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중보다 한 발이 아닌, 반 발만 앞서가라."
25살 인턴이 AK몰 SNS를 최초 론칭해 한국 기업 계정 중 리트윗 1위를 기록했습니다. '낮잠자기 대회'라는 파격 프로모션으로 헬기까지 동원한 방송 취재를 이끌어내며, 리스크와 창의성 사이의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즐겼던 양성욱 CMO. 그의 15년 마케팅 여정은 정해진 길을 따르지 않고, 스스로 길을 만들어온 기록입니다.
진짜 전환점은 F&B였습니다. SCF에서 2년 반 만에 8개 매장을 40개 이상으로 확장하며, 그는 마케터에서 '공간 가치 창조자'로 진화했습니다. 프렌치토스트 제작 과정을 쪼개서 SNS 알고리즘 훅을 찾아내고, 같은 브랜드라도 판교·강동·을지로·서울역마다 전략을 달리하는 하이퍼 로컬라이제이션을 구현했죠. 미슐랭 원스타 셰프와 협업하며 예술성과 회전율 사이의 균형점을 찾아내는 그의 방식은, 마케팅이 더 이상 '홍보'가 아니라 '경험 설계'임을 보여줍니다.
"숫자는 거짓말 안 하지만, 숫자를 해석하는 인간은 실수할 수 있다." AI로 신메뉴를 제안받고 인테리어를 시뮬레이션하면서도, 그는 매일 매장을 돌며 직접 먹고 경험하며 사람들의 의견을 듣습니다. F&B 경력 2년 반이지만, 이미 '잘 되는 매장은 왜 잘 되는지' 체화된 육감을 갖췄습니다.
그의 핵심 가치는 '연결(Connection)'입니다. 공간과 콘텐츠, 브랜드와 고객, AI와 인간, 서로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을 연결해 시너지를 만드는 것이죠. "5년 후, 10년 후? 저는 미래 생각 안 해요." 원대한 비전 대신 지금 하고 있는 것을 꼼꼼하게 완성하는 것, 화려한 브랜딩보다 속이 꽉 찬 내실을 다지는 것에 집중합니다.
마케팅은 고객이 듣고 싶은 이야기와 브랜드가 말하고 싶은 이야기의 '접점'을 찾는 일이며, 그 접점은 회의실이 아니라 현장에 있다고 말하는 양성욱 CMO. 지금도 매장을 돌아다니며 데이터를 체화하고 있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AK몰 인턴 시절 SNS를 최초 론칭해 한국 기업 계정 중 리트윗 확률 1위를 기록하셨고, 개인적으로는 100만 구독자 크리에이터가 되셨습니다. 두 성공 사례를 관통하는 핵심 법칙은 무엇이었나요?
핵심은 '참여를 통한 공감'이었어요.
AK몰 공식 홈페이지에서 하는 뻔한 이야기를 SNS에서 그대로 반복하면 재미가 없잖아요. 저는 딱딱한 브랜드 홍보 대신 백화점 직원들이 휴게실에서 나눌 법한 솔직한 이야기, 협력 브랜드들과의 뒷얘기를 많이 올렸어요.
기업이 말하고 싶은 이야기와 팔로워가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의 교집합을 찾는 것이 핵심이었죠. 예를 들어 명품 브랜드가 우리 매장에 단독으로 들어온다는 내용을 비밀유지 조항만 빼고 미리 공개한다거나, 브랜드의 새 광고모델 정보를 해당 브랜드 홍보팀과 공개 시점을 조율해서 가장 먼저 독점으로 알리는 식이었어요.
2009년 당시 트위터가 한국에 막 들어올 때라 임원분들도 SNS가 뭔지 잘 모르셨어요. 덕분에 간섭 없이 자유롭게 운영할 수 있었죠. 당시 25살 인턴이었던 제가 퇴근 후에도 고객들과 계속 대화를 이어갈 수 있었던 건, 업무라기보다 놀이처럼 즐겼기 때문이에요.
대학생 참여 프로그램 'MVP 서포터즈'로 월 500만 PV와 연간 20억 원 이상의 광고 효과를 만든 비결은 무엇인가요?
'경험을 경력으로 만들어주는 성장 자산'이었어요.
저 자신이 대학생 때 서포터즈 활동을 했기에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았거든요. 입사 3일 만에 제안서를 제출했고, 1~2기를 운영하면서 실제 방문자 수와 매출 기여도를 정량화해서 지속적으로 보고했어요. 인턴 신분임에도 상무님께 직접 메일을 보내 "우리가 이만큼 성과를 냈습니다"라고 어필하기도 했죠.
결정적이었던 건 인사팀과 협업해서 서포터즈 활동을 채용 프로세스와 연결한 거예요. 우수 인재를 확보하려면 명확한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거든요. 그래서 활동 내용을 정량화한 포트폴리오를 제공하고, 애경그룹 현직자 멘토링 기회를 마련하고, 입사 지원 시 가산점까지 부여했어요. 이것이 입소문을 타면서 본사 신입사원 채용 서포터즈까지 제가 담당하게 됐습니다.

거기서 멈추지 않고 아예 회사 안에 마케팅 대행 조직을 만들었어요. 회사가 시킨 것도 아닌데 제가 사업부로 만든 거죠. 다른 기업 업무를 대신 처리해 주고 매달 용역비를 AK몰 명의로 받았어요. 덕분에 KBS, 게임회사, 벅스뮤직, 미래에셋 같은 다양한 업종을 간접 경험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왜 그렇게까지 했나 싶은데, 당시엔 너무 재미있게 일했고 그게 지금은 정말 큰 자산이 됐어요.
'낮잠자기 대회' 같은 파격적인 프로모션을 진행하셨는데, 창의성과 리스크 관리 사이의 균형점을 찾는 본인만의 기준은 무엇인가요?
리스크 관리의 핵심은 파일럿 규모로 상한선을 명확히 정하는 거예요.
'낮잠자기 대회'는 서포터즈 친구들과 함께 기획했어요. 저는 경품 이벤트가 재미없다고 봤거든요. 정말 쫄깃하게 해보자 싶었죠. 시험 기간에 밤새우는 대학생들, 피곤한 현대인들 보면서 아이디어가 떠올랐어요. 아예 판 깔아서 잠만 자는 걸로 하자고요. 경품도 수면 관련 제품으로만 몰빵했습니다.
장소는 전략적으로 여대를 택했어요. 개방된 대학 캠퍼스에서 낮 시간에 진행하면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었거든요. AK몰 주 고객이 30~40대 직장 여성이었는데, 미래 고객이 될 여대생들과 긍정적 브랜드 경험을 공유할 수 있다고 판단했죠. 혹시 모를 안전 이슈를 고려해 여대로 한정한 것도 있었고요.
대회 방식도 치밀하게 설계했어요. 코끼리코 10바퀴를 돌고 순서대로 베개, 담요, 인형, 안대 같은 수면 아이템을 선택하게 했죠. 본격적으로 20분간 자유 수면 시간을 준 후, 5단계 평가로 진짜 깊이 잠든 사람을 가려냈어요. 바람 불기부터 시작해서 벌소리 들려주기, 사진 찍기, "축하합니다 1등!" 속삭이기, 데시벨 측정까지요. 침 흘리기, 코골기 같은 요소는 가산점으로 반영했습니다. 참가자 30명 중 올패스한 분들이 많아서, 68데시벨에 침까지 흘린 분이 최종 우승했어요.

결과는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어요. 페이스북 홍보글을 올리자마자 신청자가 3만 명 이상 몰렸고, VJ특공대, JTBC, 채널A, KBS 등 주요 언론사에서 먼저 연락이 왔죠. 저희가 오히려 조건을 제시했어요. "AK몰 로고 절대 모자이크 처리하지 마세요." 헬기까지 띄워 촬영했는데 실제 방송에 브랜드 노출이 그대로 나갔어요. 9시 뉴스에서는 현대인의 피로 사회를 다루는 공익적 이슈로 전달해 줘서 더 좋았고요. 네이버 메인에도 2번이나 올랐습니다.
창의성과 리스크 사이의 균형점은 "대중보다 반 발에서 한 발만 앞서가기"예요. 너무 앞서가면 시장이 안 따라오거든요. 그리고 성공 원인과 실패를 투명하게 분석해서 매뉴얼로 만들고, 이걸 조직의 학습 자산으로 전환하는 게 핵심이라고 생각해요.
조직 내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설득할 때 가장 효과적이었던 방법은 무엇인가요?
'이해관계 분석 기반의 투 트랙 소통'이었어요.
먼저 객관적 트랙에서는 각 이해관계자의 내부 역학관계와 업무 연관성을 철저히 분석했어요. 우리가 추진하는 일이 그들의 업무에 어떤 긍정적 영향을 줄지 데이터로 보여주는 거죠. 작은 성공을 계속 쌓아가며 객관적 근거를 만들었어요. 품의를 올릴 때도 지난 결과를 숫자로 정리해서 "이건 할 수밖에 없는 사업인데, 거절하는 게 오히려 이상하다"는 식으로 만들었죠.
주관적 트랙에서는 제가 먼저 커피챗이나 식사를 제안하며 '우군'을 만들었어요.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거든요. 제가 모셨던 상무님 세 분 모두 "니 하고 싶은 거 해"라고 하셨어요. 어르신들도 본인이 맡은 사업부에서 통통 튀는 일을 하면 그룹이나 업계에서 "얘네 특이하고 재미있게 하네" 이런 평을 듣는 걸 좋아하셨거든요.
저는 외부 브랜딩보다 내부 인원에 대한 브랜딩이 우선이라고 믿어요. 결국 일은 사람이 하는 거니까요.

'브랜드×유튜버 매칭 커머스'로 ROAS 700%를 달성한 비결은 무엇이었나요?
핵심은 '광고비를 선불로 지급하지 않고, 판매 후 수익을 나누는 구조'였어요.
서울스토어에는 '마이큐레이션'이라는 사업부가 있었어요. 유튜버가 자신의 스타일에 맞는 제품을 선정해 구독자에게 소개하면, 구독자는 '친구 할인 코드'로 5% 할인받고 크리에이터는 5% 수익을 가져가는 방식이었죠. 저희는 제품만 제공하고 판매 후 적립금으로 정산했으니 선불 광고비가 거의 들지 않았어요. 물론 건당 수백만 원을 받는 상위 크리에이터들은 관심을 보이지 않았지만, 애초에 그쪽은 타깃이 아니었어요.
대신 성장 가능성 있는 크리에이터 발굴에 집중했죠. 기존 판매 데이터를 분석해 유튜브 추천 알고리즘을 활용했어요. 유사 스타일의 크리에이터를 찾아 개별 연락했죠. 브랜드마다 어울리는 크리에이터가 다르기 때문에, 상품 담당자를 통해 "이 크리에이터가 이 브랜드와 잘 맞을 것 같다"며 브랜드당 3~5명씩 매칭했습니다. 지금은 아이돌이지만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노래하는 하람'도 이 방식으로 의미 있는 수익을 올렸어요.
MCN 기획사들과도 협업했어요. 대형 MCN을 보면 상위 크리에이터는 광고 제안이 지속적으로 들어오지만, 나머지는 일감이 부족하거든요. 그쪽에 "유휴 크리에이터들을 모아 협업하면 판매 실적에 따라 수익을 배분받을 수 있다"고 제안했죠.
결과적으로 광고비 투자 대비 매출이 평균 7배였어요. 선불 광고비가 없으니 손실 위험도 없었죠. 당시 무신사나 29cm 같은 경쟁사에서도 저에게 운영 방식을 문의했을 정도로 서울스토어만의 차별화된 모델이었습니다.
SCF에서 '내부 빅데이터와 외부 소셜 데이터를 결합'하신다고 했는데, 이를 기반으로 상권별 맞춤 전략을 어떻게 실행하시나요?
온라인 쇼핑몰의 고객 경험 관리와 똑같아요. 마케팅으로 고객을 매장에 오게 하는 건 언제든 가능해요. 하지만 여기서 좋은 경험을 해야 재방문하고, 아니면 욕하고 나가는 거잖아요. 신규 고객 유입보다 재방문 고객 관리가 훨씬 중요합니다.
저는 가장 먼저 그 상권에서 주로 소비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게 뭔지, 그 분야에서 가장 잘하는 브랜드는 어딘지 철저히 분석해요. 상권별로 고객 특징이 완전히 다르거든요. 역삼, 서울역, 광화문 같은 상업 빌딩가 직장인들은 빠른 서빙을 원하고, 연령층 높은 주거 지역 고객들은 1:1 맞춤 서비스와 질 높은 응대를 중요하게 생각하죠. 회식이 많은 상권에는 프라이빗 공간이 필요하고요. 그래서 저희는 점심과 저녁을 나눠서 각 시간대 주 고객층에 맞게 메뉴 구성부터 직원 배치까지 다양하게 테스트해요.
F&B 매장에는 활용할 수 있는 내부 데이터가 정말 많아요. 계산대 결제 데이터, 재료비 비율, 버려지는 식재료량, 시간대별 인건비 같은 것들이죠. 저희는 현재 30개 넘는 매장을 운영하면서 식재료를 대량 구매해 원가를 줄이고 있고, 전 매장 데이터를 점장들끼리 자유롭게 공유하며 버려지는 식재료도 줄이고 있어요.
외부 데이터로는 고객 리뷰가 가장 중요해요. 저는 매일 캐치테이블, 네이버 리뷰, 블로거 글까지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브랜드 단톡방에 계속 공유해요. 현장에서만 일하다 보면 고객 반응을 놓치기 쉽거든요. 저는 외부 시선으로 계속 피드백을 주고, 정기적으로 지인들을 보내서 평가도 받아요.
저는 이사진 중에 제일 많이 돌아다니면서 먹는 사람일 거예요. 지금도 체험단 신청하고 블로그도 쓰고, 요즘은 와이프도 동반해요. 오히려 업계 사람 말고 일반 손님 의견이 더 중요하거든요. 지금은 중식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어서 관계자들과 채팅방 만들어서 계속 먹어보고 의견과 사진도 주고받고 있어요.
결국 핵심은 우리가 소화할 역량이 되는지 냉정하게 판단하는 거예요. 내부에서 자신 있으면 빠르게 진행하지만, 지금도 수많은 기회가 와도 저희 능력 안에서 할 수 있는 프로젝트인지 따져봐요. 고객을 만족시키지 못할 프로젝트는 시작도 하지 않습니다.

프렌치토스트를 SCF의 첫 콘텐츠로 선택한 이유와, 조회수 1,200만 영상이 나올 정도로 SNS에서 폭발적으로 확산된 전략의 핵심은 무엇인가요?
저희는 아이템을 먼저 정하지 않아요. 투자 금액을 10개월 안에 회수할 수 있는 공간을 먼저 찾고, 그 공간에 맞는 콘텐츠를 정하는 방식이죠.
커피나 음료만으로는 목표 수익을 내기 어려웠어요. 빵이나 디저트가 필수였는데, 처음부터 제빵 시설에 투자하기엔 비용과 공간 부담이 컸죠. 그래서 간단한 디저트로 방향을 잡았고, 판교·분당에 없으면서도 수요가 확실한 아이템이 프렌치토스트였어요.
서울과 도쿄의 주요 프렌치토스트 전문점은 거의 다 방문했어요. 하루에 섭취할 수 있는 양이 한정되어 있어 조금씩 시식하고, 팀원들과 함께 각자의 평가를 취합해 공통 인사이트를 도출했죠. 이를 개발팀 레퍼런스로 전달했고, 이후 빵 종류별, 시럽 비율별로 수백 차례 테스트를 진행했어요.
SNS 확산 전략은 만드는 과정을 쪼개서 알고리즘에서 반응 좋을 만한 '훅'을 찾는 거였어요. 풍성한 계란물에 브리오슈를 푹 담그는 장면, 브리오슈에 주사기로 계란물을 주입하는 비주얼, 미국 CIA 요리학교 제빵 전문가가 직접 만드는 브리오슈 스토리 같은 거요.

저희가 자체 숏폼 영상을 만들었는데, 그걸 본 크리에이터들이 먼저 촬영하고 싶다고 연락 왔어요. 그중에 지금 조회수 1,200만이 넘는 영상도 나왔죠.
프렌치토스트 때문에 방문했다가 커피 맛도 확실히 다르다는 평이 나오면서 판교뿐 아니라 강동 이케아몰, 을지로, 서울역까지 확장했고, 내년 1월에는 스타필드 수원에서 팝업도 할 예정이에요.
대형 인플루언서와 지역 마이크로 인플루언서의 협업 전략을 어떻게 다르게 가져가시며, 실제 집객으로 연결되는 마케팅 효과는 어떻게 측정하시나요?
저희는 단순히 팔로워 많은 인플루언서보다 그 지역을 누구보다 잘 아는 찐 로컬 크리에이터나 일반 블로거, 인스타그래머와의 협업을 더 선호해요.
초기 판교 매장 오픈할 때는 분당-판교 지역 크리에이터와 현지에 사는 일반인들로 서포터즈 프로그램을 진행했어요. 지금은 서울역, 을지로, 광화문, 강남 등 외국인 관광객이 많은 상권에도 매장이 있어서 글로벌 크리에이터와도 협업하고 있고요.
콘텐츠 좋아요 수나 조회수도 중요하지만, 실제 매장에 어떤 영향이 있는지는 현장 직원들이 제일 잘 알아요. 그래서 저는 항상 현장에 가서 직원들과 대화하며 피드백을 받는 걸 중요하게 생각해요. 저희의 궁극적인 목표는 콘텐츠 조회수가 아니라 실제로 사람들이 매장을 찾는 거니까요.

눈에 보이지 않는 효과도 있어요. 해당 콘텐츠를 통해 다른 쇼핑몰에서 브랜드 입점 문의가 오거나, 임대료 협상할 때 유리해지는 것들이죠.
F&B 매출 중 상당 부분이 기업 제휴에서 나와요. 판교든 강남이든 저희는 무조건 주변 회사 인사팀이나 총무팀에 연락해서 "사내 커뮤니티에 저희 매장 오픈했다고 홍보만 해주세요. 언제 오셔도 10% 할인해 드릴게요"라고 제안해요. 그러면 일반 손님 매출과 함께 회사 직원들이 단골이 되어 꾸준히 재방문하는 안정적인 매출이 생기거든요.
SCF가 2년 반 만에 8개에서 40개 이상 직영 매장으로 급성장했습니다. 이 빠른 속도를 가능하게 한 의사결정 프로세스와, 실패를 다루는 조직 문화의 핵심은 무엇인가요?
확장 속도가 저희 스스로 생각해도 너무 빠른 것 같아요. 사고 나지 않을까 계속 걱정하고 있죠.
대신 브랜드가 다양해지면서 협상할 때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게 됐어요. 상대방의 조건과 환경에 맞춰 여러 조합으로 제안할 여력이 생기는 거죠. 이제는 규모의 경제가 가능해지면서, 그 규모에 맞는 속도를 유지하는 게 중요해졌어요.
지금은 새로운 걸 시작하는 것보다 진행 중인 업무가 밀리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하는 게 더 중요해졌어요. 내부·외부 데이터로 의사결정을 하고, 그 이후부터는 각자 맡은 역할에서 병목 없이 일사천리로 진행될 수 있게 프로세스를 구축했죠. 그래서 AI 활용도 많아지고 있고요.
프로젝트 타당성 검토는 철저하게 하지만, 진행하기로 결정한 이후부터는 무서운 속도로 실행해요. 예를 들어 석문어 매장은 9월 2일에 디자인 컨셉을 정하고 추석 직후 오픈했어요. 한 달 만이죠. 단톡방에서 계속 의견 나누면서 "이 디자인 시안에서 빨간색 별로다. 파란색으로 가자" 이렇게 바로바로 결정하는 식이에요. 이사진을 비롯한 프로젝트 매니저, 점장 등은 실시간으로 온·오프 소통하며 모두 싱크업될 수 있게 집중하고 있죠.
실패는 빠르게 인정하고 교훈을 얻어요. 무엇보다 실패의 원인을 절대 사람 탓으로 돌리지 않아요. 수많은 매장의 성공과 실패 사례는 저희에게 값진 '경험'과 '데이터'가 되거든요. 매장 관리자들끼리 상시로 소통하면서 서로 벤치마킹하고, 관리자 역량뿐 아니라 매장 퀄리티를 올리는 데 도움을 주고 있어요.

내부 교육도 차별화되어 있어요. 저희는 "직원들이 독립 창업을 해도 될 만큼 실질적인 역량을 키우는 교육"을 진행해요. 제가 담당하는 마케팅 부문에서는 자영업자가 필수적으로 알아야 할 실무를 교육하고, 영업 부문에서는 고객 관리, 대표는 수익 관리와 상권 분석 등을 가르쳐 주죠.
저희는 구성원의 퇴사를 부정적으로 보지 않아요. SCF 출신이 외부에서 성공하면 저희에게도 긍정적이니까요. "언제든 돌아올 수 있으니 한번 도전해보라"고 말하죠. 실제로 이직하거나 독립 창업했다가 복귀한 직원들도 많아요. 함께 일해본 동료이기에 신뢰할 수 있고, 이미 검증된 역량을 가진 인재니까 그보다 확실한 증명이 없죠.
SCF는 '공간, 콘텐츠, 먹거리의 완벽한 조화'를 추구한다고 하셨는데, 상권별 차별화 전략과 프랜차이즈를 하지 않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SCF의 궁극적인 목표는 공간의 가치를 높이는 일이에요.
저희는 식음료 콘텐츠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뷰티(향수)나 웰니스(스트레칭센터)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하며 공간 가치를 다각도로 높이고 있어요. 실제 이사진들은 각 매장에 직접 자본을 투자하고, 역량을 인정받은 점장·매니저에게는 매장 투자 권한을 부여해요. 모두가 주인의식을 갖고 공간을 만들어내는 구조죠.
저희 목표는 프랜차이즈 체인점이 아니라 '그 지역에만 존재하는 독창적인 브랜드'가 되는 거예요. 그래서 같은 브랜드라도 상권 특성에 맞춰 메뉴와 전략을 세분화하는 지역 맞춤 전략을 실행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프렌치토스트는 판교에서는 과일 토핑, 강동은 어린이용 츄러스 스타일, 을지로는 흑임자·인절미 K-감성, 서울역은 테이크아웃용으로 제공하죠. 커피도 판교는 러프한 스타일, 이케아는 핸드드립, 을지로·서울역은 커피 매니아용 최상급 퀄리티로 차별화해요. 카츠쇼신도 판교의 치즈카츠, 서울대의 우동, 서울역·강남의 간소화된 4개 메뉴처럼 상권별로 다르게 운영하고 있어요.

저희가 가맹 사업을 하지 않는 이유는 명확해요. 가맹점 100개 이상 전개하지 않으면 수익성 확보가 어렵고, 그 과정에서 브랜드 가치가 훼손될 수 있거든요. 가맹 문의를 주시는 분들 중에는 퇴직자분들이 많은데, 평생 일해 모은 소중한 퇴직금으로 창업하시는 분들의 인생을 저희가 책임질 수 없어요. 저희도 브랜드를 타인에게 맡기는 건 받아들일 수 없고요.
대신 저희 매장에서 최소 6개월 이상 현장 경험을 쌓은 후 창업하시길 추천해요. 경험 없이 시작하는 건 정말 위험하거든요.
저희의 핵심 가치는 <카츠쇼신>에서 잘 드러나요. 올해 미슐랭 원스타를 받은 도산공원 파인다이닝 y'east의 조영동 오너셰프와 함께 만든 브랜드인데요. 고객이 몰려 주방이 감당하기 어렵거나 음식을 최적의 상태로 준비할 시간이 부족할 때 등 최상의 경험을 제공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절대 타협하지 않아요. 양해를 구한 뒤 그날 영업을 조기 종료하기도 해요. 회전율이나 매출보다 최상의 퀄리티를 최우선으로 하는 브랜드 철학 때문이죠.
F&B 매장에서 AI를 어떻게 활용하고 계시며, AI 시대에 마케터가 반드시 갖춰야 할 '기계가 대체할 수 없는 인간적 능력'은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저는 브랜드 기획부터 마케팅 전반까지 AI를 적극 활용하는 편이에요.
브랜드 기획 단계에서는 상권 정보를 AI에 입력하고 "이런 감성으로 할 건데 어떨까?" 물어봐요. 로고 작업할 때는 AI로 목업을 여러 개 만들어서 디자이너와 상담할 때 기반 자료로 쓰죠. 인테리어도 마찬가지예요. "여기 노란색 등 달아볼까?" 하면 바로 이미지로 만들어서 느낌을 확인해요.

신메뉴 개발할 때는 기존 재료 데이터를 입력하고 "이 재료들로 신메뉴 술 안주 다섯 가지 제안해 줘. 레시피도 뽑아줘" 하면 결과가 나와요. 그걸 R&D 팀에 참고 자료로 주죠. 데이터 분석도 엑셀 대신 로우 데이터를 바로 AI에 입력해서 "매출 비중 나눠줘" 이런 식으로 처리해요.
그런데 숫자는 거짓말을 안 하지만, 숫자를 해석하는 인간은 실수할 수 있어요.
원가율, 인건비, 매출, 영업이익 같은 지표도 중요하지만, 저는 보이지 않는 직원과 고객의 목소리를 절대 간과하지 않아요. 퀄리티 관리를 위해 매장에서 직접 식사하는 것도 게을리하지 않고요.
저희가 아직 2년 반밖에 안 됐으니까 저보다 오래된 점주분들이 많으실 거예요. 저는 그분들을 보면서도 계속 배워요. 계속 데이터를 쌓는 거죠. 이제는 잘되는 매장은 왜 잘되는지, 안 되는 매장은 왜 안 되는지 얼추 파악이 돼요. 여기 가면 이걸 이렇게 해야 회전율이 올라갈 것 같고, 이 후킹 포인트를 살리면 유입이 더 잘될 것 같다는 게 머릿속으로 그려지죠.
이 모든 과정을 게을리하지 않고 루틴화시키면 '체화'가 돼요. 이게 바로 머신러닝에 버금가는 육감의 체화 과정이 아닐까 싶어요.
F&B를 넘어 뷰티, 웰니스로 확장하시는데, 이런 다각화 전략의 핵심 논리와 협업 철학은 무엇인가요?
향수가 기획대로 성장하면 뷰티, 패션으로 확장할 계획이에요. 스트레칭 같은 웰니스 부문도 확장 가능성이 크고요. 유아 성장 스트레칭이나 시니어 프로그램 등 확장 영역이 정말 많거든요.
지금 저희는 부동산 비즈니스를 하면서 다양한 공간 제안을 받고 있어요. F&B가 아닌 패션이나 다른 카테고리가 필요할 때도 있는데, 다양한 옵션을 보유하고 있으면 선택지도 넓어지고 협상력도 높아지니까요.
F&B와 웰니스를 결합하는 시도도 하고 있어요. 10월 말에는 러닝과 F&B를 결합한 이벤트를 준비 중이에요. 러너들이 서울역 근처 5km 코스를 뛰고 저희 카츠쇼신에서 저녁 식사를 하며 소셜 다이닝처럼 교류하는 거죠. 을지로 크래킹커피가 오픈하면 요가 후 커피 타임 같은 프로그램도 많이 진행할 거예요. 커뮤니티와 결합해서 할 수 있는 콘텐츠가 정말 많아요.
저희 사업 모델의 핵심은 이미 검증된 전문가와 협업하는 거예요.
내부에 역량이 없는 분야를 무작정 채용부터 하지 않아요. 스트레칭은 ACS 컨디셔닝을 운영하는 원장님과 합작하고, 향수는 이미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전문가와 협업하는 식이죠. 저희 원칙이 "시장을 함께 키워서 나눠 갖자"예요. 협업 기회가 있으면 지분 공유에도 열려 있고요.

저희 경영진은 특이하게도 대부분 F&B 출신이 아니에요. 대표는 심지어 교사 출신이죠. 고정관념이나 업계 관행에 얽매이지 않다 보니 기존 F&B 전문가들과의 협업이 오히려 원활해요.
협업 방식은 명확해요. 요리는 저희가 모르니까 전문가 의견을 충분히 듣고, 대신 브랜드 방향은 저희가 설정해요. "우리가 원하는 브랜드 감성은 이거야. 테이블당 객단가 최소 10만 원, SNS에 올릴 만한 비주얼인데 제안한 건 기대와 달라" 또는 "너무 화려해. 주방에서 구현 가능하도록 조정해달라" 이런 식으로 서로 접점을 찾아요.
실제로 저희와 협업하는 셰프는 메뉴를 예술 작품처럼 접근해요. 그런데 저희는 하루 350명 정도를 소화할 수 있는 회전율이 필요했거든요. 그래서 점심 200명, 저녁 150명이 가능한 현실적인 모델로 조정했죠. 대신 파인다이닝 출신 셰프 덕분에 서비스 퀄리티, 위생 기준, 식재료 선별 기준이 다른 매장보다 훨씬 높아졌어요. 이런 식으로 서로의 강점이 시너지를 만드는 거죠.
마케터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요?
마케터끼리만 어울릴 필요 없어요.
어벤저스를 떠올려보세요. 비슷한 능력자들이 모인 게 아니라 각자 분야 최고들이 모인 거잖아요. 마케터도 마찬가지예요.
저도 이제는 마케터 커뮤니티보다 자영업자, 개발자, 요리 전문가 등 다른 영역 사람들을 폭넓게 만나려고 해요. 나중에 사업이나 프로젝트를 할 때 분야가 겹치면 협업 구조가 애매해지거든요. 실제로 마케터 친구들이 "이 사업 투자 어떻게 하면 되냐"고 물어보면 솔직하게 얘기해요. "네가 여기서 기여할 포인트가 뭐야? 내가 이미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는데 굳이 함께할 이유가 없잖아."
사업에 정말 필요한 건 저희가 못 하는 걸 잘하는 사람이에요. 파인다이닝 셰프, 백엔드 개발자, 인테리어 전문가 같은 분들이요. 마케팅이 더 필요하면 전문 대행사를 쓰면 되니까요.
돌이켜보면 회사 다닐 때 회계팀, 자금팀, 법무팀 사람들과 더 친했으면 좋았을 거예요. 저는 품의서 올릴 때마다 지적받아서 그쪽 부서를 좋아하지 않았는데, 막상 사업을 하니까 원가 계산, 손익분기점 분석, 계약서 검토 같은 지식이 정말 절실하더라고요. 개발, 디자인, 영업도 마찬가지고요
전혀 관련 없어 보이는, 오히려 정반대 분야 사람들과 접점을 많이 만드는 게 중요해요. 마케터 세미나에 참석할 시간에 제조업 박람회나 개발자 밋업에 가는 게 더 유익해요. 마케팅 공부와 최신 트렌드는 당연히 계속 따라가야 하지만, 정작 사업을 할 때는 다른 분야 전문가가 훨씬 큰 자산이 되거든요.
마지막으로, 15년간의 마케팅 여정을 관통하는 양성욱님만의 핵심 가치를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요? 그리고 5년 후, 10년 후를 어떻게 그리고 계신가요?
'연결(Connection)'이에요.
공간과 먹거리 콘텐츠를 연결하고, 브랜드와 고객의 감성을 연결하며, AI와 인간의 역량을 연결하고, 서로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을 연결해서 의미 있는 경험을 창출하는 거죠. 협업을 통해 만들어내는 시너지가 저희 핵심 역량이에요. 이 모든 '연결'이 SCF의 성장과 혁신을 이끌어가고 있습니다.
5년 후, 10년 후? 솔직히 저는 먼 미래를 구체적으로 계획하지 않아요. 저희와 함께하는 동료들의 공통점이 바로 그거예요. 하와이나 뉴욕 같은 해외 진출 프로젝트 논의도 있지만, 필수 과제라고 보진 않아요.

지금은 진행 중인 프로젝트들을 제대로 완성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바빠요. 저는 거창한 비전을 세우기보다 한 단계씩 착실하게 실행하는 걸 선호하거든요.
일단 현재 운영 중인 브랜드들과 구성원들이 방향성을 유지하며 건강하게 성장하도록 만드는 게 최우선이에요. 겉으로 화려한 브랜딩보다 내실을 다지는 일에 더 집중하고 있어요. 이 공간에 애정과 노력을 쏟고 있는 모든 구성원들, 그리고 저희 매장을 찾아주시는 고객들이 진심으로 만족할 수 있는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 그게 저희의 진짜 목표입니다.
※ 오늘의 큐터뷰는 조인후 작가님이 작성하고, 큐레터가 편집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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