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보고 중티난다고 하는데.. 칭찬인가요?

이은영

by. 이은영

26. 08. 10


얼마 전 SNS를 보다가 중국 메이크업을 따라 하는 영상을 봤어요. 눈 앞머리에는 붉은색 음영을 짙게 넣고, 긴 속눈썹과 반짝이는 장식을 더하는 영상이었습니다.


과거엔 "너무 과하다"는 말 부터 나왔을 법한 화장이었지만 댓글의 분위기는 달랐습니다. "한 번쯤 받아보고 싶다"는 반응이 이어졌죠.


최근엔 중국 과자를 직접 주문해 먹어보는 영상, 중국 현지에서 '왕홍 메이크업'을 체험하는 여행 영상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과거 중국산 제품을 소개하는 콘텐츠가 저렴한 가격이나 기묘한 상품을 체험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최근에는 예쁘거나, 경험해 보고 싶어서 소비하는 콘텐츠가 늘고 있습니다.



이 변화는 '중티'라는 단어에서 드러납니다. 원래 중티는 중국 특유의 다소 조악해 보이는 마감을 비꼬는 표현이었어요. 세련됨의 반대말로 사용됐죠.


그러나 최근에는 그 의미가 달라졌습니다. 화려하고 비현실적인 분위기를 표현하는 단어가 되고 있어요.


물론 몇 개의 인기 영상만으로 중국 문화가 한국 소비시장을 장악하고 있다는 말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이 흐름을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이유가 있어요. 지금의 중국풍 소비는 콘텐츠를 발견하는 소비자의 방식이 얼마나 빠르게 변하고 있는지를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촌스럽다'던 중티는 어떻게 매력이 되었을까


오늘날 소비자는 콘텐츠를 천천히 탐색하지 않아요. 쇼츠와 릴스, 틱톡과 같은 숏폼 플랫폼에서 많게는 수백 개의 영상을 빠르게 넘겨보기 때문에 첫 장면에서 관심을 끌지 못한 콘텐츠는 몇 초도 버티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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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한국콘텐츠진흥원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5년 콘텐츠이용행태조사」에서 국내 숏폼 콘텐츠 이용률은 전체 응답자의 58.6%에 달한다고 이야기했어요.


이러한 환경에선 과장된 이미지가 유리한 상황이 돼요. 진한 색조, 극적인 전후 변화는 단번에 시선을 붙잡습니다. 중국풍 메이크업이나 판타지 사극이 바로 이 조건에 잘 맞죠.



중국 드라마의 대표 장르인 무협물 등을 떠올려보면 이해가 쉽습니다. 


한국 드라마가 일상적인 관계와 정서적 공감을 섬세하게 다루는 데 강점을 보인다면 중국 판타지 콘텐츠는 현실에서 보기 어려운 규모와 장식성, 감정의 진폭을 전면에 내세우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전에는 그 과장됨이 촌스러움으로 해석됐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과장은 시선을 잡는 장치가 되고, 비현실성은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한 경험이 돼요.


콘텐츠의 약점으로 지적되던 요소가 강점으로 전환된 거죠.




월간 활성 이용자가 3억 명 정도되는 중국 플랫폼 샤오홍슈 역시 이 변화를 보여주고 있어요. 샤오홍수는 일상 모든게경험의 콘텐츠로 만들어지고, 이용자는 검색과 추천을 통해 새로운 스타일을 발견합니다.


샤오홍슈를 '중국의 인스타그램'이라고 부르기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인스타그램이 관계와 이미지 전시에 상대적으로 강하다면 샤오홍슈는 사용 후기와 검색, 구매 전 탐색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무엇을 살지 결정하기 전 실제 사용자의 콘텐츠를 찾아보는 일종의 생활형 검색엔진 역할을 하고 있죠.


국내 소비자가 샤오홍슈를 직접 이용하지 않더라도 그곳에서 만들어진 이미지 문법은 국경을 넘어 확산됩니다. 샤오홍슈의 메이크업 영상이 틱톡과 릴스, 유튜브 쇼츠로 재편집되고 한국 크리에이터가 이를 다시 체험합니다.



중국에서 시작된 스타일이 한국 소비자의 감각에 맞게 조정된 후 다시 콘텐츠로 유통되는 겁니다. 따라서 '중티'의 의미 변화는 소비자가 이미 강한 이미지와 빠른 변화를 즐기는 환경에 적응했고, 과거에는 부담스럽다고 여겼던 미학을 하나의 놀이로 받아들이기 시작한 거죠.


사람들은 반드시 현실적인 것을 보기 위해 콘텐츠를 소비하지 않습니다. 때로는 현실에서 경험할 수 없는 감정을 얻기 위해 콘텐츠를 보기도 해요. 지나치게 화려한 사진 속에서만 완성될 것 같은 스타일이 오히려 매력적인 이유입니다.


완벽한 개연성보다 강한 장면이 기억됩니다. 숏폼의 세계에서는 과장이 언어가 됩니다.



문화는 콘텐츠로 들어오고 소비로 완성된다


중국 메이크업 영상이 유행하는 것과 중국 상품이 팔리는 것은 별개의 현상처럼 보일 수 있어요. 그러나 마케팅 관점에서 두 현상은 하나의 고객 여정 안에 있습니다. 소비자는 콘텐츠를 통해 낯선 스타일을 발견하고, 반복적으로 노출되며 호기심을 느낀 뒤, 검색하고 체험하고 구매합니다.


그 경로는 대체로 '콘텐츠 노출 – 호감 형성 – 정보 탐색 – 간접 체험 – 첫 구매'의 순서로 움직입니다. 예전에는 광고가 이 과정의 출발점이었지만 이제는 크리에이터의 영상이나 드라마의 한 장면, 사용자의 리뷰가 출발점이 돼요. 한국을 생각해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죠.



K팝과 한국 드라마는 출연자의 메이크업, 의상, 드라마에 등장한 음식과 장소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거든요. 콘텐츠에 대한 호감이 한국 화장품과 식품, 패션, 관광에 대한 신뢰 비용을 낮춘 겁니다.


넷플릭스가 2025년 공개한 K콘텐츠 관련 조사를 보면, 한국 콘텐츠를 소비한 넷플릭스 회원의 61%는 한국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개선되었다고 응답했습니다. 콘텐츠를 본 뒤 한국 음식이나 뷰티, 패션, 관광에 관심을 보이는 효과도 함께 나타났어요. 콘텐츠가 국가에 대한 인식을 바꿨어요.


지금 중국풍 소비에서 나타나는 흐름도 같은 공식으로 이해할 수 있어요. 중국 드라마를 보며 배우의 메이크업이 궁금해지고, 왕홍 메이크업 영상을 본 소비자가 관련 제품과 체험 장소를 검색합니다.


중국 현지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판매하는 과자와 음료가 숏폼에 등장하면 국내 소비자는 온라인몰에서 제품명을 찾아보죠. 여행자는 현지 메이크업숍이나 카페, 편집매장을 경험하려 합니다.



중국 과자와 음료도 비슷합니다. 소비자는 처음부터 제품의 성분과 품질을 비교해 구매하지 않습니다. 누군가 먹는 모습을 보고 맛과 식감의 낯섦을 간접 체험해요. 저렴한 가격과 낮은 구매 부담은 호기심을 실제 주문으로 전환시킵니다. 만족하지 않더라도 구매 자체가 하나의 콘텐츠 경험이 되는 거죠. '나도 한번 해봤다'는 참여 가치가 생기는 겁니다.



국적보다 취향이 먼저 움직이는 시대


중국풍 소비를 둘러싼 반응은 쉽게 두 갈래로 나뉩니다. 한쪽에선 중국 문화의 영향력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고 우려하고, 다른 한쪽에선 새로운 아시아 문화의 다양성을 긍정적으로 바라봅니다. 그러나 소비자의 실제 행동은 이처럼 선명하게 나뉘지 않습니다.


지금의 젊은 소비자는 한국 아이돌을 좋아하면서 일본 애니메이션을 보고, 태국 드라마를 시청하면서 중국 메이크업을 따라 할 수 있어요. 특정 국가의 문화를 일관되게 지지하거나 거부하기보다, 자신의 취향에 맞는 요소를 조각처럼 골라 소비합니다.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플랫폼이 있어요.


K팝 귀멸의 칼날'이 넷플릭스 2025년 하반기 시청률 2위를 기록했다 - Animation Magazine
사진 : 넷플릭스 2025 하반기 시청 보고서


넷플릭스의 2025년 하반기 시청 보고서에서는 비영어권 작품이 전체 시청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했습니다. 비영어권 작품의 소비가 플랫폼의 일상적 시청 행태로 자리 잡았다고 볼 수 있어요.


이 수치가 의미하는 바는 영어권에서 제작된 콘텐츠만이 기본값이던 시대가 약해지고 있다는 겁니다. 한국어와 일본어로 만들어진 콘텐츠도 자막과 더빙, 추천 알고리즘을 통해 세계 소비자의 첫 화면에 오를 수 있게 됐습니다.


그리고 알고리즘은 콘텐츠의 국적보다 반응 가능성을 먼저 계산합니다. 이용자가 메이크업 전후 비교 영상을 반복해 봤다면 동일한 문법을 가진 콘텐츠를 계속 노출합니다. 처음에는 우연히 본 한 편의 영상이 반복 노출을 거치며 친숙한 취향으로 바뀔 수 있어요.



여기서 중요한 것은 '친숙함'이에요. 소비자는 반복적으로 접한 대상에는 점차 거부감을 낮추게 돼요. 처음에는 지나치게 화려해 보였던 중국풍 메이크업도 여러 차례 접하면 하나의 선택 가능한 스타일이 되는 거죠. 


물론 국적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식품 안전과 개인정보에 대한 신뢰는 여전히 구매에 영향을 줍니다. 중국산이라는 원산지 정보가 소비자의 선택을 제한하는 경우도 분명히 있습니다. 콘텐츠를 재미있게 보는 것과 해당 국가의 제품을 신뢰하는 것은 동일하지 않습니다.


바로 이 간극이 중요합니다.


콘텐츠는 국경을 쉽게 넘지만 신뢰는 그렇지 않습니다. 영상 한 편은 몇 초 만에 확산되지만 제품의 안전성과 품질에 대한 신뢰는 오랜 기간 축적해야 합니다.


중국 콘텐츠의 관심이 실제 시장의 지속적인 성장으로 이어질지는 고객 경험에 달려 있습니다. 따라서 지금의 현상은 중국 브랜드의 완전한 성공이라기보다 첫 번째 장벽이 낮아진 상태로 보는 편이 타당해요.



마케터의 시선


중국풍 소비가 확산되는 모습을 보며 국내 브랜드가 가져야 할 태도는 이렇습니다. 먼저 소비자의 관심이 어디에서 시작되고 어떤 경로로 이동하는지를 냉정하게 살펴봐야 합니다.


첫째, 브랜드의 경쟁 상대를 다시 정의해야 합니다.


과거 뷰티 브랜드의 경쟁자는 다른 뷰티 브랜드였습니다. 식품 브랜드는 같은 진열대에 놓인 제품과 경쟁했고요. 그러나 지금은 고객의 시간과 관심을 차지하는 모든 콘텐츠와 경쟁해야 합니다. 화장품 브랜드의 경쟁자가 드라마 한 편일 수 있고, 관광상품의 경쟁자가 메이크업 체험 영상일 수 있습니다.


소비자는 제한된 시간 안에서 무엇을 볼지 선택합니다. 브랜드가 제품의 기능만 설명하는 동안, 다른 콘텐츠는 강한 장면과 이야기로 소비자의 시간을 가져간다면 제품이 아무리 좋아도 발견되지 않게 될 수 있어요.


그래서 브랜드는 "사람들이 왜 이 장면을 멈춰 봐야 하는가"를 물어야 합니다. 알고리즘 안에서 발견될 만한 따라 하고 싶은 사용법을 설계해야 합니다.


둘째, 콘텐츠와 구매 사이의 다리를 설계해야 합니다.


중국 메이크업 영상이 인기를 얻더라도 해당 제품이 국내에서 찾기 어렵다면 관심은 구매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반대로 검색 가능한 제품명과 판매 링크가 자연스럽게 연결되면 작은 호기심도 매출이 될 수 있죠.


국내 브랜드도 마찬가지예요. 콘텐츠를 본 사람이 다음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가 분명해야 합니다. 제품명을 검색할 수 있는지, 첫 구매의 부담을 낮춘 체험 구성이 있는지 점검해야 합니다.


마케팅의 핵심은 이동률입니다. 콘텐츠 시청자가 프로필로 → 프로필 방문자가 검색과 상세페이지로 → 상세페이지 방문자가 구매로 얼마나 이동하는지를 측정해야 합니다. 


지금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변하고 있는 소비자입니다.


소비자는 자신의 피드 안에서 재미있는 것을 발견하고, 마음에 들면 저장하며 궁금하면 검색합니다. 그리고 충분히 신뢰할 수 있을 때 구매합니다.


결국 브랜드에 남는 질문은 하나입니다.


"우리 브랜드의 콘텐츠는 소비자의 취향 속에서 발견될 만큼 흥미로운가"


* 이 글의 원고는 아샤그룹 이은영 대표님이 제공해 주셨으며, 큐레터가 편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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