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몇 년 전, 제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 마케터가 있었습니다. 트렌드를 읽는 감각과 탄탄한 경력은 물론, 여러 권의 책을 쓰고 강연과 코칭을 이어가는 한편 레고 퍼실리테이터 자격증까지 취득한 사람. 새로운 가능성을 향해 끊임없이 도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런 그가 어느 날 회사를 떠나 전업주부의 길을 걷겠다고 했을 때는 솔직히 쉽게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기우였습니다. 그는 육아와 가사 속에서도 자신의 도전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일과 가정을 오가며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 가는 그의 부지런한 모습을 보며, 직장인으로 살아가는 저 자신을 돌아보곤 했습니다.

예전에 그와 마주 앉아 커피를 마시던 순간도 기억에 남습니다. 당시 그가 가장 깊이 몰두하고 있던 화두는 뜻밖에도 '다정함'이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더 다정한 사람이 될 수 있을까"라며 진지하게 고민하던 눈빛이 아직도 선합니다.
돌이켜보면, 가족에게 조금 더 다정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소박하면서도 깊은 바람이 오늘날 그의 다채로운 삶과 수많은 도전의 출발점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지금, 그는 마케터와 작가라는 경계를 넘어 더 많은 사람에게 영감을 전하는 크리에이터로 자리매김했습니다. 특히 자신만의 감각과 신뢰가 중요한 공동구매 시장에서도 탁월한 역량을 보여주는 모습을 보며, 그의 이야기를 다시 한번 깊이 있게 듣고 싶어졌습니다. 한 사람의 다정함을 향한 고민이 어떻게 삶의 다양한 도전으로 이어졌는지, 그리고 그 도전이 지금의 그를 어떻게 만들어 왔는지 궁금했습니다.
그렇게 이번 인터뷰가 시작되었습니다.
Q1. 독립 후 구직을 시도했다가 거듭 떨어졌을 때, 자존감이 흔들리지는 않으셨나요? 그때 마음을 어떻게 다스리셨나요?
양가감정이 들었어요. 안정적인 금융사와 스타트업을 다니다 나온 경험이 있다 보니 '어차피 직장이라는 건 들어가도 언젠가 다시 나와야 하는 곳'이라는 생각이 늘 바탕에 깔려 있었거든요. 내가 원하는 조건과 상황에 맞는 자리가 잘 열리지도 않았고, 비슷한 자리에 지원했다가 떨어지는 경험을 하면서 속상했던 것도 사실이에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내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특히 둘째가 태어나고 나서부터는 저에게 주어진 가장 중요한 미션이 아이들을 돌보는 것이라고 생각했거든요. 누군가는 그걸 아내의 일, 여자의 일이라고 여길 수도 있겠지만, 저는 아내의 생각과 상관없이 제 스스로 '아이를 돌보는 게 내 일이다'라고 느꼈던 것 같아요.

구직 과정에서 고배를 마실 때마다 속상하고 아쉬운 마음이 분명히 있었죠. 아내가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직하면서 작년 10월부터 혼자 전업으로 아이들을 보고 있었는데, 구직을 진행하다가 최종 면접에 가까워질수록 덜컥 겁이 나더라고요. "내가 회사에 가버리면 아이들은 누가 보지? 남들처럼 등하원 도우미를 써가며 남의 손에 키워야 하나?" 하고요.
이외에도 실제로 아이들을 키우는 것에서 큰 기쁨과 보람을 느끼고 있어요. 되돌아보니 한창 마케팅 공부에 빠져 있던 대학생 시절에도 누군가 꿈이 무어냐고 물으면 '좋은 아빠'라고 대답했다가 그건 누구나 하는 거 아니냐는 핀잔을 들었던 기억도 있네요. 그만큼 저에겐 좋은 아빠가 되는 것이 오래된 목표였던 것 같습니다. 실제로 부모가 되어보니 아이들을 곁에 두고 볼 수 있는 시간이 그리 길지 않다는 걸 체감하면서 더더욱 전업주부로의 전향이 자연스러웠던 것 같습니다.

Q2. 무인카페를 직접 운영하신 적이 있잖아요. 직접 부딪쳐보면서 느낀 매장 운영은 어땠나요?
딱 일주일 부족한 2년 동안 무인카페를 운영했는데요. 장단점이 아주 명확한 편이에요.
우선 오프라인 매장은 상권이 가진 한계가 너무 분명해요. 매출의 상한선이 딱 정해져 있더라고요. 2년 동안 해보면서 그 한계를 온몸으로 경험했죠. 무엇보다 제가 앞으로 무슨 일을 하게 되든, 무인카페를 운영하는 게 제 다음 일과 아무런 시너지를 내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컸어요. 누군가에게는 거기서 나오는 현금흐름이 매력적일 수 있겠지만, 저한테는 매출의 한계가 있고 시너지도 없다는 점이 사업을 정리하게 된 가장 큰 이유였어요.
그리고 흔히 말하는 '공간 비즈니스' 같은 거창한 표현보다는, 오프라인 공간이 있다는 것 자체가 내가 24시간 신경을 써야 한다는 의미더라고요. 알바생이 하루에 한두 번 방문하긴 하지만, 알바생이 다 처리할 수 없는 일들이 계속 터지거든요. 늘 손님한테 전화가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24시간을 대기하듯 지내야 했는데 그게 결코 쉽지 않았어요.
결정적으로 오프라인 매장에 시간을 계속 빼앗기는 게 온전히 육아를 전담하는 데 방해가 될 것 같았어요. 그래서 아내가 복직하기 한 달 전에 가게를 깔끔하게 정리했죠.
Q3. 사업이나 커리어를 계속 피벗하는 과정에서 주변 관계들도 많이 변했을 것 같아요. 홀로서기를 하면서 인간관계에 대한 생각도 많이 달라지셨나요?
마지막 회사를 그만두고 전업주부가 되기로 결정하기까지 1년 넘게 커리어에 대한 방황과 고민을 깊게 했습니다. 그 시간을 지나면서 타인과의 관계가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오히려 "나는 어떤 사람이고, 지금 내 인생에서 진짜 중요한 게 뭐지?"를 고민하는 시간이었죠.
그 고민의 결과가 전업주부로서 육아에 집중하는 것이었습니다. 육아를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먼저 연락하고 사람들을 만나기 어려워지다 보니 인맥이 정리되는 부분도 있었고요. 또 내 일을 바닥부터 다시 시작할 때 남들의 시선이나 평가가 오히려 방해가 된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불필요한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친구를 정리하고, 대화가 없는 단톡방을 나오면서 외부에서 들어오는 인풋과 메시지를 크게 줄였습니다. 그랬더니 오롯이 제 삶과 가족에게 집중하게 되더라고요.
외부 관계를 줄인 게 대단한 결단이었다기보다는, 내 삶에서 가족을 선택하고 나를 살피는 시간을 늘리다 보니 자연스럽게 정리된 거라 마음이 힘들거나 외롭지는 않았습니다. 예전부터 프리랜서 생활을 오래 해서 소속감에 대한 갈증이 없기도 했고요. 비즈니스 관계는 내가 더 잘되면 자연스럽게 다시 연결될 것이고, 인간적인 관계는 아내와 가까운 친구 몇몇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하는데 실제로도 그런 것 같습니다.

Q4. 공들여 키우던 유튜브 채널이 갑자기 삭제되는 일도 겪으셨잖아요. 노력이 한순간에 사라졌을 때 허탈함이 크셨을 텐데, 어떻게 다시 마음을 잡고 일어서셨나요?
AI 유튜브 채널을 만들어서 한 달 만에 구독자 1만 명을 넘기고 수익화까지 성공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채널이 폐쇄됐어요. 그때는 정말 꿈을 꾼 것 같은 느낌이었고, 시간이 조금 지나고 나서야 그 충격에서 벗어날 수 있었죠.
그래도 중요한 건 '계속해서 시도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자신감이라는 건 결국 아주 작은 성공에서 시작되는 거잖아요.
그 무렵 인스타그램에 콘텐츠를 올리기 시작했는데, 좋아요나 조회수가 잘 나오거나 "재밌게 보고 있다"는 댓글들이 달리기 시작했어요. 그런 공유나 반응 하나하나가 저한테는 작은 자신감이 되었죠. 그 힘으로 다시 이런저런 시도를 하며 콘텐츠를 만들고, 그게 또 좋은 반응으로 이어지면서 자신감을 회복하는 선순환을 경험했어요. 그렇게 다시 콘텐츠를 만들어갈 힘을 얻었던 것 같아요.
Q5. '월간서른'이나 글쓰기로 넓은 신뢰와 팬덤을 쌓으셨지만, 콘텐츠나 커뮤니티 자체로 지속 가능한 수입을 만들기는 쉽지 않다고 느끼셨던 계기가 있었나요?
좋게 평가해 주셔서 감사하지만, 글이나 커뮤니티로 지속 가능한 현금흐름을 만들기 어렵다는 건 콘텐츠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제 성향 문제에 가까워요. 정확히는 제가 글이나 커뮤니티로 돈을 버는 데 그리 적합한 사람이 아니었던 거죠.
그걸 수익으로 만드는 과정이나 방식이 저랑 잘 맞지 않았거든요. 예를 들어 글쓰기는 강의를 개설해서 돈을 버는 방식이 일반적이지만 저는 그런 방향을 원하지 않았고요. 커뮤니티 역시 사람들을 모으고 지속적으로 상호작용을 이어가야 하는데, 저는 제 개인적인 시간에 더 비중을 두고 싶은 사람이라 타인과의 관계를 계속 운영해 나가는 데 부담을 크게 느꼈죠.

어떤 분야든 고도화해서 상위 0.1%가 되면 돈은 알아서 따라온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거기까지 가려면 그 일을 정말 잘하고, 좋아하고, 자신과 잘 맞아떨어져야 하거든요. 그런데 저는 글이나 커뮤니티 영역에서 0.1%가 될 자신도, 그만한 흥미도 느끼지 못했던 거죠.
그렇다고 글이나 커뮤니티를 그만두겠다는 뜻은 아니에요. 지금도 꾸준히 하고 있고 앞으로도 하겠지만, 그걸 제 메인 비즈니스로 가져가고 싶지는 않았던 거예요.
Q6. 마케팅 전문가나 작가로 활동하다가 직접 물건을 파는 '공동구매'를 시작하셨을 때, 주변 시선이나 그동안 쌓아온 커리어가 신경 쓰이진 않으셨나요?
지금도 인스타그램에서 공동구매나 광고를 진행할 때 여러 고민을 하기는 해요. 하지만 주변의 시선이나 퍼스널 브랜드가 손상될까 봐 주저하지는 않았어요. 내가 하는 일 때문에 퍼스널 브랜드가 나빠진다고 생각하지도 않았고요.
저도 퍼스널 브랜딩에 대해 오랫동안 이야기해 왔지만, 브랜딩에서 가장 중요한 건 타인의 시선이 아니라 '나의 생각'이에요. 퍼스널 브랜딩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 명확히 알고, 남에게 보이는 내 모습이 그것과 일치하느냐가 핵심이거든요. 타인의 시선이 아니라 내 내면에서 출발해야 하죠. 그런 관점에서 보면 저는 오히려 정석적인 길을 가고 있다고 느껴요.
돈이 되니까 파는 게 아니라, "내가 이걸 잘 설명할 수 있을까?", "이 제품을 정말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싶은가?"라는 기준으로 진행하고 있어요. 이러한 활동은 제가 만들어가고 싶은 퍼스널 브랜딩의 여러 수익화 방안 중 일부일 뿐이고요. 제 궁극적인 꿈은 제 이름을 건 토크쇼를 열어 사람들에게 공감과 웃음을 주는 것이기 때문에, 제 본질이 '장사꾼'이라고 생각지도 않아요.

이건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실리를 챙긴 선택이라기보다, 그동안 쌓아온 레거시(마케터, 작가, 대표 등)와 남들의 시선을 내려놓고 진짜 제 내면에 집중한 선택이에요. 누군가에게는 지금의 제가 장사하는 사람으로, 누군가에게는 크리에이터나 전업주부로 보일 수 있죠. 하지만 그 모든 게 전부 제 모습이에요. 나라는 브랜드가 완성되는 여정에서 제 자신이 흔들리지 않는다면 퍼스널 브랜딩도 흔들리지 않는다고 믿어요.
처음 인스타그램에 웃긴 영상을 올리고 프로필에 장래희망을 '스탠드업 코미디언'이라고 적었을 때, 다들 콘셉트라고 생각했을지 몰라도 저는 진심이었거든요. 프로필에 과거 이력을 일절 적지 않은 이유도 오롯이 지금의 저와 앞으로 되고 싶은 모습만 담고 싶어서였고요.
이렇게 말하니까 되게 거창해 보이는데, 영어 표현 중에 "They don't pay my bills"라는 말이 있잖아요. 저의 단면을 보고 평가절하하는 사람들이 제 월세나 이자를 내주지 않거든요. 저는 저희 가족을 위해 정직하게 돈을 버는 것뿐이고, 그 돈에 어떤 꼬리표가 달려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아요. 내가 원하는 일을 하면서 가족을 위해 돈을 벌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히 의미 있고 행복하더라고요.
Q7. 뉴스레터 <썬데이파더스클럽>을 통해 보여주신 솔직한 모습들이 큰 공감을 얻었잖아요. 이렇게 쌓인 구독자들과의 신뢰가 나중에 커머스나 다른 사업을 하실 때도 연결이 되던가요?
글쎄요, <썬데이파더스클럽>으로 쌓은 신뢰가 비즈니스에 어떤 양분이 되었냐고 물으신다면, 누군가에게 제가 육아를 이야기할 때 진정성을 증명해 주는 근거는 되어준다고 생각해요. 영상으로는 다 보여주지 못하는 제 육아관이나 삶에 대한 솔직한 모습들을 확인해 주는 증거인 셈이죠.
비즈니스적인 계산으로 접근한 건 아니지만, '나라는 사람을 보여주는 브랜딩' 관점에서는 좋은 참고 자료가 될 수 있고 나아가 사업에도 도움이 될 수는 있겠죠.

하지만 솔직히 말씀드리면, 지금 <썬데이파더스클럽>이 제가 하는 커머스나 수익 활동에 대단히 큰 영향을 주고 있지는 않은 것 같아요. 인스타그램에서 공동구매를 진행할 때 썬데이파더스클럽과 엮어서 이야기하고 있지도 않고요.
실제로 멤버들과 이야기할 때도 늘 말해요. "이걸로 당장 대단한 비즈니스 성과를 내기보다는 가늘고 길게 가자. 아이를 키우며 느끼는 우리들의 이야기를 글로 남기는 것 자체에 가장 큰 의미를 두자"고요.
Q8. 남성 크리에이터가 '여성 이너웨어' 같은 제품을 진행하는 게 처음엔 어색하거나 생소하게 느껴졌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이 제품을 진행하기로 결정한 계기나 오디언스 반응은 어땠나요?
저 역시 공동구매 경험이 아직 많지 않아서 제 팔로워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아가는 과정에 가까워요.
퍼스널 브랜딩이 내 내면을 잘 보여주는 것이라면, 채널을 키우는 건 나를 좋아해 주는 팔로워들이 누구이고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하는 데서 시작하거든요. 제 팔로워분들은 대부분 20대 중반에서 40대 초반 여성분들이에요. 공구를 진행할 때 제 수익도 중요하지만, 구매하는 팔로워들에게 실질적으로 필요하고 정말 원하는 제품이어야 하잖아요. 그래서 여성 이너웨어를 진행하게 된 거죠.
처음엔 오디언스분들이 어색해하지 않을까 걱정도 있었지만, 전업주부로서 풀어내는 제 이야기에 많은 여성분이 이미 깊이 공감해 주고 계셨어요. 저를 남성 크리에이터이면서도 여성의 마음에 공감해 주는 화자로 편하게 받아들여 주신 덕분인 것 같아요.

제가 직접 착용해 보거나 설명했던 것도 어그로를 끌려는 게 아니었어요. 제품이 가진 진짜 장점들을 여성의 입장에서 진정성 있게 보여주고 싶었던 마음뿐이었죠. 내 타깃이 무엇을 고민하고 주저하는지 상대방 입장에서 깊이 헤아려보는 태도가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Q9. 여러 제안이 들어올 텐데 '이런 제품은 절대 진행하지 않는다' 하는 본인만의 기준이 있나요?
진행하지 않는 기준이라기보다는, 진행할 제품을 고르는 저만의 두 가지 기준이 있어요.
- 팔로워들에게 추천할 만큼 내가 진심으로 공감하고 믿을 수 있는 제품인가?
- 이게 진짜 내 팔로워들에게 필요한가?
제가 직접 써봤거나 잘 아는 브랜드가 아니라면, 아무리 좋은 조건이어도 사전에 제가 직접 써볼 수 있게 제품을 요청해요. 여기에 응하지 않는 브랜드 제품은 아무리 조건이 좋아도 진행하지 않고요. 직접 써보고도 제 마음에 진심으로 와닿지 않으면 하지 않습니다.
Q10. 육아에 집중하는 다정한 아빠의 삶과 알림이나 CS를 챙겨야 하는 크리에이터의 삶을 함께 해나가는 게 쉽지 않으실 것 같아요. 일상에서 이 두 가지 일의 균형을 어떻게 잡고 계시나요?
실제로 늘 시간의 압박을 받으며 살고 있어요. 콘텐츠를 만들고 올리는 일은 아이들이 없을 때 해야 되다 보니까 집안일에, 개인 일까지 병행하는 게 결코 쉽지 않더라고요. 아이들과 있을 때는 가급적 폰을 안 보려고 노력하고 실제로 보기도 어렵지만, 그래도 가끔씩은 들여다보게 되더라고요.
다행히 실시간 알림이나 CS가 감당 못 할 정도로 몰리진 않아요. 인스타그램도 중요한 알림만 켜두고 나머지는 다 꺼두어서 자잘한 알림은 안 오고요. 짬 날 때 잠깐 들어가서 응대해 드리면 되는 정도라 큰 문제는 없어요.

이 질문을 받고 스크린 타임을 확인해 봤더니 하루 인스타그램 이용 시간이 평균 1시간 정도 나오더라고요. 크리에이터로 일하는 것치고는 생각보다 그리 길지 않죠?
인스타그램을 45분 이상 쓰면 알림이 오도록 설정해 뒀는데, 그 알림이 뜨면 "아, 오늘 좀 많이 봤구나" 하고 스스로 인지해요. 이용 시간 자체는 길지 않아도, 중간중간 들어가 댓글이나 조회수를 확인하고 벤치마킹할 콘텐츠를 찾아야 해서 하루 최소 1시간 내외로는 어쩔 수 없이 보게 되는 것 같아요.

Q11. 인스타그램 피드나 스토리에서 제품을 판매할 때, 개인의 신뢰를 지키면서 구매로 이어지게 만들기 위해 어떤 점에 가장 신경 쓰시나요?
검증되지 않은 효능을 강조하거나 과도하게 공포심을 자극해서 물건을 파는 방식은 하지 않으려 해요. 예전에 오랜 기간 마케터로 일할 때부터 너무 싫어했던 방식이고,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저는 진심으로 공감하지도 않으면서 홍보나 판매만을 위해 없는 이야기를 지어내지 않아요.
이런 방식이 당장의 매출 극대화에는 큰 도움이 안 될지도 모르지만, 나라는 사람과 브랜드의 신뢰를 길게 유지하는 데는 분명히 도움이 된다고 믿어요.
Q12. '글 잘 쓰고 강의하는 전문가'로 보이지만 속으로는 수익이나 정체기로 고민하는 크리에이터들이 많잖아요. 퍼스널 브랜딩을 통해 실제 현금흐름을 만들어가려는 분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으신가요?
사실 진짜 현금흐름을 만드는 건 저도 지금 계속 고민하고 도전하는 영역이라 조언하기가 조심스럽기는 해요.
예전에는 저도 인스타그램 프로필에 과거 이력들을 줄줄이 적어둔 적이 있어요. 하지만 나중에 다 뺀 이유는 간단해요. 사람들은 생각보다 나에게 큰 관심이 없고, 내가 얼마나 잘났는지에도 별로 관심이 없거든요. 오히려 잘난 척할수록 반감만 사기 쉽고요.

그래서 내 이력을 과시하기보다는 좀 더 겸손하고 담담하게 자신을 표현하며 할 수 있는 일들을 해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나를 알리지 말라는 뜻이 아니라, 내가 어떤 사람인지 '본질'을 이야기하자는 거죠.
그리고 나에게 잘 맞는 플랫폼을 찾아서, 기업이나 대중이 원하는 방식으로 진정성 있게 소통해 나가는 태도도 필요한 것 같아요.
Q13. 구직 실패부터 무인카페, 플랫폼 삭제, 커머스 도전까지 망설임 없이 시도해 오셨잖아요. 생각이 많아서 선뜻 시작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으신가요?
질문에 답이 있는 것 같아요. 저한테 실행 공식이 있다면, '일단 시작하는 것이 실패의 리스크를 줄이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머리로만 고민하지 않고 실행에 옮기는 노하우는 따로 설명할 방법이 없어요. 머리로만 고민하는 사람은 죽을 때까지 생각만 하게 되거든요. 사실 선뜻 시작하지 못하는 이유는 오히려 간단해요. 당장 그럴 필요까지는 없기 때문이죠. 월급이든 재테크든 믿는 구석이 있어서 그런 거라면 그냥 그걸 하시면 돼요. 그게 아니라면 뭐가 되었든 작게 시작해 보는 게 중요하고요.
굳이 팁을 드리자면 이런 거예요.
- 시작할 때는 무조건 작게 시작한다.
- 그다음에 시도할 때는 이전보다 0.1이라도 더 나은 방식을 더해본다.
똑같은 걸 계속 반복하면 그냥 1+1+1이 되는 거지만, 조금이라도 나은 방법으로 시도하면 1+2+3이 되잖아요. 그러다 운을 만나면 1 x 2 x 3이 되는 거고요. 더하기가 될지 곱하기가 될지는 본인이 계속 실행에 옮겨봐야만 결과를 알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Q14. 지금의 커머스는 개인의 신뢰와 노동력에 많이 의존하고 있잖아요. 혹시 나중에는 다른 크리에이터나 브랜드를 연결해 주는 대행사나 에이전시 형태로 사업을 키워볼 생각도 있으신가요?
미래의 일을 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현재로서는 사업을 크게 빌딩할 계획이 전혀 없어요.
커리어로 방황하던 시기에 부동산 경매, 코칭, 무인카페 등 수많은 시도를 해봤어요. 돌이켜보면 이 모든 게 저 자신을 깊이 탐구한 끝에 내린 결론이더라고요. 저는 인정욕구가 강한 사람이자, 제 머릿속의 생각들을 나만의 방식으로 표현해야만 살 수 있는 사람이었어요. 무엇보다 누군가를 웃게 만드는 일에 관심이 많기도 하고요.
마케팅 경험이 있다 보니 콘텐츠를 어떻게 풀어내고 수익화할지 자연스럽게 고민하게 되지만,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브랜드로서의 정체성을 지켜가는 게 저한테는 훨씬 더 중요해요. 공동구매가 제 수익 모델의 끝이라고 생각지도 않고요.

대행사처럼 누군가를 연결해서 돈을 버는 구조는 애초에 제가 이 일을 시작한 목적이 아니에요. 돈을 버는 게 목적이었다면 다른 길을 택했을 거예요.
처음 시작할 때 팔로워가 늘어날지, 광고나 공구가 들어올지 보장해 준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요. 지금 사람들은 결과만 보고 "다 계획이 있었구나" 생각할지 몰라도, 전혀 아니에요. 전.혀.요.
딱 1년 전 전업주부로 살기로 결심하면서 아이와의 시간, 육아의 고충을 콘텐츠로 공유하기 시작했던 것뿐이에요. 그게 반응이 좋아 광고가 들어오고, 공동구매와 다양한 아이템으로 자연스럽게 확장된 거죠. 저는 지금도 내가 행복하게 일하면서 돈을 버는 방법, 그리고 노동력을 레버리지할 수 있는 방법을 꾸준히 고민해 나가는 과정에 있어요.

Q15. 수많은 시도와 피벗을 거치며 매번 예상치 못한 변화들을 마주해 오셨잖아요. 앞으로 3~5년 뒤에는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으신가요?
사실 3년이나 5년 뒤에 내가 어떤 사람이 되어 있을지는 정하고 싶지도 않고, 정할 수도 없다고 봐요.
이번에 저에게 인터뷰를 제안해 주신 것도 예상하지 못했던 삶의 변화들을 거치는 과정을 계속 지켜보셨기 때문이라고 들었어요. 그런데 그 변화들이 제가 어떤 원대한 계획이나 의도를 가지고 만든 건 전혀 아니었거든요. 저는 그저 그 순간 나에게 주어진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며 살아왔을 뿐이고, 그렇게 하루하루 부딪히다 보니 자연스럽게 여기까지 와 있는 거더라고요.
그래서 거창한 가치를 남기는 사람이나 대단한 창업가로 기억되고 싶은 마음은 없어요. 저는 그저 "우리 가족이 행복하려면 내가 무슨 일을 해야 할까?"를 매일 정직하게 고민하는 사람일 뿐이에요.
아이들이 자라면서 조금씩 여유가 생기면 또 새로운 일들을 시도해 볼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렇든 아니든 제 삶의 본질은 달라지지 않아요. 제 손으로 아이들을 키우고, 사랑하는 가족들과 소소하고 행복한 일상을 지켜나가는 것, 그게 제 삶의 전부거든요.
여느 양육자처럼 아이들을 다정하게 키우고, 여느 크리에이터처럼 매일 내 일에 대해 고민하면서 저에게 주어진 오늘을 충실하게 살아갈 생각이에요. 그렇게 내 삶의 기준을 흔들림 없이 지키며 하루하루를 채워가다 보면, 3년 뒤든 5년 뒤든 또 자연스럽게 다음 모습이 되어 있지 않을까 싶어요. 그때의 제가 어디서 무슨 일을 하고 있을지는 저 역시 궁금하네요.
※ 오늘의 큐터뷰는 조인후 작가님이 작성하고, 큐레터가 편집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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