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로 충격을 주었던 기업들 중 한 곳인 티몬은 8월 11일, 영업을 재개한다고 밝혔다가 번복했어요. 안정적인 서비스 제공을 위해 기업회생절차의 최종 종결이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8월 안에는 절차가 끝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나, 서비스 재개 일정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어요.
미뤄지긴 했지만, 오아시스(오아시스마켓 운영사)가 티몬의 새로운 주인이 되기로 한지 약 두 달 만에 결정된 ‘영업 재개 선언’이라 우려와 기대가 공존하는 듯 보이는데요. 티몬은 과연 부활할 수 있을지, 오아시스는 무엇을 노리고 있는 건지 함께 살펴볼게요.
티메프 사태는 워낙 유명하고, 잘 정리해둔 링크가 있어서 따로 설명하지 않을게요.
미정산 사태가 커지면서 여러 업계에 직·간접적으로 큰 영향을 미쳤고, 본격적으로 이커머스에 대한 신뢰도가 뚝 떨어졌어요. 이후에 쿠팡의 영향력이 커진 데 이바지한 이슈이기도 합니다.
이커머스 시장을 보면 여전히 쿠팡, 네이버, 11번가 그리고 중국의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경쟁자가 많지만요. 대규모 미정산 사태는 판매자든 소비자든 이커머스 플랫폼을 선택할 때 신뢰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도록 만들었어요.
티몬의 새 주인 오아시스
그 와중에 티몬의 새 주인은 ‘오아시스’가 됐습니다. 셀러들의 반발이 거셌으나, 결국 이뤄진 건데요. 인수가 결정된 이후에도 비판적인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 이유가 있죠.

티몬은 채무(약 1조 2258억 원)를 감당하지 못해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했었어요. 법원은 회생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절차를 밟았는데요. 이 과정에서 회생계획안이 거센 비판을 받았어요. 총금액 1조 2258억 원 중에서 99.3%를 탕감하고, 102억 원만 현금으로 변제하는 계획이었기 때문인데요. 즉, 이번 티몬 이슈로 인해 내가 받을 돈이 1,000만 원이라면 7만 원만 돌려주겠단 소리예요.
나머지 돈은 회사의 주식으로 받게 되지만, 회생 과정에서 소각될 예정이라 사실상 받기 어려워져요. 티몬은 구영배 전 큐텐 회장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등의 이익이 발생하면 채권자들에게 나눈다고 밝혔지만, 금액도 부족한 데다가 시간도 오래 걸려 기대하기 어렵다고 하고요.
이 계획안은 채권단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될 뻔했지만 법원이 강제로 인가했고, 그렇게 오아시스가 티몬을 인수하게 된 거예요. 법원은 여러 요인들을 고려해 오아시스가 티몬을 인수하는 게 더 낫다고 판단한 거죠. 인수금액은 181억 원이며 티몬의 현재 브랜드는 유지될 계획이에요.
13년 연속 흑자 이커머스 기업
쿠팡이 2년 연속 흑자를 기록하면서 어느 정도 흐려진 사실이지만, 오아시스마켓은 이커머스 중 유일하게 지속적으로(13년째) 연간 흑자를 기록하는 곳이에요. 그것도 새벽배송으로 범위를 줄이면 더 유일하죠.
국내 최대 규모의 커머스 버티컬 뉴스레터 🥤트렌드라이트님이 댓글로 남겨주신 정보가 이해하시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 함께 남깁니다.
오아시스는 순수 이커머스 기업이 아닙니다. 오프라인 매장을 같이 운영하고 있고, 비중도 꽤나 커서요. (몇년 전까지는 오프라인이 더 컸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지금은 역전이 되었지만) 더욱이 각각의 영역에서 손익이 어떤지 이런 부분은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론 본문에서 강조해 주신 13년 연속 '이커머스 기업' , '새벽 배송' 기업은 큰 의미가 있어 보이진 않습니다.
👉 트렌드라이트님의 관련 칼럼 - 오아시스에게 티몬 인수보다 더 시급한 건
오아시스는 ‘우리생협(우리소비자생활협동조합)’ 출신의 경영진이 만든 기업으로, 주로 유기농·친환경 식품을 다뤄요. 현재 50여 개의 오프라인 매장, 이커머스 ‘오아시스마켓’을 운영하고 있죠. 2011년 창립 후, 흑자를 놓치지 않았으며 2018년 ‘오아시스마켓’을 론칭하고 나서도 마찬가지예요. 2024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5171억 원, 229억 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어요.

강점으로는 ‘물류’가 꼽혀요. 모기업이 코스닥 상장사 IT 기업인 ‘지어소프트’라는 점도 재밌는데, 이 기술력으로 물류 시스템 ‘오아시스 루트’를 만들었거든요. 사람의 수작업 효율성을 높였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었죠. 여기다 오프라인 매장을 물류 거점으로 활용해서 인근으로 배송하기도 하고, ‘메쉬코리아’와 합작해서 만들었던 ‘브이’의 지분을 전량 인수하면서 퀵커머스에 대한 의지도 드러냈어요.
그간의 행보를 보면, 오아시스는 ‘작지만 단단한 회사’라는 타이틀이 적절해요. 쿠팡, 컬리, SSG닷컴 등 식품을 다루는 이커머스 중에서도 우리가 오아시스는 잘 모르는 만큼, 홍보나 마케팅에 적극적인 곳도 아니고요. 천천히, 그렇지만 탄탄하게 성장했어요. 플랫폼들의 신뢰가 떨어져, 수익성이 중요해진 시대에 어쩌면 가장 적합한 곳이라고 할 수도 있겠네요.
티몬, 부활 가능성은 있을까?
최근 전해진 소식에 따르면 티몬의 판매자 채권 변제는 거의 다 이루어진 것으로 보여요. 또한 판매자를 지원하기 위해 업계 최저 수준인 3~5%의 수수료율, 익일 정산 시스템 등의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오아시스가 티몬을 인수하면서 얻는 건, 티메프 사태 이전 국내 종합몰 6위였던 티몬의 고객과 셀러라는 분석이 대부분이에요. 비식품 영역을 강화하면서 추가적인 성장을 노린다는 거죠. 실제로 오아시스마켓은 ‘오픈마켓’ 사업인 ‘오아시스 루트(OASIS ROUTE)’를 별도 탭으로 홈페이지에 구현해두었어요. 티몬을 별도로 운영하면서 정상화에 힘을 쏟는 한편, 오픈마켓 + 빠른 배송 사업모델을 계획하고 있어요.

다만, 시장의 반응은 엇갈려요. 우선 티몬의 부활이 불확실해요. 티메프 사태로 인해 피해를 입은 소비자와 판매자들은 금액을 돌려받지 못했잖아요. 앞서 말한 것처럼 1,000만 원을 손해봤는데, 7만 원만 돌려준 거죠. 피해자는 티몬에 등을 돌릴 수밖에 없어요.
일각에서는 피해를 입은 판매자들이 손해를 복구하기 위해 티몬이 제시하는 낮은 수수료율에 반응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하는데요. 이마저도 계속 유지할 수는 없는 전략이에요.

더군다나 이러한 상황이 잘 알려졌는데 소비자들이 ‘티몬을 과연 이용할까?’에 대한 의문이 들어요. 이미 압도적인 점유율을 가진 쿠팡, 네이버 등이 존재하는데 불안한 티몬을 이용할 만한 가치가 있어야 한다는 거죠. 때문에 티몬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추가적인 비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와요.
IPO를 노리는 오아시스
궁극적으로 오아시스가 티몬을 인수한 이유는 한차례 고배를 마셨던 IPO에 재도전하기 위한 것으로 추측되고 있어요. 2023년 오아시스는 IPO를 추진했으나 흥행이 어려워 철회한 바 있는데요. 이번에 티몬을 인수하면서 몸집을 불려 다시 도전하겠다는 거죠.
‘작지만 단단한 회사’라는 타이틀은 여기서 아프게 작용해요. 컬리를 예로 들면, 패션과 뷰티 등으로 카테고리를 확장한 뒤, 지난해 거래액은 3조 1천억 원대에 달하며, 매출액은 2조 2천억 원 수준으로 알려졌는데요. 직매입 기반인 오아시스의 매출은 이보다 크게 낮은 5천억 원 수준이에요. 이 때문에 오아시스가 티몬을 통해 오픈마켓 사업을 확장하고, IPO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거죠.
그런데 이러한 확장은 ‘수익성’이라는 강점을 흐리게 만들 수도 있어요. 오아시스가 그동안 흑자를 낸 이유는 작지만 효율적으로 운영했기 때문이거든요. 점차 확장 중이지만, 아직은 주요 새벽배송 구역이 수도권에서 머지않았고, 물류 거점 역할을 겸한 오프라인 매장에서 재고를 소진하면서 폐기율을 크게 줄였어요. 경쟁사 대비 SKU를 적게 유지해서 효율적인 운영에 집중했고요.
대부분의 경쟁사는 조 단위 적자를 보면서까지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규모의 경제를 만들어서 흑자를 만드는 이른바 ‘계획된 적자’ 방식을 택했지만, 오아시스는 내실을 다진 거죠. 그런데 여기서 오아시스가 규모를 노리면서 자칫 티몬을 잘못 다루다가는 탄탄했던 수익성에 금이 갈 수도 있다는 점이 우려돼요. 2024년 기준, 영업이익률도 약 4.4%(229억 원)로 경쟁사보단 높은 수치지만, 본격적으로 투자한다면 금방 적자로 바뀔 수 있어요.

전국 ‘쿠세권(로켓배송 권역)’을 만드는 쿠팡은 이미 2년 연속 흑자에다가 네이버와 함께 2강 체제로 거의 국내 이커머스 시장을 굳힌 상황입니다. 오아시스보다 규모가 큰 컬리는 새벽배송 구역을 계속 늘리고 있고요. 이러한 시장 환경에서 오아시스 + 티몬이 이들과 경쟁하거나, 또는 매출이 계속 성장하는 그림이 쉽게 그려지진 않습니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유통 기업이 이커머스를 인수했을 때 긍정적인 결과를 보여준 사례도 드물고요.
그럼에도 아직 오아시스의 전략이 아직 명확하게 알려진 건 아니죠. 예상을 깨고, 티몬이 오아시스에게 좋은 기회가 되어 시장을 흔드는 게임 체인저가 되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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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깐! 바쁘니까 후딱 읽고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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