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한국 프로야구의 인기가 이 정도일 줄은 몰랐습니다. 지난해 KBO가 처음으로 1000만 관중을 돌파하면서 인기를 실감 나게 해주더니, 올해는 더 늘어날 기세예요. 2025 KBO 개막 이후, 118경기째에 200만 관중을 돌파했는데, 지금까지 중 가장 빠릅니다. 이 페이스가 유지되면 단순 계산으로 올해 1200만 관중을 넘본다고 해요.
큐레터에서는 KBO의 인기와 마케팅 관련 이야기에 대해서 다룬 적이 있었죠!
자연스럽게 KBO의 인기를 노리는 협업 마케팅이 이어지고 있어요. 그중에서도 ‘크보빵(KBO빵)’의 인기가 어마어마한데요. 심지어는 2022년 재출시 이후, 누적 2억 2천만 봉이 팔린 포켓몬빵을 넘어설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더라고요.
포켓몬빵은 마케팅 성공 사례로 자주 언급되는데요. 크보빵은 포켓몬빵의 성공 공식을 잘 활용한 사례로, 마케터들이 참고하기 좋을 거예요. 특히 띠부씰 또는 다른 굿즈를 기반으로 콜라보레이션을 기획한다면 더요!
이번에는 KBO 띠부씰이에요
크보빵은 SPC 삼립에서 만든 빵이에요. 9개 구단과 협업해서 맛과 컨셉이 각각 다른 10종의 빵을 만들었어요. 구단 대표 선수와 마스코트, 국가대표 라인업이 포함된 띠부씰 215종을 랜덤으로 넣은 게 특징이죠.

“구단 총 10개 아니야?” 야구에 관심이 좀 있으시군요! 롯데 자이언츠가 모기업, 롯데는 SPC삼립과 경쟁 관계인 ‘롯데웰푸드’를 보유하고 있어 빠졌기 때문에 9개 구단이에요. 팬들이 아쉬워하자, 롯데는 세븐일레븐과 협업해 별도로 롯데 자이언츠 소속 선수 등 120종의 띠부씰을 포함한 협업 상품을 5월 초에 선보일 예정이에요.
KBO의 개막과 함께 출시한 크보빵은 3일 만에 100만 봉이 팔렸어요. 같은 기간 75만 봉이 팔린 포켓몬빵의 기록을 넘어서면서 더 좋은 성과를 보일 거란 전망도 있습니다. 출시 후 41일이 지난 지금, 1천만 봉이 팔려 삼립이 출시했던 제품 중 역대 최단 기록을 세웠어요.

5월 8일에는 ‘모두의 크보빵’을 공개할 계획인데요. 각 구단 선수의 유니폼 그래픽으로 구성된 띠부씰 180종과 국가대표 유니폼 띠부씰 26종이 제품에 들어갈 예정이에요.
포켓몬빵 vs 크보빵
지금 국내 프로야구의 뜨거운 열기가 크보빵의 인기를 끌었다고 봐도 무방하지만요. 그 뒤에 숨은 마케팅 성공 요인도 있다고 봐요. 비슷한 사례로 자주 언급되는 포켓몬빵과 비교하면서 크보빵의 성공 요인은 무엇이었는지 살펴볼게요!
① 팬들의 충성도가 높고, 찐팬이 있어요
포켓몬스터는 애니메이션이지만, 어릴 적부터 봐왔기 때문에 팬의 연령층이 넓게 분포되어 있어요. 과거의 제품을 다시 재출시한 거라 더 진한 향수를 불러일으키죠. 게다가 포켓몬스터는 어느 한 세대만의 콘텐츠가 아니에요. 최근에는 닌텐도 등의 게임으로도 포켓몬스터를 많이 만날 수 있거든요. 포켓몬을 좋아하던 어린이가 지금은 어른이 되고, 그 자녀들도 포켓몬을 접할 수 있을 만큼 잘 만들어진 캐릭터라 부모와 자녀 간의 연결고리가 돼요.
크보빵도 마찬가지예요. 남녀노소 즐길 수 있는 스포츠이고, 실제로 경기장에는 가족이 함께 오는 경우도 많거든요. 여기다 야구는 팀이나 선수에 대한 애정이 남달라요. 같은 팀을 응원한다면 더욱 공동체 의식을 느끼죠. 팀이 이기면 함께 기뻐하고, 지면 함께 슬퍼하거나 화를 내고요. 특히 야구는 “우리 팀은 우리 팬만 욕할 수 있다”는 끈끈한 팬 문화가 있어요. 하위권 팀이어서 승률이 안 좋더라도 응원하러 꼭 현장에 가는 찐팬들이 많아요. 가족 안에서도 서로 응원하는 팀이 달라 서로 경쟁하며 경기를 보는 것도 재미있는 포인트랍니다.

② 띠부씰 마케팅에 적합한 IP예요
포켓몬빵과 크보빵의 랜덤 띠부씰은 각각 159종, 215종으로 몇 개 산다고 해서 모을 수 없어요. 이런 부분 때문에 빵은 버리고, 띠부씰만 갖는 소비자들도 있다는 점은 아쉽지만요. 활용할 캐릭터, 선수가 다양한 만큼 팬들이 원하는 걸 얻을 때까지 계속 구매하게 만들어요. 만일 띠부씰에 활용할 IP가 적었다면 인기가 금방 사그라들 확률이 높겠죠.
게다가 야구는 굿즈를 구매하는 문화가 활발해요. 경기장 근처에 가면 야구 유니폼을 입은 팬들을 흔하게 볼 수 있어요. 2022년 SSG랜더스와 패션 브랜드 언더마이카가 협업해 출시한 우승 기념 자켓은 39만 9,000원으로 저렴하지 않았음에도 순식간에 품절됐어요. 이후에는 60~110만 원까지 가격이 뛰기도 했죠. 띠부씰은 이들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응원하는 팀의 굿즈를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메리트예요.

③ 한 번씩은 사고, 다 모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두 빵 모두 편의점에서 주로 판매하고, 가격이 저렴해요. 편의점 인기 상품들이 가지는 특징인데, 품절되면 구하기 어려운 만큼 SNS에 인증하거나, 숏폼 등 또 다른 콘텐츠로 바이럴되기 좋죠. 포켓몬이나 빵에 관심이 없더라도 꼭 한 번씩은 구매하게 만들어요.
크보빵은 목표의 진입장벽도 낮아요. 무슨 말이냐면요. 포켓몬빵은 띠부씰 전체를 모으거나, 좋아하는 캐릭터를 중심으로 수집가가 생겨났지만, 크보빵 수집가는 응원하는 팀 또는 선수를 목표로 모을 거예요. 크보빵 띠부씰의 수집 난이도가 비교적 낮으니, 수집가가 탄생할 확률이 높다는 거죠. 각 구단의 팬들끼리 필요한 띠부씰을 교환하는 커뮤니티도 활발한 걸로 알려졌고요. 유명한 선수들의 띠부씰은 인기가 더 많으니 구하기 어려워 수집 욕구를 더해요.
④ 야잘알만 알 수 있는 포인트가 있대요
맛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갈리지만, 크보빵의 띠부씰 담당자가 ‘야잘알(야구를 잘 알고 있는 사람)’인 것 같다는 일부 커뮤니티의 반응이 있더라고요. 랜덤 띠부씰이긴 하지만, 두산에서 KT로 이적한 선수가, KT 유니폼을 입고, 두산의 빵에서 나오는 등 절묘한 포인트가 팬들을 재밌게 만들었어요. 각 구단의 컨셉에 맞는 맛과 디자인이 담긴 빵도 평가가 긍정적이에요.
스포츠는 사람들을 하나로 묶어요
우리나라에서는 스포츠 종목 중에 야구가 압도적으로 인기가 높아요. 역사가 오래되기도 했고,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면서 ‘야구 강국’이라는 국뽕이 생긴 것도 뒷받침했죠. 1년에 팀당 정규 경기 144경기, 총 720경기를 한다는 점에서 팬들이 야구를 접할 기회도 많아요.
응원 문화가 발달했다는 점도 커요. 특히 최근에 치어리더 숏폼 영상이 인기가 많아지면서 글로벌에서도 한국 야구 치어리더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졌죠. 대표적으로 대만에 한국 치어리더들이 진출하면서 새로운 한류 열풍을 만들고 있다는 분석도 나와요. 이들 중 몇 명은 한국과 대만을 오가며 치어리더 활동을 계속 이어나가고 있어요. 이런 소식이 전해지니까 치어리더를 보러 오는 팬들도 더 많아졌죠. 이들은 응원의 체계를 만들고, 선수와 팬들이 같이 호흡할 수 있도록 만들어요.
한화 이글스에는 일본인 치어리더도 있답니다.
이런 응원 문화는 야구팬들의 승부욕에도 불을 지피는데요. 팬들은 우리 팀을 진정으로 응원하고, 1년에 가까운 한 시즌 내내 선수들을 응원하며 함께 달리고 있어요. 그들에게 야구는 축제인 셈이에요. 다른 산업보다도 팬층이 두텁고, 단단한 야구팬들을 노린 크보빵은 성공이 보장됐던 마케팅이 아닐까 싶어요.
그래도 포켓몬빵보다 많이 팔릴까요?
아직은 출시 초기라 부족한데요. 얼마나 지속적으로 마케팅하느냐가 중요해요. 5월에 출시될 크보빵 시즌2처럼 소비자에게 새로운 콘텐츠를 제공해야 할 거고요.
다만,크보빵은 잘 설계됐다는 생각이 들어요. 포켓몬빵으로 이미 띠부씰의 성공 공식을 만든 SPC삼립이기 때문에 크보빵은 더 유리한 고지에 있다고 보거든요. 크보빵은 포켓몬빵이 깔아놓은 데이터를 벤치마킹할 수 있는 후발주자라는 점에서요. 여기다 국내 프로야구 시즌이 아직 한창이기 때문에 야구장에서 각종 행사와 함께 판매하는 등 여러 콘텐츠로 확장될 여지도 보여요.
물론, 한계점도 있어요. 포켓몬스터는 비교적 관심이 없어도 캐릭터 그 자체만으로 사람들에게 귀여운 존재예요. 그런데 크보빵의 띠부씰은 야구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아예 관심이 없죠. 이런 부분에서는 단순히 크보빵만을 파는 게 아니라 야구를 더 많은 이들에게 사랑 받을 수 있게 만드는 것도 중요해질 거예요.
👇 잠깐! 바쁘니까 후딱 읽고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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