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 가치를 정직하게 전달하는 것이 제품을 기획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시대입니다."
국어교육을 전공한 대학생이 한국 최고의 외식 브랜드를 이끄는 마케팅 리더로 성장하기까지, 최승희 보나비(아티제, 쿠차라) CMO의 24년 여정은 깊은 통찰과 철학을 담고 있습니다.
워커힐 호텔에서 시작해 매드포갈릭, 계절밥상, 투썸플레이스, 공차를 거치며 한국 F&B 마케팅의 변화를 몸소 주도한 그녀는 디저트 매장을 "성지순례"하듯 찾아다니던 열정으로 업계에 발을 들였습니다. 일간지 기사 한 줄이 성공의 척도였던 2000년대 초반부터 각 채널별 맞춤 콘텐츠와 정밀한 ROI 분석이 필수인 현재까지, 마케팅 환경의 급격한 변화를 현장에서 경험했습니다.
유행을 맹목적으로 따르기보다 브랜드만의 고유한 가치를 지키면서 트렌드를 독창적으로 재해석하는 것. 이것이 최승희 CMO의 명확한 마케팅 철학입니다. 이 철학을 바탕으로 그녀는 아티제의 "믿고 먹는 브랜드"라는 명성을 더욱 강화하고 확장해 나가고 있습니다.
"고객이 기대한 것과 실제 경험이 일치할 때 비로소 마케팅이 성공한다"는 그녀에게 마케팅은 정직한 약속입니다. 화려한 홍보보다 브랜드의 본질적 가치를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최승희 CMO만의 흥미로운 답변을 지금 만나보세요.
한양대학교에서 국어교육을 전공하셨는데, 마케팅 분야로 진로를 선택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사실 부끄러운 얘기지만, 전공을 선택할 때는 깊게 생각하지 않았어요. 단순히 책 읽는 것과 글 쓰는 것을 좋아해서 국어 관련 전공을 선택했죠.
대학 시절 휴학을 하면서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많이 했는데, 그때 메뉴를 직접 만들어 제공하고 서비스하는 경험을 쌓았어요. 또한 어머니가 일본에 계셨기에 자주 방문하면서 일본의 외식 문화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소비자로서 체험하며 '이런 것들은 한국에서도 호응이 좋겠다'라는 생각을 자주 했고, 사람들이 음식을 먹으면서 기뻐하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저에게 굉장히 의미 있게 다가왔어요. '이걸 내 일로 삼으면 정말 재밌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죠.
특히 디저트를 너무 좋아해서 파티시에가 운영하는 작은 제과점들을 성지순례 하듯 찾아다녔어요. 이런 경험들이 자연스럽게 쌓이다 보니 외식 분야에 흥미가 생겼고, 결국 워커힐 호텔에 지원해 F&B 마케팅 쪽으로 경력을 쌓아나가기 시작했습니다.
SK Networks 워커힐에서 마케팅 스페셜리스트로 5년 이상 근무하셨습니다. 이 시기에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와 그 경험이 이후 경력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요?
워커힐은 유서 깊은 호텔이지만 서울 도심에서 상당히 떨어져 있고, 젊은 층보다는 중장년층에게 인기가 높았어요. 또한 카지노가 있어 관광객도 많이 찾는 곳이었죠. 그래서 저희 마케팅의 가장 큰 과제는 젊은 층을 끌어들이고 브랜드 이미지를 젊게 변화시키는 것이었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는 풀사이드 파티였죠. 영업 기획팀에서 수영장을 활용한 파티를 기획했고, 마케팅 부서에 있던 제가 이를 효과적으로 알려 집객을 이루는 미션을 맡게 되었어요.
당시는 지금과 달리 마케팅 채널이 매우 제한적이었죠. 워커힐에서 전통적으로 사용하던 매체는 40-50대 경영진들이 보는 매거진들이 주를 이뤘는데, 젊은 층을 타겟팅하기 위해선 새로운 접근이 필요했어요. 마침 그때 싸이월드가 막 인기를 얻기 시작했는데, 저희는 개인들의 소셜 채널이었던 싸이월드를 브랜드 용도로 활용하는 시도를 했죠. 호텔 업계에서는 최초로 워커힐 풀사이드 파티 브랜드 페이지를 만들었어요.
마케팅 예산이 넉넉하지 않았기 때문에, 싸이월드와 호텔 이용권으로 바터(물물교환)를 통해 제휴를 맺었죠. 또한 젊은 층에게 효과적으로 노출되기 위해 싸이월드를 통해 대학생 앰버서더를 모집했고, 이 친구들과 함께 강남의 핫플레이스에서 쇼케이스를 진행하며 홍보 활동을 펼쳤어요. 덕분에 언론에도 많이 노출되고 집객도 성공적으로 이루었던 사례였죠.

2000년대 초반 마케팅 환경과 현재를 비교했을 때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과거에는 강력한 하나의 매체가 있었기 때문에 그것만 공략하면 효과가 있었어요.
워커힐에서 일할 당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부서는 지금처럼 온라인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주로 언론 매체를 대응하는 역할이었죠. 제가 경험했던 대표적인 사례로, 워커힐 호텔 진입구를 대대적으로 리뉴얼했을 때 주요 일간지 기자를 초대해 반나절 동안 호텔을 소개했어요. 그리고 다음날 일면에 호텔 전경이 실렸을 때 큰 성과로 인정받았죠.
이처럼 당시에는 단순하고 직접적인 접근이 통했어요. 지금은 소셜미디어나 다양한 채널이 잘 발달해 있지만, 그 당시에는 일간지가 주요 홍보 매체였거든요.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죠.
현재는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을 매체별로 깊이 공부해야 하고, 각 채널의 특성에 맞는 콘텐츠를 제작해야 해요. ROI와 효과를 면밀히 분석해서 마케팅 예산을 집행해야 하니, 오히려 지금의 마케터들이 더 많은 전문성을 갖춰야 하죠.
특히 제품 가치를 전달하는 방식도 크게 변화했어요. 아티제를 예로 들면, 제품 퀄리티는 정말 자부할 만한 수준이지만, 이를 효과적으로 알리는 게 큰 과제예요. 매장 수가 제한적이고 마케팅 예산도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제품의 특별한 가치를 어떻게 소비자에게 전달할 것인가가 더욱 중요해졌어요. 고객이 드시는 제품이 왜 가치 있는지를 전달하는 것이 제품을 기획하는 것만큼, 때로는 그 이상으로 중요해진 시대가 되었죠.
썬앳푸드에서 마케팅 매니저로 근무하셨는데, 당시 어떤 경험이 가장 의미 있었으며 외식 산업에 대해 어떤 인사이트를 얻으셨나요?
당시 썬앳푸드는 1995년 설립된 역사 깊은 외식 전문 기업으로, 매드포갈릭이 특히 전성기를 맞아 매출이나 수익 면에서 상당히 안정적이었어요. 회사가 이미 성공적인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다음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신규 사업 발굴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었죠. 그래서 저희는 지속적으로 미국이나 일본으로 출장을 다니면서 한국에 도입할 만한 새로운 외식 컨셉들을 적극적으로 탐색했어요. 썬앳푸드에서는 제가 주도적으로 프로젝트를 이끌었다기보다는 외식에 대해 많이 배운 시기였어요.
썬앳푸드는 다양한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었어요. 토니로마스를 필두로 매드포갈릭, 스파게띠아 등이 있었죠. 특히 매드포갈릭은 마늘을 테마로 한 독창적인 이탈리아 레스토랑으로, 갈릭 스노잉 피자와 같은 시그니처 메뉴로 큰 인기를 끌었어요. 또 스파게띠아는 한국 파스타 집의 1세대 브랜드로, 전통적인 이탈리아 요리에 한국적인 맛을 가미한 메뉴들로 사랑받았죠.

이곳에서 제가 가장 크게 배운 것은 메뉴 엔지니어링 개념이었어요. 예를 들어, 외식업에서는 원가율이 중요한데, 원가율만 보면 스테이크가 가장 나쁘지만 마진 금액으로 보면 스테이크를 판매하는 게 오히려 좋거든요. 이런 식으로 마진과 원가율의 균형, 메뉴 엔지니어링을 통해 어떤 메뉴를 중단하고 어떤 메뉴를 스테디셀러로 유지할지에 대한 전략적 접근을 배웠죠.
썬앳푸드는 지금도 다양한 신규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인큐베이팅해서 운영하고 있어요. 그들의 외식 철학과 도전 정신이 한국 외식 산업의 발전에 큰 기여를 했다고 생각해요.
CJ Foodville에서 근무하시는 동안 계절밥상 브랜드를 담당하셨는데, 이 브랜드의 특징과 어떤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셨나요?
푸드빌에서 11년 동안 뚜레쥬르를 제외하고 거의 모든 브랜드를 맡았어요. 투썸플레이스에서 2년 정도 일했고, 나머지는 외식 브랜드들을 담당했죠. 마지막 2년은 외식 마케팅 총괄로 모든 외식 브랜드를 관리했고요.
가장 기억에 남는 브랜드는 계절밥상이에요. 지금은 오프라인 매장이 모두 철수했지만, 당시 정말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브랜드였죠.

한식이 보통 '밥집' 이미지였는데, 이걸 패밀리 레스토랑으로 변모시켜서 고객들에게 선보인 게 획기적이었어요. 계절밥상의 마케팅은 한국인이 계절마다 먹고 싶어 하는 제철 음식을 중심으로 했죠.
전국 각지의 농가와 협력해 앉은뱅이 밀, 동아, 제주푸른콩장 같은 희귀한 토종 식재료를 활용해 전통 식문화 계승에도 힘썼어요. 불떡 주꾸미 볶음, 마포식 돼지 양념구이 같은 대표 메뉴들이 인기가 많았죠.
또한 뷔페 형태로 직화구이 고기를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었어요. 가격은 빕스보다 낮게 포지셔닝했지만, 한식은 원가가 높아 수익 구조가 쉽지 않았죠.
CJ Foodville에서 투썸플레이스 브랜드도 담당하셨는데, 이 브랜드에서는 어떤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셨나요?
투썸플레이스는 흥미로운 도전 과제가 있었어요. 디저트 맛집으로 유명했지만, 그 강력한 디저트 이미지 때문에 커피 전문성은 부족할 거라는 인식이 많았거든요. 예로, 블라인드 테스트에서는 투썸 커피가 높은 점수를 받았는데, 브랜드를 알려주면 선호도가 떨어졌어요. 이는 브랜드 인식이 실제 맛보다 소비자 선택에 더 큰 영향을 준다는 걸 분명하게 보여줬죠. 그래서 커피 전문성 이미지를 높이는 게 저희의 주요 미션이 됐어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업계 최초로 프랜차이즈에서 '원두 이원화' 서비스를 도입했죠. 콜롬비아, 브라질 등 중남미 원두를 다크 로스팅한 '오리지널 블렌드'와 에티오피아, 케냐 등의 원두를 미디엄 로스팅한 '스페셜 블렌드' 중에서 고객이 자신의 취향에 맞게 선택할 수 있게 했어요. 2014년 가로수길점과 강남역점 등 40여 매장에서 시범 운영을 시작했는데, 반응이 너무 좋아서 전국 매장으로 빠르게 확대했죠. 고객 설문조사에서 약 86%가 이 서비스에 만족했다는 결과가 나왔어요.

또한 신논현에 로스터리 카페 플래그십 스토어도 열었고, 매장 간판에 있던 '디저트 카페'라는 태그라인을 '커피 앤 디저트'로 바꾸는 작업도 진행했어요. 그리고 현빈을 모델로 한 광고를 통해 "최고의 디저트에는 최고의 커피가 어울려"라는 메시지로 인식 변화를 시도했어요. 커피와 케이크를 세트로 구성하고 카카오 캐릭터 굿즈도 기획해 페어링을 투썸의 핵심 경험으로 만들었죠. 이런 다양한 노력들이 모여서 고객들의 인식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고, 실제로 매출에서도 커피 비중이 높아졌어요. 그러면서도 여전히 고품질 디저트로 차별화를 유지해 고객 충성도를 높일 수 있었죠.
CJ Foodville에서 장기간 근무하면서 CMO님의 리더십 스타일은 어떻게 발전했나요? 팀을 이끌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가치는 무엇인가요?
푸드빌에는 정말 인성 좋고 훌륭한 분들이 많으셨어요. 특히 CJ는 리더십 직급 채용 시 인성과 능력 두 가지를 모두 중요시하다 보니 뛰어난 인재들이 많이 모여 있었죠. 제가 배울 점이 많은 똑똑한 리더들로 가득했어요.
그런데 흥미롭게도, 너무 똑똑한 리더들이 오히려 조직을 이끌고 화합시키는 부분에서는 역량이 부족한 경우가 있더라고요. 엘리트 의식이 강하다 보니 직원들의 생각과 감정에 공감하지 못하고 지시만 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러다 보니 조직원들은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범위가 없어 일에 흥미를 잃고 형식적이고 소극적으로 변해가더라고요.
반면에 화려한 스펙은 없지만 유능했던 다른 상사는 직원들에게 권한을 적극적으로 위임해 주셨어요.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봐"라고 하시면서도 단순히 방임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순간에만 나타나 도움을 주는 방식이었죠.
이런 상반된 리더십을 경험하면서 깨달은 것은, 직원들이 주도적으로 일할 때 진정한 성과가 난다는 사실이에요. 어느 정도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권한을 위임했을 때, 실무자들은 책임감을 느끼고 더 열정적으로 일하게 되더라고요. 리더의 역할은 자신의 똑똑함이나 유능함을 과시하는 것이 아니라, 팀이나 본부가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권한을 위임하고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라고 배웠어요.
물론 이런 리더십을 실천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어요. 팀장과 임원으로 경험을 쌓으며 깨달은 점은, 상황에 따라 리더십 스타일을 유연하게 조정해야 한다는 것이었죠. 회사가 위기 상황에 처하거나 시간이 촉박할 때는 더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강하게 이끌어야 할 필요도 있으니까요. 모든 상황에 완벽하게 들어맞는 단 하나의 리더십은 없는 것 같아요.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일이에요. 권한은 위임하되 방치하지 않고, 필요한 순간에 적절한 코칭과 지원을 제공하는 균형을 찾는 것. 이것이 여전히 제게는 풀어야 할 어려운 숙제예요.
2021년 공차 코리아로 이직하셨는데, 새로운 회사와 브랜드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어떤 도전 과제가 있었나요?
제가 가맹 사업 경험이 있었던 곳은 투썸플레이스뿐이었는데, 공차 역시 가맹 사업을 운영하고 있었어요. 두 회사는 확연한 차이를 보였죠. 푸드빌의 투썸플레이스는 체계적인 노하우와 탄탄한 인프라, 잘 정립된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고, 각 조직의 역할도 명확했어요.
반면 공차는 외국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현지화했지만, 빠른 성장 속도에 비해 조직 인프라와 시스템이 충분히 따라가지 못하고 있었죠. 특히 영업부서와의 조율 과정이 가장 큰 도전이었어요. 신제품 출시 시 점주들과의 소통 방식이나 예상 문제점을 논의하고 조정하는 과정이 푸드빌보다 훨씬 복잡하고 시간이 많이 소요됐거든요.

글로벌 브랜드라는 특성도 또 다른 과제였어요. 글로벌 본사의 방향성과 한국 시장의 요구 사항이 종종 불일치했죠. 예를 들어, 본사는 전 세계 매장에서 동일한 제품 라인업을 원했지만, 실제로는 국가마다 입맛이 다르잖아요. 일본과 한국만 비교해도 토핑 선호도가 완전히 달랐어요. 이런 문화적 차이를 본사에 설득력 있게 설명하고 이해시키는 일이 결코 쉽지 않았죠.
공차만의 독특한 점은 주 고객층이 20대라는 것이었어요. 일반적으로 F&B 업계에서는 30-40대 여성 고객이 주를 이루는데, 공차는 젊은 층의 비중이 압도적이었거든요. 이런 특성을 발견한 후에는 IMC 플랜을 젊은 타깃에 맞게 전면 수정하고, 각 신제품별로 차별화된 마케팅 전략을 새롭게 구축했어요.
공차에서 브랜드 마케팅을 담당하시면서 어려운 점은 무엇이었나요?
공차의 브랜드 마케팅을 담당하면서 가장 큰 도전은 글로벌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한국 시장의 특수성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일이었어요. 브랜드 자체는 세계적으로 젊고 역동적인 이미지를 공유하고 있어서 브랜딩 작업이 크게 어렵진 않았지만, 실제 제품 출시 전략이 정말 까다로웠죠.
글로벌 본사는 전 세계 시장에 통일된 제품 출시를 원했지만, 같은 맛과 원재료로 모든 시장을 공략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했어요. 문화적 차이로 인한 선호도 격차가 너무 컸거든요.
가까운 일본과도 토핑의 식감 차이로 제품의 호불호가 갈리는 경우가 많았어요. 한국 소비자는 씹히는 식감을 선호하는 반면, 일본은 좀 더 부드럽고 흐물흐물한 식감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었죠.
2023년 초 글로벌 헤드쿼터가 강화되면서 전 세계 2천 개 매장 중 한국이 1천 개를 목표로 하는 핵심 시장으로 부상했어요. 이에 따라 한국 시장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면서 글로벌 전략과 로컬 전략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일이 더욱 도전적인 과제가 됐죠.
글로벌 브랜드인 공차에서 어떻게 글로벌-로컬 전략의 균형을 유지하셨나요?
새로 합류한 글로벌 CMO 주도로 세계 각국의 공차 마케터와 상품 기획자들이 함께 모여 워크샵을 진행했어요. 이 과정에서 우리는 전 세계적으로 통할 수 있는 '스파클링 티'를 개발했는데, 차에 탄산을 직접 주입해 청량감을 극대화한 혁신적인 음료였죠. 세계적으로는 제로음료가 트렌드였지만, 밀크티가 디저트처럼 인식되는 한국 시장에서는 완전히 새로운 도전이었어요.
"렛츠 스파클(Let's sparkle)"이라는 슬로건 아래, 저희는 공차의 대표 오리지널 티를 베이스로 다양한 메뉴를 개발했어요. 트로피칼 스파클링 티, 청귤 스파클링 티, 오리지널 스파클링 티, 오리지널 콤부차+알로에, 패션 프룻 히비스커스 콤부차 총 5종을 선보였죠. 트로피칼 스파클링 티는 파인애플과 패션후르츠를 자스민 그린티와 블렌딩했고, 청귤 스파클링 티는 자스민 티에 새콤한 청귤을 더해 기분 좋은 산미를 살렸어요. 또한 건강한 단맛을 위해 자일로스를 사용해 칼로리 부담도 줄였죠.

균형 유지를 위한 핵심 전략은 동일한 플레이버라도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토핑을 부각하거나, 한국 시장에서만 특별히 시도하는 시즌 제품의 비중을 확보하는 것이었어요. 이렇게 한국 시장에 맞는 접근법으로 신메뉴를 성공적으로 론칭하면서도 글로벌 브랜드의 일관성을 유지했죠.
영국 에이전시와 긴밀히 협업해 차별화된 비주얼과 매력적인 SNS 콘텐츠를 개발했고, 다른 국가보다 한국에서 선제적으로 제품을 론칭했어요. 여의도 IFC몰에서 시음 행사를 진행하며 소비자 반응을 테스트했고, 대학로 마로니에점과 부산 광복점에 '렛츠 스파클' 컨셉스토어도 운영했어요. 특히 청귤 스파클링 티는 에이드와 유사한 새콤달콤한 맛으로 큰 호응을 얻었죠.
또한 스파클링 티와 페어링하기 좋은 핫델리 샌드위치 시리즈(베이컨 에그 브리오쉬, 크루아상 샌드위치, 핫 치킨 모짜렐라 토스트)까지 함께 출시해 음료와 식사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종합적인 메뉴 전략을 구사했어요. 이런 한국 시장에서의 선도적인 역할과 "차의 깊은 향은 그대로 유지하고 탄산의 청량함은 극대화"한 혁신적 접근이 글로벌-로컬 전략의 성공적인 균형 사례가 됐어요.
보나비에서 CMO로서 현재 가장 집중하고 계신 목표나 프로젝트는 무엇인가요?
아티제는 수익 구조가 다른 브랜드들과는 상당히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어요. 저희는 매장에서 직접 제품을 만들고, 냉동 케이크를 사용하지 않아요. 이런 방식 덕분에 맛은 뛰어나지만, 생크림케이크는 제조 후 24시간 내에 팔리지 않으면 모두 폐기해야 하기 때문에 인건비와 폐기비용이 높은 편이죠.

저의 첫 번째 목표는 이런 특별한 제품 철학과 가치를 고객들에게 더 효과적으로 알리는 것이에요. 아티제 제품이 왜 맛있고, 왜 프리미엄 가격을 지불할 가치가 있는지 명확하게 전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거든요.
두 번째 목표는 현장의 과부하를 방지하는 것이에요. 요즘은 서비스직 직원 채용 자체가 굉장히 어려워요. 특히 아티제는 케이크와 베이커리를 점포에서 대부분 제조하기 때문에 제품 기획 단계에서 현장에서 제대로 구현될 수 있는 부분까지 세심하게 설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저희는 맛의 퀄리티는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매장에서 더 쉽게 제품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연구하고 있어요. 작년에는 망고 제품을 위해 전처리된 망고를 도입했는데, 매장의 제조 부담은 크게 줄이면서도 매출은 8배나 증가하는 놀라운 성과를 거뒀어요.
결국 저의 핵심 목표는 아티제만의 뛰어난 맛과 품질을 유지하면서도, 매장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고 고객에게 그 특별한 가치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것이에요.
최근 아티제와 그릭데이의 콜라보레이션이 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이 프로젝트에서 핵심 마케팅 전략과 소비자들에게 어필한 주요 요소는 무엇이었다고 생각하시나요?
이 콜라보레이션의 성공은 아티제 고객층의 핵심 니즈를 정확히 충족시켰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아티제 고객들은 로열티가 굉장히 높은데, 이분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실패하지 않는 제품'이에요. 아티제를 사랑하시는 이유도 '뭘 먹어도 실패가 없다', '믿고 먹는다'라는 신뢰인데, 그릭데이 제품도 사실 이런 똑같은 가치를 가지고 있거든요.
두 브랜드 모두 '믿고 먹는 브랜드'이고, '재료를 아끼지 않는다'는 점이 공통적인 핵심 가치였어요. 그래서 고객 입장에서는 재료와 품질에 진심인 두 브랜드가 만났다는 것 자체에서 큰 가치와 기대감을 느끼셨던 것 같아요.

저는 제품이 출시되면 블로그나 인스타그램에서 고객 반응을 항상 너무 궁금해서 매일 살펴보는데, 고객들의 반응이 "믿고 먹는 두 브랜드가 만났으니 맛이 없을 수가 없다"라는 평들이 정말 많았어요. 그런 피드백을 보고 정말 기분이 좋았죠.
그릭데이는 수많은 요거트 브랜드 중 하나지만, 가격이 비싸더라도 아깝지 않고, '건강하다'고 하면 보통 맛이 없는데 맛까지 있는 브랜드로 처음 포지셔닝에 성공했다고 생각했어요. 물론 이후에 미투 브랜드들이 많이 등장했지만, 그릭요거트 시장을 리딩하는 브랜드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망설임 없이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했어요.
마케팅 전략을 수립할 때 소비자 데이터와 트렌드를 어떻게 활용하시나요?
트렌드를 활용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아요. 처음에는 트렌드 리포트나 글로벌 에이전시에서 제공하는 자료들을 많이 참고했는데, 현실과 상당한 괴리가 있더라고요. 글로벌에서 인기 있는 식재료나 트렌드가 한국 시장에서는 전혀 맞지 않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지금은 그런 글로벌 트렌드 리포트는 큰 흐름을 파악하는 정도로만 활용하고 있어요. 실제 제품 기획에는 국내에서 현재 어떤 곳들이 인기를 얻고 있는지, 어떤 제품들이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는지를 면밀히 관찰해요. 그리고 왜 그 제품에 소비자들이 열광하는지, 그 이면의 진짜 니즈를 파악하려고 노력하죠. 요즘은 SNS에 거의 모든 정보가 실시간으로 올라오니 이런 분석이 훨씬 수월해졌어요.
예를 들어, 1인 가구 증가로 젊은 층이 과일을 따로 사서 먹기 어려워하는 트렌드가 있어요. 그래서 디저트를 통해 과일을 섭취하는 것을 선호한다는 분석이 있었죠. 이런 정보를 바탕으로 아티제에서는 망고 케이크의 디자인을 전략적으로 변경했어요. 원래는 케이크 안에 망고가 많이 들어가고 위에는 장식용으로 조금만 올렸는데, 이제는 시각적으로 망고가 얼마나 풍성하게 들어갔는지 직관적으로 보이도록 디자인을 바꿨어요.
현대 소비자들은 매장에서 실제 제품을 보고 결정하기보다 SNS를 통해 먼저 접하고 '저거 먹어봐야겠다'라고 결정하는 경우가 많아졌어요. 그래서 비주얼적으로 제품의 가치가 즉각 드러나는 디자인이 더욱 중요해졌죠. 이런 소비자 행동 변화를 반영한 전략이 실제로 큰 효과를 가져오고 있어요.
24년 마케팅 경험을 통해 형성된 CMO님만의 마케팅 철학은 무엇인가요?
마케팅은 정말 죽을 때까지 공부해야 하는 분야예요. 1년 전에 통했던 방법이 지금은 더 이상 효과가 없는 경우가 많거든요. 제 마케팅 철학을 간단히 정의하자면 "제품에 맞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과 콘텐츠로 가치를 전달하는 것"이에요. 아무리 좋은 제품도 그 가치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어지죠.
경험이 쌓일수록 오히려 독선에 빠지거나 익숙한 방식만 고수하게 될 위험이 커져요. 그래서 저는 항상 새로운 방식을 찾고, 고객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질문하는 자세를 유지하려 노력해요.
마케팅에서 자주 저지르는 실수 중 하나는 고객이 실제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부분에 자원을 집중하는 거예요. 예를 들어, 고객에게 제품의 재료와 맛은 분명 중요하지만, 모든 소비자는 자신이 지불할 수 있는 가격대가 있어요. 그런데도 소비자 접근성은 무시한 채 전문가들만 알아보는 희귀 재료에 집착하며 높은 가격을 매기는 건 균형을 잃은 접근이죠. 마케팅의 성공은 고객이 공감하고 부담 없이 다가올 수 있는 범위 안에서 가치를 느끼게 하는 데 있어요.
결국 시장과 멀어지지 않으면서도, 브랜드의 고유한 아이덴티티와 고객이 실제로 원하는 가치의 접점을 찾아 그 균형을 지키는 것. 이것이 제 마케팅 철학의 핵심이에요.
Brand Marketing, Co-promotion, CRM, 이 세 가지 영역에서 CMO님만의 독특한 접근 방식이나 강점은 무엇인가요?
브랜드 마케팅이 제가 가장 주력하고 있는 영역이에요. Co-promotion이나 CRM은 로직과 성실함이 중요한 분야로, 정해진 방식에 따라 실행하고, 데이터(반응률)를 분석한 후 수정하는 과정을 반복하는 매뉴얼화된 작업이죠. 이런 영역에서는 전문 인력이나 우수한 파트너사를 확보하는 것이 핵심이에요.
반면 브랜드 마케팅은 가장 도전적이면서도 제가 집중해야 할 분야라고 생각해요. 많은 기업들이 유행하는 트렌드를 무분별하게 따라가려 하지만, 브랜드가 반드시 해야 할 것과 절대 하지 말아야 할 것 사이에는 명확한 경계가 있거든요.
제 접근법의 특징은 고객이 제품 자체뿐만 아니라 공간, 서비스 경험, 브랜드 이미지까지 함께 소비한다는 관점이에요. 따라서 브랜드의 핵심 철학을 일관되게 유지하면서 단순히 유행을 좇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 중요하죠.
유행에 맞춰 브랜드의 정체성과 맞지 않는 제품을 출시하는 것은 단기적인 매출 손실을 넘어 브랜드 가치 자체를 훼손하는, 더 큰 손상을 초래해요. 중요한 것은 트렌드를 반영하되 우리 브랜드만의 방식으로 해석하는 거예요.
예를 들면, 피스타치오 초콜릿이 유행할 때 단순히 시장 흐름을 따라가는 대신, 피스타치오 향이 아닌 실제 피스타치오를 갈아 넣은 우유 빙수를 출시했어요. 이는 우리 고객이 기대하는 스타일로 트렌드를 재해석한 사례죠. 이처럼 브랜드 아이덴티티에 충실하면서도 트렌드를 독창적으로 활용하는 능력이 제 강점이라고 할 수 있어요.

디지털 마케팅과 전통적인 마케팅 채널의 통합에 관한 CMO님의 접근 방식은 어떠한가요?
디지털 마케팅은 관심사나 연령 등에 따른 정밀한 타겟팅이 가능한 수단이에요. 특히 우리 제품을 처음 접하는 고객들에게는 직관적인 소구 포인트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죠. 이러한 디지털 채널은 카페와 디저트에 관심 있는 신규 고객을 지속적으로 유입시키는 데 큰 효과가 있어요.
반면에 F&B 분야에서는 매장 내 홍보물과 같은 전통적인 마케팅 채널도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어요. 이미 아티제를 알고 우리의 철학에 공감하는 기존 고객층에게는 각 제품이 담고 있는 스토리를 더 깊이 있게 전달할 필요가 있거든요. 단순히 맛뿐만 아니라 구매한 제품이 어떤 가치를 담고 있는지 알려드림으로써 고객 만족도를 높이고 재구매로 이어지게 하는 거죠.
결국 마케팅의 핵심은 고객에게 약속한 가치를 실제로 체감하게 하는 데 있어요. 과장되고 자극적인 메시지는 일시적으로 고객의 방문을 유도할 수는 있지만, 기대치만 높여놓고 실제 경험이 그에 미치지 못한다면 재방문을 기대하기 어렵죠.
그래서 저는 우리가 진정으로 제공할 수 있는 가치를 정직하고 명확하게 전달하는 데 집중하고 있어요. 고객이 기대한 것과 실제 경험이 일치할 때 비로소 진정한 마케팅 효과가 발휘된다고 믿거든요. 이런 진정성 있는 메시지가 디지털과 전통적 채널 모두에서 일관되게 전달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F&B 마케팅의 미래 트렌드에 대해 어떻게 전망하시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하고 계신가요?
F&B 마케팅에서 가장 중요한 건 어떻게 지속적으로 새로움을 제공할 것인가에요. 모든 브랜드는 시그니처 제품이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고객을 계속 유지하기 어렵거든요. 기존 고객들은 같은 제품만 보다 보면 결국 지루함을 느끼게 되니까요.
트렌드를 살펴보면, 최근 몇 년 사이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어요. 3~4년 전까지만 해도 기능성 제품은 특정 전문 브랜드만의 영역이었는데, 이제는 점점 대중화되는 추세죠. 이런 흐름은 앞으로 외식과 카페 업계 전반으로 더욱 확대될 거예요. 특히 당뇨 인구가 늘어나고 발병 연령도 낮아지면서 저당 제품에 대한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여요. 저희도 이에 맞춰 관련 제품을 적극 검토 중이에요.
베이커리 시장에서도 단순히 맛뿐만 아니라 영양소와 소화 기능을 강화한 제품들이 더 많아질 거예요. 사람들이 건강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맛있으면서도 몸에 좋은 제품을 찾는 소비자가 계속 늘어날 테니까요.
콜라보레이션은 때로는 진부해 보일 수 있지만, 여전히 가장 효과적인 마케팅 전략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고객 입장에서는 하나가 아닌 성향이 비슷한 두 브랜드를 함께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되니까요. 앞으로도 아티제의 철학과 품질을 더 잘 보여줄 수 있는 의미 있는 협업을 지속적으로 시도해 나갈 계획이에요.

향후 5년간 CMO님이 이루고 싶은 가장 큰 마케팅 목표나 도전하고 싶은 새로운 영역이 있으신가요?
아티제의 철학을 온전히 담아낸 제2의 시그니처 제품, 또 하나의 얼그레이 시폰 케이크 같은 상징적인 제품을 개발하는 게 제 목표예요. 다만, 현재 아티제는 매장이 70개 정도로 인근에 있는 고객들만 경험할 수 있는 한계가 있어요. 그래서 매장 수의 물리적 제약을 넘어 소비자 접점을 확장할 수 있는 온라인 채널로의 진출을 중요한 목표로 삼고 있어요.
마켓컬리나 쿠팡 같은 플랫폼을 활용해 더 많은 고객이 아티제 제품을 만날 수 있게 하는 등, 프리미엄 베이커리를 집에서도 편하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모색 중이에요. 고객이 굳이 매장을 찾지 않아도 아티제의 가치와 품질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더 많이 만들고 싶거든요.
개인적으로는 빠르게 변화하는 업계에서 뒤처지지 않도록 지속적인 학습과 성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임원이 된 이후에는 실무자 시절보다 외부 활동이 자연스럽게 줄어들어 새로운 지식이나 서비스를 접하는 기회가 적어질까 우려되는 부분이 있어요. 그래서 다양한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배움의 기회를 늘리는 활동에 더욱 집중할 계획이에요.
지금은 엄두도 못 내지만, 5년 후에는 제 경험과 노하우를 담은 책을 출간하는 것도 작은 소망 중 하나예요. 그리고 더 먼 미래에는 F&B 컨설팅 분야에도 도전해보고 싶어요. 한국만큼 F&B 사업이 어렵고 경쟁이 치열한 시장은 없다고 생각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많은 창업 시도가 이루어지는 분야이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F&B 창업자들의 성공률을 높이는 데 기여하는 일이 매우 의미 있을 것 같아요.
24년의 경력 동안 마케팅 전문가로서 가장 큰 깨달음이나 배움은 무엇이었나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제 자신을 마케팅 전문가라고 생각한 적이 한 번도 없어요. 10년 차쯤 됐을 때는 경험이 쌓이면 일이 점점 쉬워질 거라 기대했는데, 지금도 여전히 매 순간이 도전이고 배워야 할 것들이 끝없이 많다고 느껴요.
새 제품이 나올 때마다 아직도 가슴이 조마조마하고, 매일 고객 반응을 확인하게 돼요. 작년에 효과적이었던 방식이 올해는 전혀 통하지 않는 경우도 많고요. 그래서 저는 '전문가'보다는 '영원한 학생'에 더 가깝다고 생각해요.
제가 얻은 가장 큰 깨달음은 전체 밸류체인을 종합적으로 이해하는 것의 중요성이에요. 실무자로 일할 때는 내 담당 업무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임원이 되고 책임 범위가 넓어지면서 느낀 건 모든 과정을 두루 이해해야 문제를 제대로 해결할 수 있다는 거예요.
신제품을 출시할 때를 예로 들면, 단순히 맛있는 제품을 개발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아요. 재료 수급은 안정적인지, 매장에서 만드는 과정에 어려움은 없는지, 유효기간은 적절한지 등 모든 단계를 꼼꼼히 살펴야 해요. 이런 부분들을 간과하면 제품은 잘 팔리는데 정작 수익은 나지 않는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거든요.
또 하나 중요한 깨달음은 실패를 솔직하게 인정하는 용기예요. 사람은 본능적으로 좋은 기억만 남기고 합리화하기 쉬운데, 저는 오히려 성공 요인보다 실패 요인을 찾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철저히 분석할 때 진정한 배움이 있고, 다음 제품의 성공 가능성도 높아진다는 걸 경험했어요.
24년간의 경험에서 나온 핵심 교훈은 기획은 철저히 하되, 결국은 직접 부딪혀 보고 배우는 게 최고라는 거예요. 아무리 정교한 이론이나 예측보다도 실제 시장의 반응을 보고 빠르게 학습하며 유연하게 대응해 나가는 능력이 마케팅에서 가장 중요한 자질이라고 생각해요.
※ 오늘의 큐터뷰는 조인후 작가님이 작성하고, 큐레터가 편집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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