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이 없어졌다는 말, 살면서 가장 와닿은 순간이 요즘인 것 같아요. 분명 얼마 전에 반팔을 입고, 겨울 간식 이야기를 했는데 이제는 붕어빵이 간절해진 날씨가 왔습니다. 출근길 두툼한 패딩을 꺼내 입은 사람들도 보이고요.
실제로 서울의 첫 얼음이 빠르게 관측됐다고 해요. 평년보다는 6일, 지난해보다는 10일이나 일렀다고 하죠. 최저 온도는 한 자릿수, 몇몇 지역은 이미 영하예요. 그야말로 ‘이른 한파’인데요. 갑자기 온 추위를, 예상치 못했다고 하더라도 마케터라면 기회를 엿봐야죠? (감기도 조심하시고요! 🥶)
오늘은 겨울 마케팅 사례와 함께, 앞으로도 날씨가 더 들쑥날쑥해질 거란 분석에 대비해 날씨를 이용한 마케팅까지 살펴볼게요!
① 서로 손을 잡아야 따뜻해지는 정류장
우리도 잘 알고 있는 건전지 브랜드 ‘듀라셀(Duracell)’은 추운 겨울로 유명한 캐나다 몬트리올에 ‘히터가 나오는 버스정류장’을 설치했어요. 건전지 브랜드답게 건전지를 닮은 모습을 하고 있는데, 핵심은 히터를 작동시키는 방식이에요.
정류장의 내부에는 마치 건전지의 양극처럼 양쪽에 (+)와 (-)가 있고요. 최소 2명 이상이 손을 대고, 서로 손을 잡아야 히터가 켜지는 구조예요. ‘따뜻함의 순간(Moments of Warmth)’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이 캠페인은 추운 겨울, 두꺼워진 옷만큼이나 멀어진 사람들 사이에서 ‘함께’라는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하죠.
한파에 따뜻한 공간을 만드는 건, 어느 정도 떠올릴 수 있지만요. 듀라셀의 캠페인은 혼자서는 온기를 만들어낼 수 없다는 부분에서 결국 서로의 따뜻한 시선, 말, 행동 등이 추위를 이겨내는 데 더 도움이 된다는 멋진 의미를 담고 있다고 생각해요.
② 폭설? 갇혀서 오히려 좋아
처음부터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폭설 덕분에 브랜드, 상품 등을 자연스럽게 홍보하게 된 사례예요. 덴마크 올보르시의 이케아에서 벌어진 일인데요. 당시 30cm가량의 폭설로 이케아 직원과 고객 약 26명이 이케아 매장에 갇혀서 하루를 보내게 됐어요. 이들은 이케아 침대에서 쉬고, 이케아 음식을 먹을 수 있었죠.
다음날 아침 이케아를 떠나기 전, 간단한 간식과 커피까지 대접받게 됐는데요. 당시 갇혔던 이들은 오히려 긍정적으로 받아들였어요. 이케아 매장을 혼자 즐길 수 있는 건 모두의 꿈이라고 말한 이도 있었고요. 이러한 소식이 전해지자, 대중들은 아포칼립스 상황에서 이케아 같은 곳에서 지내보는 것도 재밌겠다며, 부러움과 함께 이케아의 배려를 칭찬했어요.

폭설로 인한 고립이라는 다소 무서울 수 있는 상황 속에서 기업의 이미지까지 챙긴, 유쾌한 이야기예요.
③ 김연아 선수가 누볐던 얼음 호수

캐나다의 레이크 루이스 호수는 국내에서는 김연아 선수 덕분에 더 잘 알려지게 됐는데요. 이 앞에 위치한 ‘페어몬트 샤토 레이크 루이스’의 겨울 운영 전략이 좋은 마케팅 사례예요. 이 호텔은 135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어 고급스럽고, 거대하고 아름다운 호수 앞에 자리하고 있어 인기가 많은데요. 그만큼 숙박 요금이 수백만 원에 달할 정도로 비싸서 접근성이 낮았다고 해요.
그래서 이 호텔은 관광객이 적은 겨울의 비수기에는 투숙객이 아니어도 호텔 안의 카페를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방했어요. 진입장벽을 낮춰서 호수를 바라보며 카페에서 티타임이나 디저트를 즐길 수 있게 한 거죠. 반대로 여름에는 투숙객만 카페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고요.
여름의 투숙객에게는 호텔에 묵어야지만 카페를 쓸 수 있다는 자부심, 투숙객이 아닌 사람들에게는 ‘겨울에만 즐길 수 있는 카페’로 이미지를 굳힌 거죠. 운영 전략의 변경으로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한 셈이에요.
④ 추위도 전염이 된다?
호주의 비영리 단체 Anglicare가 겨울철 노숙자를 돕기 위해 진행한 캠페인이에요. ‘체온 전염’이라는 개념을 적용한 게 특징인데요. 감기에 걸린 사람의 말을 듣거나, 보게 되면 체온이 최대 1도까지 낮아지는 현상이에요. 영상에 등장하는 배우가 냉동고에서 1시간을 보내고, 가벼운 저체온증에 걸린 상태로 촬영한 거예요.
이 영상을 보는 이들이 ‘체온 전염’에 의해 추워짐을 느끼고, 노숙자들의 추위에 공감해 기부하는 걸 의도한 거죠. 겨울의 ‘추위’라는 직관적인 메시지를 던지면서 공감을 유도하고, 궁극적으로는 ‘기부라는 따뜻한 행위’로 이어지게 되니, 더 의미와 효과가 좋았던 광고로 보여요. 이 캠페인은 23만 3천 호주 달러 이상의 모금을 달성한 것으로 알려졌어요.
⑤ 올해도 기대할게요, 붕어빵 지도
지난해, 당근이 선보인 ‘붕어빵 지도’가 큰 사랑을 받았었죠. 기존에 운영해왔던 ‘겨울간식지도’의 연장선으로 특히 붕어빵의 수요가 높은 걸 보고, 겨울 한정 오픈하게 됐다고 하는데요. 붕어빵 지도가 생긴 이후, 동네지도 탭 내의 ‘붕어빵’ 검색량은 이전 대비 135배 급증했고, 당근 플랫폼에서 붕어빵을 검색하는 이용자 수는 124배 늘었어요.

주민들도 직접 붕어빵 가게 위치를 등록할 수 있고, 후기도 남길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인기가 뜨거웠죠. 겨울철 대표 간식 중 하나인 붕어빵으로 ‘동네 정보는 당근에서 다 얻을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었어요. 올해 겨울도 다가오는 만큼, 편의성이 더욱 높아진 겨울철 간식 지도나, 동네에서 즐길 수 있는 겨울 콘텐츠를 알리는 마케팅 전략도 기대가 돼요.
⑥ 초겨울 아이템의 인기
특정 브랜드에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닌데요. 갑자기 추워진 것처럼 기후의 변화에 따라 유달리 인기 있는 패션 아이템들이 생겼어요. 가장 대표적인 게 바로 ‘경량패딩’이죠.
몇몇 패션 브랜드에서는 이렇게 추워지기 이전부터 품절대란이 일어나곤 했어요. 무신사의 PB 무신사스탠다드는 경량패딩 대란의 중심에 있는 브랜드예요. 25FW로 출시된 ‘시티 레저 후디드 라이트 다운 재킷’의 경우, 발매한 지 2달이 채 되지 않아 누적 3만 장이 팔렸어요. 웃돈을 주고 거래되기도 했고요.

이토록 경량패딩이 인기 있는 이유는 몇 가지 추측해 볼 수 있어요.
- 대중교통, 차량 등 한국은 이동할 때 추위에 노출되는 순간이 상대적으로 적어요.
- 계절 간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여러 계절에 활용할 수 있는 아이템이 사랑받아요.
- 다양한 브랜드에서 퀄리티가 괜찮은 경량패딩이 등장했고요. 브랜드를 덜 신경 쓰는 ‘듀프 소비’를 비롯해 가성비와 효율성을 추구하는 움직임이 많이 보였어요. (특히 인기 있는 경량패딩 디자인을 보면 ‘OO맛’으로 표현되는 디테일을 확인할 수 있어요.)
이외에도 레그워머, 바라클라바 등 겨울이 오기 전부터 방한 아이템들의 인기가 높아요. 패션업계는 날씨에 특히 민감한 카테고리이니 만큼 이른 한파, 기후변화 등 민감하게 움직이며 마케팅하고 있어요.
오히려 날씨를 이용하는 마케팅
계절, 날씨에 맞춰서 재밌고 참신한 마케팅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요. 예상하기 힘든, 날씨의 변화무쌍함조차 이용할 수 있는 마케터가 된다면 더 좋겠죠? 날씨를 활용하는 마케팅도 함께 소개할게요!
① 음료는 역시 더워야 땡긴다
이탈리아의 주류 브랜드 ‘아페롤(Aperol)’은 날씨에 따른 소비자 행동에 집중했어요. 더운 날씨에 어울리는 칵테일 광고를 기온이 약 19°C 이상으로 올라갈 때만 자동으로 게재하도록(옥외광고) 만든 거예요. 여기에 더해 모임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오후 1~8시, 목~일요일만 광고를 게재하는 등 날씨와 시간을 전략적으로 활용했어요.
② 비오면 김치전, 맑으면 치킨

서초구 사당역 사거리에 있는 ‘서초 퍼스트 사이니지’의 광고인데요. AI와 실시간 기상정보를 활용해 날씨 맞춤형 광고를 운영했어요. 비가 내린다면 집에서 간단히 부쳐 먹는 김치전, 화창하면 에어프라이어에 데워 먹는 치킨을 광고한 거죠. ‘날씨 트리거 다이내믹 송출 방식’라고 불리는 이 광고는 국내에서는 최초로 시작했다고 해요.
③ 날씨가 변덕스럽기로 악명 높은 영국
영국의 여름은 지역마다 편차가 심해서 먹는 음식에도 영향을 크게 미친다고 하는데요. 예를 들어 영국인들은 바비큐를 좋아하지만, 비가 오는 날에 주말 야외 음식을 광고한다면 효과가 덜할 수밖에 없는 거죠.
그래서 식료품점 브랜드 ‘Waitrose’는 예측하기 어려운 영국 날씨를 이용해 마케팅했어요. 우선 24도 이상이 될 때, 사람들이 여름 상품을 찾기 시작한다는 점을 참고해 비 오는 날 / 맑은 날 2가지 버전을 만들었어요.
맑은 날에는 “Good for sunny days”, “Good for picnics”. 대상 지역에 2mm 이상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되는 날에는 광고의 배경색을 바꾸고 “Good for rainy days”라는 문구가 노출되죠. 기후의 특성에 따라 광고 전체를 다시 제작하진 않더라도 문구 등 약간의 변경으로 효과를 거둔 사례예요.
바로 공감이 가능한 요소 '날씨'
대부분 즉각적 공감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옥외광고인 경우가 많았어요. 마치 추운 겨울, 붕어빵 가게가 보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것처럼요. 그만큼 날씨는 내가 지금 바로 느끼고, 공감할 수 있는 요소이기에 마케팅에 활용하기가 좋아요.
특정 조건에 맞는 경우에만 광고를 내보낸다면 광고비 등 효율 측면에서도 장점이 있어요. 예를 들어 비 오는 날에 세차장 광고를 꺼둘 수도 있을 거예요. 개인마다 느끼는 추위, 더위는 다르다고 하지만요. 날씨에 따른 고객들의 데이터를 쌓아둔다면 반응을 끌어내기에는 좋은 마케팅이 분명해 보여요.
추운 날씨 효과?
그리고 지금처럼 추운 날씨는 방한용품처럼 직접적인 수혜를 받는 카테고리 말고도, 몇몇 산업에게 매출 상승효과를 가져다주기도 해요. 일명 ‘추운 날씨 효과’예요.
실내에만 있어 소비가 늘어난다: 추워지면 사람들이 집에 머무르고, 온라인 쇼핑, 음식 배달 등으로 이어져요. 특히 디지털 채널을 가장 많이 이용해 이커머스가 활성화되죠.
공급이 부족해 가격이 올라간다: 겨울의 추위가 전 세계 공급망의 차질을 빚는 경우가 있어요. 공급이 줄지만, 수요가 일정하다면 가격이 올라가고, 기업의 이익이 상승할 수 있어요.
추운 날씨에 적응하게 된다: 정기적으로 추운 날씨를 경험하면 익숙해지고, 소비가 줄지 않는다는 거예요. 반대로 따뜻한 지역의 소비자들은 갑자기 추워지면 소비가 줄어든다고 해요.
온라인 쇼핑은 항상 가능하다: 폭설, 미끄러운 길, 맹추위 등 겨울에는 외출하기 어려운 이유가 많은데요. 이러한 악천후는 온라인 쇼핑을 늘리는 요소예요. 어도비의 자료에 따르면 악천후로 인해 온라인 지출이 최대 12% 증가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어요.
악천후는 SNS의 사용률을 급증시키기도 하죠. 마케터들도 결국은 소비자가 되기에 날씨에 따른 나의 소비패턴을 곱씹어 보면 공감되기 쉬울 거예요. 기후, 계절적 요인은 마케팅에 있어서 가장 기본적인 요소라고도 할 수 있지만, 이번 콘텐츠를 계기로 다시 한번 점검해 보고 더 나은 마케팅 전략을 그려봐요. 우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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