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미국이나 유럽의 화장품 매장을 가보면 몇 년 전과는 전혀 다른 장면이 펼쳐집니다.
과거에는 한국 화장품을 찾기 위해 특정 온라인 채널이나 아시아 전문 매장을 찾아야 했거든요. 하지만 지금은 얼타뷰티(Ulta Beauty), 타깃(Target), 코스트코(Costco) 같은 대형 유통 채널에서도 K뷰티 제품이 자연스럽게 진열되어 있습니다. 틱톡과 인스타그램에서는 'K-beauty' 콘텐츠가 일상적으로 소비되며, 특정 제품이 바이럴되면 곧바로 글로벌 품절 현상이 발생하죠.
이러한 변화 속에서 최근 K뷰티 산업의 구조를 흔드는 사건이 하나 발생했습니다. 글로벌 유통 플랫폼을 통해 성장해온 브랜드 기업이 자체 유통을 선언하며 플랫폼을 이탈한 건데요. 이미 유명한 브랜드죠. 구다이글로벌이 미국 현지 유통 기업을 인수하며 독자적인 유통망 구축에 나선 겁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관련 유통 플랫폼 기업의 주가는 단기간에 약 20% 이상 하락했습니다. 시장은 구다이글로벌의 전략이 단순한 거래 변화가 아니라 산업 구조 변화의 신호로 받아들인 거예요. 여기서 우리는 질문을 던지게 되죠.
"브랜드는 플랫폼을 통해 성장하지만, 일정 규모에 도달하면 플랫폼을 떠나는 것이 맞는 걸까요?"
K뷰티, 더 이상 트렌드가 아닌 산업
먼저 시장 데이터를 보면 그 흐름이 제법 뚜렷해 보이는데요. 현재 글로벌 화장품 시장의 규모는 약 5,300억 달러 수준으로 추정됩니다. 이 가운데 한국 화장품 수출은 2023년 약 102억 달러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죠. 한국은 프랑스, 미국, 독일에 이어 세계 4위 화장품 수출국으로 올라섰을 정도로 K뷰티 위상이 상당합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성장 속도인데요. 한국 화장품 수출은 2014년 약 18억 달러 수준에서 10년 만에 5배 이상 성장했습니다. 같은 기간 글로벌 화장품 시장 평균 성장률이 연 4~5%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K뷰티는 훨씬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는 거죠.
지역별로 보면 중국 의존도는 낮아지고 미국과 유럽 비중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습니다. 미국은 현재 한국 화장품의 2위 수출국이며, 특히 온라인 채널과 SNS 기반 소비가 성장을 견인하고 있습니다. 구글 트렌드에서 'Korean skincare' 검색량 추이를 보면 최근 5년간 약 3배 증가했습니다. 틱톡에서는 K뷰티 관련 콘텐츠 조회수가 수십억 회를 넘어섰고요.

이러한 성장 배경 속에서 등장한 것이 바로 K뷰티 유통 플랫폼입니다. 실리콘투, CJ올리브영, 구다이글로벌과 같은 기업들이 대표적이죠. 이들은 단순한 유통업체가 아니라 글로벌 시장 진출을 대신 수행하는 '운영 인프라' 역할을 합니다. 브랜드는 제품을 공급하고 플랫폼은 물류, 통관, 리테일 입점, 마케팅까지 전반을 담당하면서 함께 성장하는 구조를 만들어 낸 거죠
플랫폼의 역할과 한계: 성장과 수익성의 교환
플랫폼 모델의 본질은 무엇일까요?
특히 K뷰티 브랜드의 해외 수출에 있어 플랫폼의 역할은, 복잡한 해외 진출을 대신해주고 빠른 성장을 만들어주는 구조를 제공하는 겁니다.

실제로 초기 브랜드 입장에서 플랫폼은 필수적입니다. 미국 시장에 진출하려면 FDA 규정, 물류 시스템, 반품 정책, 리테일 협상 등 복잡한 요소를 해결해야 하는데요.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시간과 비용을 플랫폼이 대신 처리해줍니다.
문제는 플랫폼을 활용해 혹은 글로벌 총판을 대행하는 업체를 끼고 진출했을 때 '비용'이라는 커다란 장벽이 지속적으로 따라온다는 거예요.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화장품 유통에 있어 평균적인 수수료는 30.7% 수준입니다. 그러나 실제 거래에서 프로모션 비용, 물류비, 반품 비용 등을 감안해 볼 때 거의 판매가의 40-50% 정도를 수수료로 잡습니다.
예를 들어 올리브영에 1만 원에 판매되는 제품이라 할 경우 기본적으로 벤더를 끼고 판매하게 되면 기업 입장에서는 50% 넘는 비용이 올리브영, 벤더 수수료로 사용이 되고 물류비는 별도입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기업은 제조비와 인건비, 마케팅 비용을 고려해야 하니 이익률은 급격히 떨어지는 구조가 되는 겁니다.
그럼에도 브랜드가 플랫폼을 선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속도 때문입니다.
초기 시장에서는 수익성보다 점유율과 인지도가 중요합니다. 플랫폼은 이 두 가지를 빠르게 확보하게 해주는 장치죠. 문제는 브랜드가 일정 수준 이상 성장했을 때 발생합니다. 브랜드는 확고한 인지도를 형성했고, 고객들은 반복 구매를 하면서 로열티를 형성해 나가고 있음을 발견하게 되거든요. 바로 그 시점에 브랜드는 플랫폼에 계속 의존해야 할지, 독자 노선을 가야 할지에 대해 의사결정을 하는 순간이 옵니다.
예전에 몇몇 대형 브랜드의 경우 쿠팡을 비롯한 일반 유통 플랫폼에 어마어마하게 물량을 풀어놓고 팔다가 현재는 자사몰, 스마트스토어 브랜드몰을 중심으로만 판매를 유도하고 있어요. 이들의 행보가 바로 '어느정도 성장한 이후'의 브랜드가 가야 할 길인지도 모릅니다.
브랜드의 독립: 데이터와 마진의 전쟁
구다이글로벌의 선택은 이 지점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 기업은 조선미녀, 티르티르 등 글로벌에서 이미 인지도를 확보한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연 매출은 약 1조7000억 원 수준으로 추정됩니다. 이 상황에서 플랫폼에 의존할 필요성은 줄어들 수 밖에 없죠.

이러한 브랜드가 고민하는 포인트는 2가지입니다.
플랫폼 의존도에서 벗어나면 첫 번째로 마진이 개선되죠.
유통 수수료를 제거하면 수익성이 크게 개선되거든요.
두 번째로는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어요.
플랫폼을 통해 제품을 팔게 되면 소비자의 데이터는 플랫폼에 쌓입니다. CRM 마케팅을 해야 하는 입장에서 여간 답답한게 아니죠. 누가 구매하고 반복구매를 하는 사람들은 어떤 특징이 있고 장바구니 담기를 한 후 결제를 하지 않은 사람들에 데이터를 전혀 알지 못하거든요.
하지만 브랜드가 자사몰을 통해 직접 판매를 하게 되면 소비자의 구매, 행동 데이터는 모두 브랜드 자산이 됩니다.
이 변화는 매우 중요해요.
왜냐면, 과거에는 유통 채널이 소비자를 통제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콘텐츠와 데이터가 소비자를 연결합니다. 틱톡과 유튜브에서 바이럴이 발생하면 브랜드는 유통 채널을 거치지 않고도 글로벌 판매가 가능합니다.
즉 유통 권력이 이동하고 있는 거죠
리테일 → 플랫폼 → 콘텐츠 → 브랜드
이 구조 변화 속에서 브랜드는 점점 독립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마케터의 시선
K뷰티 유통 전쟁의 핵심은 바로 "누가 소비자의 데이터를 가지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결국 내 고객, 내 단골을 만들고 관리하기 위해 브랜드는 플랫폼을 활용해 초기 성장 엔진으로 쓸 겁니다. 글로벌 경험이 없는 브랜드에게 플랫폼은 필수 인프라가 될 거고, 시장 검증과 초기 매출 확보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창구가 되죠.
그러나 일정 규모 이상 성장한 이후에는 독립몰, 브랜드 자체몰(D2C) 전환이 필요합니다. 글로벌 브랜드들이 점차 플랫폼 의존도를 낮추면서 자사몰과 직접 유통 채널을 강화하는 겁니다. 바로 이 지점이 유통 채널 변경에서의 의사결정이라기 보다는 고객의 데이터를 확보하려는 전략적 행보라 볼 수 있어요.
마지막은 콘텐츠가 현재는 가장 강력한 유통 및 소통 도구로 자리잡았다는 겁니다. 현재 글로벌 뷰티 시장에서 제품을 발견하는 경로는 매장이 아니라 SNS입니다. 콘텐츠가 인지도를 만들고 인지도가 유통 협상력을 만듭니다.
결국 플랫폼과 브랜드의 관계는 협력과 경쟁이 동시에 존재하는 구조입니다. 초기에는 협력하고, 성장 이후에는 경쟁합니다. 이 구조는 앞으로도 반복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질문이 남습니다.
플랫폼이 브랜드를 키우는 걸까요,
아니면 브랜드가 플랫폼을 활용하는 걸까요?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인디 브랜드가 글로벌 플랫폼에 입점하고 있습니다.
그들 중 누가 플랫폼을 넘어서는 순간을 만들어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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