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다이소나 올리브영에 가면 초등학생이 쇼핑하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봅니다. 친구들끼리 어울려서 화장품에서부터 각종 소품에 이르기까지 꼼꼼하게 살펴보고 신중하게 고르는 모습이 낯설지 않은데요. 이들은 이렇게 작은 물건 하나를 고르는 데에도 10분 이상 소비하고, 구매한 후에는 친구와 공유하거나 숏폼 콘텐츠를 만들어 자랑합니다. 소비시장에 알파세대(2010~2024년 출생자)가 등장한 거예요.
KPR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연구소에 따르면 알파세대 관련 키워드 언급량은 2023년 1분기 5,792건에서 4분기 8,425건으로 42% 가량 증가했습니다. 이는 단순히 키즈 마케팅의 확장이라기보다는 이들이 실질적인 소비 주체로 부상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데이터라 할 수 있는데요.
그동안 소비에 대해 이야기할 때, MZ세대가 주를 이뤘다면요. 어느새 알파세대라는 키워드가 유통 뉴스에 자주 등장하는 것을 보면 이들의 움직임에 대해서 시장도 조금씩 주목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알파세대는 AI 네이티브 세대입니다.
유튜브, 틱톡, 인스타그램 등의 디지털 플랫폼을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활용하는 이들은 태블릿, 스마트폰이 장난감보다 먼저 손에 익숙해졌고, 추천 알고리즘에 기반해 콘텐츠와 제품을 구매하는 데 익숙합니다.
교육부 통계를 살펴보면, 2024년 기준 국내 초등학생 스마트폰 보유율은 71.8%고, 2023년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틱톡의 10대 이용자가 전체의 35%를 차지한다는 것을 볼 때, 알파세대가 SNS 플랫폼에서 스마트폰을 활용해 자연스럽게 점유율을 가져가고 있음을 알 수 있어요.
그리고 #초등학생브이로그 #내돈내산 등의 해시태그 조회수가 각각 1억 회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디지털 친화적인 검색 행태까지 보여주면서 적극적으로 검색하고 콘텐츠를 찾아다니고 있습니다. 알파세대는 SNS 활동을 통해 수많은 브랜드들을 접하고 이들과 상호작용을 하는 데 있어서 기업이 제시한 가치를 단순히 수용하지 않고, 브랜드 콘텐츠를 재구성하고 놀이화하는 세대로 성장하고 있어요.
다이소가 제일 좋아요

알파세대는 다이소와 편의점, 올리브영을 좋아합니다. 기존 세대들은 스타벅스, 나이키 등 특정 유명 브랜드를 좋아하지만요. 알파세대는 생활밀착형, 가격접근성이 높은 브랜드를 선호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그 공간에서 하나의 놀이를 하듯 쇼핑하고,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면서 소비하는 모습이 뚜렷해요.
2023년 소셜 언급량을 기준으로 보더라도 알파세대 선호 1위 브랜드는 다이소예요. 삼양의 불닭 시리즈는 10대 유튜버 콘텐츠에서도 등장 빈도가 상당히 높은 편이죠. GS25, CU와 같은 편의점의 경우 '내가 고르는 나만의 간식 루틴'과 같이 직접 선택해 콘텐츠화하고, SNS에 공유하는 관점으로 브랜드를 선택하고 소비합니다.
알파세대는 왜 다이소를 좋아할까요?
그 이유는 단순히 '싸서'가 아니에요. 다이소는 본질적으로 브랜드가 없는 브랜드입니다. 한마디로 고정된 캐릭터나 브랜드 메시지를 강요하지 않고 사용자에게 선택의 해석권을 온전히 맡긴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죠.

그리고 다이소는 알파세대에게 3가지를 제공합니다.
첫째, 진열은 '정리'가 아닌 '탐험'으로 접근합니다.
둘째, 제품은 '브랜드'보다 '상황'에 맞춥니다.
셋째, 초단기 소싱 주기와 실험적 큐레이션으로 소비자에게 접근합니다.
하나씩 알아볼게요.
① 진열은 정리가 아닌 탐험
다이소의 매장은 기존의 카테고리 매장이 아니에요. 생활용품, 장난감, 디지털, 문구 등 다양한 상품군이 10~15평 내외의 매장 공간에 다층적으로 진열돼 있죠. 그리고 매장 곳곳에는 '귀여운 아이템'이나 '숨겨진 잇템'이 흩어져 있어요. 이러한 진열 구조는 알파세대에게 찾는 재미, 보물찾기형 소비 경험을 선사하게 되죠.
그래서 그들은 다이소에 방문하면 단순한 쇼핑을 한다고 느끼기보다는 일종의 미니게임처럼 소비합니다.
관련하여 제 조카가 올해 중학교 1학년에 들어갔는데요. 6학년 때에만 해도 이모와 함께 다이소를 자주 다녔던 그 친구의 쇼핑 스타일을 보면 먼저 매장 전체를 한 바퀴 쭉 둘러보고요. 마음에 드는 섹션이 있으면 다시 한 번 보면서 아이템을 발견하고, 심각한 표정으로 한참을 살펴보던 모습이 기억납니다. 전형적인 알파세대의 소비를 하고 있던 거죠.
② 제품은 브랜드보다 상황에 초점
다이소 제품은 대부분 자체 브랜드(PB)를 기반으로 하며 제품마다 정형화된 브랜딩을 하지 않아요.
그래서 알파세대가 소비할 때 그들의 상황에 맞게 변형해서 사용을 정의하기도 합니다. 이를테면 '이건 학교에서 써야지', '이건 친구 생일선물용이야'라고 하여 개인 상황에 맞게 해석하고, 범용성 있게 접근하는 거죠.
알파세대처럼 자기 선택에 의미를 두는 소비자들에게 다이소는 자율성과 상상력을 자극하는 제품 구성을 제공하는 겁니다.

생각해 보면 예전에는 제품을 구매할 때 이건 이 용도로만, 저건 저 용도로만 정의해 구매와 소비가 이루어졌죠. 지금 다이소에 가보면 '어, 이건 여기에도 쓰겠는데'라는 생각이 들어요. 실제로 많은 인플루언서들이 다이소에서 산 아이템을 기존 용도와는 다르게 응용해서 쓰는 걸 보여주면서 훨씬 더 상상력을 자극합니다. 이러한 경향이 알파세대의 소비에도 영향을 주고 있어요.
③ 초단기 소싱 주기와 실험적 큐레이션
다이소는 월간 단위로 새로운 테마 제품을 테스트하고, 빠르게 재고를 소진해 매장에 끊임없이 변화를 주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3월에는 입학/졸업 테마에 맞춰서 제품구색을 고민한다면, 4월에는 봄소풍, 피크닉 테마 등으로 진열을 바꾸는 거죠.

이러한 접근 방식은 계절-상황 중심 콘텐츠 경험의 연장선으로 보면 좋습니다. 상황별로 콘텐츠를 접근하고, 테마별 큐레이션을 통해 고객이 자주 방문해도 지루하지 않고, 매번 탐험하게 되니 다이소가 하나의 놀이공간이 되는 거예요.
늘 같은 제품이 같은 공간에 있을 때 느끼는 지루함에서 이번에는 '어떤 새로운 제품이 들어왔을까?'라는 호기심은 마케팅 측면에서 소비자의 리텐션을 증가시킵니다.
결국 다이소가 추구하는 마케팅 전략이 알파세대에게는 '브랜드'라기보다는 '무드보드'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어요.
자신이 원하는 스타일과 문맥으로 재해석할 수 있는 무한 해석형 브랜드 공간. 그래서 알파세대가 다이소에 열광하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마케터의 시선
기업들은 알파세대를 대상으로 마케팅할 때, 향후 어떤 것을 추구해야 할까요?
타깃에 따라 소비의 모습, 특징이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알파세대에게 있어 브랜드는 '기억할 대상'이기보단 '놀 수 있는 친구'로 접근해 많은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그래서 고정된 정체성 대신 무한한 자기 해석 가능성을 제공하면서 알파세대에게는 자율성, 상상력을 제공해 어린 소비자들이 자유롭게 조합하고 꾸미고 영상으로 찍어 자랑할 수 있는 공간이 되는 거죠.
기업들은 새로운 세대를 향해 단순한 마케팅 전략이 아니라 세계관을 제공하는 설계자로서 접근할 필요성이 있어 보여요.
다소 어려울 수 있지만 '브랜드가 전하는 슬로건, 아이덴티티가 무엇이다!' 외치는 것보다 브랜드와 소비자가 함께 만드는 '자신만의 이야기'를 더 오래 기억하는 소비자들을 위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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