할 수 있는 근거들이 웹상에서 서로 연결된 자료 집합이라는 의미로 사용합니다.


원칙만 이야기하면 실무에서는 막막할 수 있으니, 중심 문서 하나를 예로 들어볼게요. '품질'을 주장하는 브랜드라면 이런 페이지가 코퍼스의 중심이 될 수 있습니다.


  • 주장 : 우리는 문제가 확인되면 판매보다 수정을 우선한다.
  • 시점 : 2025년 3월, 1차 생산분 전량 출고 중단.
  • 비용 : 3개월의 매출 공백, 금형 재제작.
  • 결과 : 재출시 이후 불량률 변화, 달라진 고객 후기.
  • 근거 링크 : 당시 공지 원문, 이를 다룬 보도 기사, 소비자 리뷰 페이지.


이처럼 주장 → 시점 → 비용 → 결과로 이어지고, 각 항목이 독립적인 외부 출처와 연결되는 구조가 중요합니다. 이게 바로 GEO 관점에서 검색과 정보 추출, 출처 간 교차 검증을 가능하게 하는 기반이 됩니다.


여기서 한 가지 주의할 점도 있어요.


같은 보도자료가 열 개 매체에 실렸다고 해서 증거가 열 개가 되는 건 아닙니다. 그건 문서 열 개가 아니라 증거 하나예요. 코퍼스의 힘은 독립적인 출처들이 얼마나 같은 사실을 가리키는지에서 나옵니다.


정리하면 점검해야 할 건 세 가지입니다.


첫째, 이야기와 증거를 한 세트로 설계하세요.
둘째, 흩어진 진실을 중심 문서로 연결하세요.
셋째, 문법만 흉내 내지 마세요.



출발은 같고, 증명 방식이 다르다


소셜미디어와 영상에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장면을 담고, 웹사이트에는 그 장면의 사실관계를 남겨야 합니다. 언제, 무엇을 했는지, 얼마의 비용을 감수했는지, 어떤 결과가 나왔는지를 기록으로 남겨두세요.


공지사항과 기사, 오래된 인터뷰에 흩어진 기록을 앞에서 소개한 구조의 페이지로 모으고, 내부 링크로 이어주세요. AI가 알아서 정확하게 연결해줄 거라고 기대하면 안 됩니다.


실패담을 넣고 창업자의 눈물을 이야기한다고 진정성이 생기는 건 아닙니다. 첫 번째 눈은 잠시 흔들 수 있을지 몰라도, 고객 경험과 외부 기록까지 통제할 수는 없어요. 오늘 두 번째 눈이 놓친 모순도, 내일의 두 번째 눈은 찾아낼 수 있습니다.


사람과 AI에게 신뢰받는 방법이 완전히 다른 건 아닙니다. 좋은 제품을 만들고, 약속을 지키고, 잘못이 있으면 책임지고, 시간이 지나도 같은 원칙을 유지하는 것. 출발은 같습니다. 다른 건 그다음이에요.


사람에게는 그 가치가 이야기로 느껴져야 하고, AI에게는 그 가치가 기록으로 검증돼야 합니다. 이야기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입니다. 증거는 AI의 판단을 움직여요. 그리고 이 두 가지를 모두 가질 수 있는 건, 실제로 그렇게 행동해온 기업과 브랜드일 겁니다.


※ 이 글의 원고는 에이넥트의 손승완 대표님이 제공해 주셨으며, 편집은 큐레터가 진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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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은근 얄밉네요. 기껏 돈 써서 디자인 영상 다 만들어놨더니..

■ 대표님이 자꾸 GEO 얘기 꺼내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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