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에게 선택받기 위해 제가 뭔 일이든 못하겠어요?

이은영

by. 이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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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10. 19


요즘 쇼핑을 하기 전에 습관적으로 챗GPT 혹은 제미나이를 열어 음성으로 질문을 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특히 반려동물 관련 사료, 간식을 구입할 때 성분 비교를 꼼꼼히 하는 편인데요. AI로 검색하면 상세페이지를 일일이 비교할 필요가 없어 훨씬 편합니다.

 

사진: 챗GPT 직접 캡쳐


아무래도 제가 키우는 고양이가 신부전 말기이다 보니, 인 함량이나 단백질 함량에 있어 상당히 신경을 쓰면서 제품을 살펴보거든요. 참고로 신부전 말기 고양이들은 식욕도 낮고 음식에 쉽게 질려 해서 다양한 음식을 돌아가면서 줘야 하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좌우간, 이렇게 검색하다 보면 AI는 제가 찾던 제품 외에도 다른 제품을 추천하고 장단점을 알려줘요. 덕분에 더 다양한 제품을 비교해 볼 수 있어요.

 

제품을 하나씩 찾아다닐 필요가 없으니 시간도 절약되고 선택도 한결 쉬워졌어요.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약 사람들이 직접 상품을 검색하지 않고 AI가 추천한 제품만 비교한다면, 브랜드는 앞으로 누구를 설득해야 할까요?

 

제품을 사용하는 사람일까요? 아니면 사람을 대신해 수많은 제품을 비교하고 몇 개의 후보만 골라주는 AI일까요?

 


쇼핑의 출발점이 검색창에서 AI로

 

최근 유통과 커머스 업계에서는 에이전틱 커머스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하고 있습니다.


에이전틱 커머스란 AI가 소비자의 취향과 예산, 구매 이력 등을 바탕으로 제품을 탐색하고 비교하며가 주문과 결제까지 대신 수행하는 쇼핑 방식을 의미하는데요.

 

지금까지 소비자가 직접 검색창에 키워드를 입력하고 여러 쇼핑몰을 돌아다녔다면 앞으로는 AI에게 원하는 조건만 말하면 되는 거죠.

 

"이번 주말 캠핑에 쓸 텐트가 필요해. 네 명이 사용할 수 있고 설치가 쉬우면서 30만 원을 넘지 않았으면 좋겠어. 금요일 전에는 배송되어야 해.

 

AI는 이 요청을 이해한 뒤 가격과 배송 일정부터 후기와 재고 여부, 반품 조건까지 비교해 후보를 좁혀줍니다. 소비자가 허용하면 장바구니에 제품을 담고 결제까지 마칠 수도 있어요.


실제 이러한 변화는 이미 시작되고 있습니다. 세일즈포스가 전 세계 커머스 종사자와 소비자, 15억 명 이상의 쇼핑 행동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쇼핑 여정의 첫 단계로 에이전틱 검색을 이용하는 비율은 전년보다 200% 증가했다고 합니다.


AI를 활용한 채팅을 통해 쇼핑몰로 유입된 트래픽 역시 조사 기간의 모든 분기에서 전년 대비 150~428% 증가했는데요. 전체 쇼핑 트래픽이 한 자릿수 또는 낮은 두 자릿수 성장에 머문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빠른 변화라고 볼 수 있어요.

 

ChatGPT Shopping: Richer, more visually immersive shopping experiences | Product Hunt
사진: 챗GPT


실제 데이터를 조금 더 살펴보면, 2025년 8월부터 2026년 5월 사이 브랜드가 직접 운영하는 채널을 통해 제품을 발견하는 비율은 7% 감소했고 전통적인 검색을 통한 발견은 15% 나 줄었습니다. 반면 AI 비서와 소셜미디어 AI, 배달 앱처럼 새로운 채널을 통해 상품을 찾는 비율은 38% 증가했고요.

 

과거에는 브랜드 홈페이지로 얼마나 많은 고객을 데려오는지가 중요했습니다.


검색 결과 상단을 차지하고 광고를 클릭하게 만든 뒤 상세페이지에서 구매를 설득하는 것이 온라인 마케팅의 일반적인 흐름이었죠. 그러다 보니 검색 광고, 퍼포먼스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어떻게 하면 최상단 노출을 하게 만들 것인가, 혹은 어떻게 하면 광고 소재를 정교하게 만들어 클릭하게 만들 것인가가 전략의 최우선 사안이었습니다.

 

그러나 소비자가 AI 안에서 제품을 발견하고 비교한다면 브랜드 홈페이지는 구매 여정의 출발점이 아닐 수 있어요. 고객이 브랜드의 광고를 보기도 전에 AI가 이미 후보를 세 개로 압축해버릴 수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앞으로의 경쟁은 검색 결과의 첫 페이지에 등장하는 것에서 AI가 제시하는 최종 후보군 안에 포함되는 것으로 바뀔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저만해도 몇 가지 알고 있는 정보를 기반으로 제품에 대해 AI에게 묻고, 그 외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또 다른 대안들을 찾아내는 데에 환호하고, 더 자주 쓰게 되는 것을 봤을 때 쇼핑과 정보 서칭에 대한 경험이 조금씩 바뀔 것이라는 건 분명해 보입니다.

 


AI가 장바구니까지 들기 시작하다

 

글로벌 유통기업들은 이미 이 변화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월마트는 자체 쇼핑 도우미인 '스파키'를 월마트 앱에 적용하고 있습니다. 스파키는 고객의 질문에 맞춰 여러 제품을 비교하고, 사용자 리뷰와 상품 데이터를 요약하며, 쇼핑 목록과 상황별 구매 계획을 만들어줍니다.

 

AI 쇼핑 도우미 '스파키' (사진: 월마트)


그리고 구글도 여러 운영 서비스에서 발견하는 제품을 장바구니로 연결하는 방향으로 쇼핑 경험을 확장하고 있어요.  AI가 상품을 추천한 뒤 결제까지 한 번에 이어지도록요.


이를 위해 구글은 AI와 유통기업이 상품 정보와 주문 상태를 주고받을 수 있는 공통 규격인 UCP를 공개했고요. 월마트를 비롯해 쇼피파이, 엣시, 웨이페어, 타겟 등 여러 기업이 함께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되면 쇼핑 업체뿐 아니라 PG사와 결제 업체들도 함께 움직일 수밖에 없는데요. 실제로 마스터카드는 AI 에이전트가 판매자와 커머스 플랫폼을 거쳐 결제 회사까지 연결될 수 있도록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AI는 판매자가 제공한 상품 정보를 바탕으로 실시간 가격과 재고를 확인해요. 여기에 배송비와 세금까지 계산해 장바구니를 구성하고 안전하게 결제할 수 있도록 하는 구조예요.

 

기존에는 소비자가 쇼핑몰을 선택한 다음 그 안에서 제품을 찾았다면, 에이전틱 커머스에서는 AI가 먼저 소비자의 의도를 이해하고 여러 쇼핑몰의 제품을 동시에 비교하죠. 그리고 그 과정에서 적합한 판매자와 결제수단을 뒤에서 연결합니다.


쇼핑몰이 고객을 기다리는 구조에서 AI가 고객에게 맞는 쇼핑몰과 제품을 찾아주는 구조로 무게중심이 이동하는 겁니다.

 


클릭이 사라지는 제로 클릭 쇼핑

 

우리는 그동안 온라인 마케팅에서 '클릭'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광고의 노출 수와 클릭 수, 구매 건수 등을 추적하며 성과를 판단했죠.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광고 소재와 타깃 설정을 조정하며 구매 전환율을 높이는 전략을 세워 왔습니다.

 

하지만 AI가 탐색과 비교를 대신하면 고객의 여정 흐름의 상당 부분이 눈에 보이지 않게 되죠. 소비자는 여러 광고를 보고 쇼핑몰을 돌아다니는 대신 AI가 정리한 몇 개의 후보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됩니다. 검색도, 광고 클릭도, 상세페이지 방문도 없이 구매가 이루어지는 '제로 클릭 쇼핑'이 늘어날 수 있습니다.

 



국내 유통업계에서도 비슷한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2026년 한국 마케팅학회와 한국지능정보시스템학회가 개최한 포럼에서 유통시장의 경쟁이 기존의 검색과 트래픽 중심에서 AI가 활용할 수 있는 상품 데이터와 실제 거래를 완성하는 역량 중심으로 이동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AI 플랫폼은 소비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이해할 수 있어요. 하지만 실제 가격과 재고를 확인하고 배송부터 결제와 반품까지 혼자 처리하기는 어렵습니다. 반대로 유통기업은 상품과 물류 인프라를 가지고 있지만 다양한 AI 서비스 안에서 고객의 선택을 받아야 하죠.

 

결국 AI 플랫폼과 유통기업, 결제 기업이 서로 연결되면서 새로운 커머스 생태계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브랜드와 소비자가 직접 만나는 지점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겁니다.


고객이 브랜드 홈페이지를 방문하지 않고 AI의 설명만으로 구매한다면, 브랜드가 공들여 만든 콘텐츠와 상세페이지, 프로모션 메시지를 보여줄 기회도 줄어듭니다.


AI가 고객과 브랜드 사이의 새로운 문지기가 되는 셈입니다.

 


그렇다고 모든 결정을 AI에게 맡길까?

 

물론 소비자들이 당장 모든 구매 결정을 AI에 맡기는 것은 아닙니다.


미국 소매협회가 공개한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의 41%는 AI를 제품 조사에 활용했고, 33%는 리뷰를 찾는 데, 31%는 할인 정보를 찾는 데 이용했다고 합니다. 제품을 찾고 정보를 정리하는 과정에서는 이미 AI가 상당히 유용한 도구로 사용되고 있는 거죠. 그러나 AI가 최종 구매 결정까지 내리는 것에 대해서는 아직 경계심이 큽니다.

 

소비자들은 AI가 제품을 찾아주고 선택지를 줄여주는 것은 좋아하지만 마지막 결정권까지 완전히 넘겨주고 싶어 하지는 않는 상황이죠. 정확성에 대한 불신도 있을 거예요.

 



최근 구매 과정에서 AI를 이용한 소비자 중 54%는 AI가 제공한 정보를 모두 다시 확인해야 했다고 답했어요. 62%는 오히려 시간을 낭비하게 만들었다고 응답했고요.


AI가 편리하더라도 잘못된 가격을 알려주거나 품절된 제품을 추천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사용자의 조건에 맞지 않는 상품까지 제시한다면 신뢰는 금방 무너질 수 있어요.


특히 건강, 금융, 고가의 전자제품처럼 잘못된 선택의 비용이 큰 분야에서는 소비자가 결정을 쉽게 위임하기 어려울 겁니다. 물론 이러한 정확성 부분은 AI가 점점 고도화되면서 해결될 문제이긴 하죠. 

 

에이전틱 커머스의 성장은 소비자가 자신의 선택을 얼마나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지에 달려 있어요.

 


AI는 정말 공정하게 추천할까?

 

또 하나의 문제는 AI가 어떤 기준으로 상품을 추천하는지 소비자가 정확히 알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현재의 일반적인 온라인 플랫폼의 검색 결과에서도 광고비를 낸 상품이 상단에 노출됩니다. 쇼핑 플랫폼 역시 여러 요소를 조합해 상품의 노출 순서를 결정하고 있어요.

 

마찬가지로 AI 추천도 완전히 중립적이기는 어려울 겁니다.


향후 AI 플랫폼이 추천 상품에 광고비를 받기 시작한다면 소비자는 AI가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제품을 추천한 것인지, 광고비를 많이 낸 브랜드를 추천한 것인지 구분하기 어려워질 수 있어요.

 

AI는 대화형으로 답을 제시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배너광고보다 추천에 대한 신뢰가 높게 느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검색 결과에서는 여러 개의 광고를 한눈에 볼 수 있지만 AI가 한두 개의 브랜드만 자연스럽게 추천하면 광고와 정보의 경계가 더 흐려질 수 있죠.

 



잘 알려진 브랜드와 대형 유통기업에 추천이 집중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AI는 정보가 풍부하고 거래 데이터가 많으며 리뷰와 재고, 배송 정보가 안정적으로 제공되는 상품을 추천하기 쉽습니다. 반면 품질이 좋아도 온라인 데이터가 부족한 작은 브랜드는 AI의 후보군에 들어가기 어려울 수 있어요.


기존에는 작은 브랜드도 독특한 콘텐츠나 바이럴 마케팅을 통해 소비자에게 발견될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AI가 수많은 상품을 미리 걸러내는 구조에서는 데이터가 부족하다는 이유만으로 고객을 만나기 전에 탈락할 수도 있습니다.

 

에이전틱 커머스가 편리함을 높이는 동시에 특정 플랫폼과 대형 브랜드로 소비가 집중되는 결과를 만들 가능성도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제로 클릭 쇼핑이 소비자의 선택 과정까지 없애는 '제로 초이스'가 되어서는 안 되는 이유입니다.

 


마케터의 시선

 

에이전틱 커머스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면 마케터가 설득해야 할 고객은 두 명이 됩니다. 하나는 제품을 실제로 사용하는 사람이고, 다른 하나는 그 사람을 대신해 수많은 상품을 비교하는 AI입니다.

 

사람에게 선택받기 위해서는 여전히 브랜드의 철학과 이미지가 중요합니다. 그러나 AI에게 선택받기 위해서는 정확하고 구조화된 상품 정보, 일관된 가격과 재고, 충분한 후기, 안정적인 배송과 반품 데이터가 중요해집니다.

 

상품명에는 인생템, 역대급이라는 표현이 가득하지만 정작 크기나 성분, 호환 여부, 배송일이 정확하지 않다면 AI는 해당 제품을 자신 있게 추천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마케터의 업무 범위도 달라질 거예요.

 

첫째, 상품 데이터도 마케팅 자산으로 관리해야 해요.

AI가 상품 정보를 읽고 비교하는 만큼 정보의 정확성도 중요해졌어요. 플랫폼마다 제품 설명이 다르거나 오래된 가격과 품절 정보가 남아 있지 않도록 관리해야 합니다.


둘째, AI의 답변에 포함될 콘텐츠를 고민해야 해요.

이제는 AI가 우리 제품을 정확히 이해하도록 콘텐츠를 설계할 필요가 있어요. 브랜드가 강조하고 싶은 말보다 고객이 실제로 묻는 질문에 구체적으로 답하는 것이 중요하죠.


셋째, 퍼스트 파티 데이터와 CRM이 더 중요해져요.

AI 플랫폼의 중개가 늘수록 브랜드가 고객을 직접 이해할 기회는 줄어들 수 있어요. 자사몰 등 직접 접점을 확보하고, 구매 이후에도 CRM으로 관계를 이어가야 합니다.


넷째, 작은 브랜드일수록 자신만의 정보를 쌓아야 해요.

전문적인 제품 설명부터 실제 사용 후기, 제작 과정, 고객 질문에 대한 답변까지. 작은 브랜드도 꾸준히 쌓을 수 있는 정보는 많아요. 이런 정보가 특정 취향과 상황에서 AI의 추천을 받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죠.


마지막으로, 이 브랜드를 선택할 이유가 필요해요.

AI는 가격과 기능, 배송 조건을 빠르게 비교해요. 비슷한 제품 사이에서 “그래도 이 브랜드를 사고 싶다”고 느끼게 만드는 감정과 신뢰는 결국 브랜드가 직접 만들어야 합니다.

 

AI가 선택지를 줄여줄수록 브랜드는 더 선명해져야 합니다.

앞으로의 마케팅은 사람과 알고리즘 중 하나를 선택하는 일이 아닙니다. 알고리즘에게는 정확하게 선택될 수 있는 정보를 주고, 사람에게는 그 선택을 최종적으로 확신할 수 있는 이유를 주는 일이 될 겁니다.

 

AI가 대신 검색하고 비교하며 장바구니까지 드는 시대가 오더라도, 고객이 그 선택을 받아들이게 만드는 마지막 힘은 결국 브랜드에 대한 신뢰일 테니까요.


* 이 글의 원고는 아샤그룹 이은영 대표님이 제공해 주셨으며, 큐레터가 편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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