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리즘 중독의 아이콘, 틱톡
틱톡이 등장한 건 2019년이지만, 다른 SNS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시장을 장악해 단 5년 만에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높은 플랫폼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2024년 기준으로 틱톡의 전 세계 월간 활성사용자(MAU)는 17억 명이나 됩니다. 이 중 10대 사용자는 약 28%에 달하며 미국 내 13~17세 청소년의 63%가 하루 평균 1시간 이상 틱톡을 사용한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틱톡이 이처럼 청소년의 시간을 가둬두고 있는 건 '중독성' 강한 숏폼 콘텐츠에 기반한 알고리즘 때문입니다. 사용자가 한 번 화면을 넘기기 시작하면 끊임없이 개인화된 콘텐츠가 제공되죠. 그렇게 보다 보면 빠져들어 30분이 금방 1시간이 되고, 2시간이 되죠.
알고리즘 기술 덕분에 사용자가 어디에 주목하는지, 어떤 종류의 콘텐츠에 관심이 있는지 실시간으로 학습해 지속적으로 콘텐츠가 쏟아져 나오는데요. SNS는 헤어 나오지 못하는 늪이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사실 이러한 알고리즘에 대한 비판이 전 세계적으로 꽤 거세기도 합니다.
'중독'과 '정신건강' 측면에서 과도한 도파민이 디지털 니코틴이라 불리면서 청소년의 정신건강을 해치는 요소로 주목받았기 때문입니다. 거기다 인스타그램에서는 릴스를, 유튜브에서는 쇼츠를 몇 년 전부터 강력하게 밀고 있고, 심지어 숏폼 드라마도 시장을 장악해 나가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높은 수요와 수익을 기반으로 플랫폼 기업들이 앞다투어 중독성 콘텐츠를 양산하고 있는 것이죠.
저 또한 처음 릴스가 나왔을 때 정신없이 봤던 기억이 있는데요. 보다 보면 어느덧 2시간이 훌쩍 지나가 있고, 눈이 침침하더라고요. 그래서 '이거 큰일인데?'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제는 생각이 나면 간간히 릴스, 쇼츠를 보지만 30분을 넘기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자기 통제가 가능한 성인의 경우 어느 정도 자제가 되지만, 10대 청소년들에게는 스스로를 제어하기란 어려운 것 같습니다.
어딘가에 흠뻑 빠져들고 몰입하고, 그들만의 문화에 취해 있는 세대이기도 하니까요. 그래서 틱톡과 같은 숏폼 콘텐츠물이 청소년의 정신건강을 해치고 있다는 사실이 지속적으로 보고되면서 연구도 꽤 많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2023년 미국 보건복지부(HHS)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SNS 사용과 정신건강의 상관관계에 대해 경고했습니다. 이 내용을 보면 하루에 3시간 이상 SNS를 사용하는 10대는 우울증 발병 확률이 2배 이상 높아지는 것이죠.
특히 틱톡의 경우 시청자의 관심에 따라 자해, 외모강박, 식이장애, 우울 콘텐츠 등이 알고리즘에 의해 반복적으로 노출되기 때문에 우려가 훨씬 큰 건데요. 그로 인해 미국에서는 실제 틱톡이 청소년 정신건강 악화를 조장했다면서 40개 주가 공동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유럽 연합에서는 디지털 서비스법 적용 대상 1순위로 틱톡을 지정해 알고리즘 투명성 제출을 요구하고 있고요.
한국도 예외가 아닌데요.
2024년 청소년 디지털 행동 연구를 보면 국내 10대 사용자가 가장 많이 이용하는 SNS는 단연 틱톡이었습니다. 하루 평균 사용시간이 73분으로 나타났어요. 이들의 행동 연구에 대한 결과를 살펴보면, 틱톡을 사용한 후 32%는 감정이 불안정해진다고 답했고, 24%는 중독처럼 멈추기 어렵다고 답했다고 합니다. 특히 10대 사이에서 자기혐오 계정, 다이어트 챌린지, 극단적 비교와 같은 콘텐츠가 상당수 소화가 되고 있어 문제가 더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이죠.
틱톡의 대응, 명상이 과연 해결책인가?
이렇게 시끄러운 여론 속에서 틱톡은 얼마 전에 '명상 모드'를 오픈한다고 밝혔습니다. 와인드 다운(Wind down) 기능 또는 명상 기능이라고 하는데요. 이 기능은 청소년이 밤늦게까지 앱을 사용하는 것을 제한하기 위해 만 18세 미만 사용자가 밤 10시 이후 앱을 사용하면 추천 피드가 중단되고 자동으로 전체 화면에 '가이드 명상 운동' 프로그램이나 차분한 명상 영상 콘텐츠가 표시되는 거예요.

사용자가 더 사용하려고 하면 '쉼이 필요해요', '그만 쉴게요' 등의 버튼이 노출되고, 수면 유도를 하거나 더 사용을 하지 못하도록 제어합니다.
이와 더불어서 패밀리 페어링 기능도 강화한다고 밝혔는데요. 패밀리 페어링이란 부모나 보호자가 자녀의 계정에 연결해서 스크린 타임을 제한하거나 쉬어가기 시간대를 설정할 수 있으며 팔로워 및 팔로우 목록 확인, 차단 계정 확인 등 다양한 관리 기능을 제공해 청소년에게 유해한 콘텐츠가 노출되는 것을 모니터링하고 제어할 수 있게 되는 거예요.

만일 보스님들이 매일 틱톡을 이용하는데, 갑자기 밤 10시가 넘었다고 명상 모드가 나오면 어떻게 할 것 같나요? 만일 저라면 유튜브의 쇼츠나, 인스타그램 릴스 등 타 플랫폼으로 이동할 것 같습니다. 플랫폼들이 연합해 공통의 규율을 만들지 않는다면 해당 사용자 트래픽이 다른 트래픽으로 이동하고 숏폼 콘텐츠는 여전히 소화가 되겠죠.
따라서 틱톡도 언 발에 오줌 누기 대응인 것으로 보이는데요. 밤에는 명상 모드가 작용되지만 낮에는 알고리즘이 그대로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자극적인 콘텐츠, 사용자 개인 맞춤형 콘텐츠가 지속적으로 나오기 때문에 그 늪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정신건강에 문제가 되는 알고리즘 흐름을 보면, 아래의 순환이 유지될 뿐이죠.
자극 → 비교 → 낮은 자존감 → 체류 증가 → 틱톡의 더 많은 수익 창출
그리고 명상 모드는 강제화 버튼이 아니라 옵션이기 때문에 사용자가 '그만 쉴게요'를 눌러야 하고, 우회 로그인도 가능하기 때문에 100% 개선을 위한 움직임은 아닌 것으로 보여요. 그래서 명상 모드는 이미지 개선용 전략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합니다.
플랫폼의 책임은 어디까지 일까요?
틱톡은 여러 SNS 중 하나로 청소년 유저가 많이 이용한다는 것 자체에 대해 플랫폼으로서 책임을 져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습니다.
의도된 알고리즘이 설계되어 있고, 수익을 위해 더 자극적인 콘텐츠에 노출되도록 세팅되어 있다면 분명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용자의 자기 결정권을 왜곡할 수 있는 수준일 경우, 디지털 윤리 잣대가 들어가야 할지도 모릅니다.
여기서 추가적으로 던져야 하는 질문이 있습니다.
만약 '틱톡이 청소년에게 유해하다'는 인식이 생길 경우, 이 플랫폼에 광고를 하는 브랜드는 안전할까요?
브랜드가 브랜딩을 하는 것은 소비자의 삶 속에서 정서적 경험을 만들고, 교감을 하기 위한 목적이 있는데요. 그 경험이 자존감을 해치고 수면을 방해하고 비교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플랫폼 위에서 이루어진다면, 브랜드가 많은 사용자에게 도달하고, 효과적이니 이 광고 플랫폼을 이용해야겠다고 결정하는 것이 맞을까요?
마케터의 시선

마케터의 시선에서 이야기해 보자면 디지털 웰빙, 건강한 스크린 타임의 중요성, 심야 시간대의 마케팅 전략 변경, 사회적 책임에 대해 정리해 볼 수 있습니다.
- 디지털 웰빙, 건강한 스크린 타임
기업이나 브랜드가 더 이상 무조건적인 스크린 타임 증대만을 목표로 할 경우, 소비자들은 디지털 기기 사용에 대한 피로도와 부정적인 인식을 가질 수 있습니다. 마케팅 측면에서 우리 브랜드는 소비자의 삶의 질을 향상하기 위해 어떤 방식으로 기여할지 고민해 볼 수 있습니다. - 심야 시간대의 마케팅 전략 변경
틱톡과 같은 플랫폼에서 청소년이나 특정 사용자층의 심야 시간제한을 하게 될 경우, 자연적으로 트래픽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에 마케팅 기업 입장에서는 노출이 제한되거나 효율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효과적인 광고 노출시간과 적절한 메시지 설계 전략이 중요합니다.
- 사회적 책임
브랜드는 단순 제품을 판매한다는 이미지보다 소비자의 건강한 디지털 생활, 사회적 가치 추구를 보여주는 가치지향 마케팅에 투자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바로 이러한 활동이 장기적인 고객 충성도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론적으로 틱톡의 명상 모드 정책은 단순히 플랫폼 변화를 넘어 디지털 시대 소비자의 변화하는 가치관과 니즈를 반영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무언가에 잔뜩 중독된 이 사회에서 하나씩 자기 통제권을 회수하며 조금 더 나답게 사는 고민을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 이 글의 원고는 아샤그룹 이은영 대표님이 제공해 주셨으며, 큐레터가 편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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