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가는 캐릭터 IP의 영업 비밀

윤진호

by. 윤진호

26. 05. 21

잠실야구장에 등장한 주먹밥 (사진 : 쿵야 레스토랑즈 유튜브 채널)


"우리도 귀여운 캐릭터 한번 만들어볼까?"


브랜딩이나 마케팅을 한다면 요즘 한 번쯤은 꼭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상품과 콘텐츠 어디에서나 귀여운 캐릭터들을 쉽게 만나니까요.


하지만 귀여운 캐릭터와 제품은 많아도, 오래 살아남는 것들은 많지 않습니다. 계속 꺼낼 이야기가 없어지기 때문이죠. 캐릭터를 브랜딩과 마케팅에 활용하려면 '이것'을 꼭 알고 활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요즘 뜨거운 시장, 귀여운 캐릭터 활용법!

이번 글을 보시면 캐릭터 이해도가 훨씬 올라가실 거예요!



쿵야 레스토랑즈의 영업 비밀은?


지난 글에서는 귀여움에도 장르가 필요하다고 이야기를 드렸습니다. (지난 글 보기) 스타일이 있고, 장르도 있다면 그다음은 무엇일까요? 바로 "이 캐릭터는 어떤 세계 안에서 살아가는가?" 즉, 세계관입니다.


많은 분들이 세계관이라고 하면 거창한 설정부터 떠올리곤 합니다. 하지만 캐릭터 브랜드에서 세계관의 본질은 조금 다릅니다. 세계관은 단순한 배경이 아닙니다. 이 캐릭터가 왜 이렇게 행동하는지, 다른 캐릭터와 어떤 관계를 맺는지, 이들의 이야기가 어떻게 계속 이어질 수 있는지에 대한 구조에 더 가깝습니다. 그걸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가 있습니다. 바로 쿵야 레스토랑즈입니다.



1. 음식 캐릭터가 직장인처럼 느껴지는 이유


양파, 샐러리, 주먹밥이 모여 레스토랑을 운영합니다. 이렇게만 들으면 그저 귀여운 판타지 설정처럼 보입니다. 음식이 레스토랑을 운영한다니, 얼핏 보기에는 비현실적이고 엉뚱한 세계 같죠. 그런데 이상하게도 사람들은 이 캐릭터들을 보며 '판타지'보다는 우리들의 '현실'을 떠올립니다. 왜일까요?


쿵야 레스토랑즈가 담고 있는 진짜 무대는 '레스토랑'이 아니라 대한민국 어딘가의 '직장'이기 때문입니다. 일은 많고, 늘 피곤하고, 관계는 복잡합니다. 할 말은 많은데 참아야 하고, 감정은 있지만 드러내기 어렵습니다. 쿵야 레스토랑즈는 바로 이 직장인의 현실을 야채 캐릭터에 담아낸 세계입니다. 그래서 비현실적인 설정인데도 이상하게 현실적으로 느껴집니다.


무시쿵야 입사 비하인드 (사진 : 쿵야 레스토랑즈 유튜브 채널)


이 세계의 캐릭터들은 완벽하지 않습니다. 눈치를 보고, 불만을 삼키고, 투덜거리고, 도망치고 싶어 하기도 합니다. 야근은 싫지만 내색은 못 하고, 맛있는 건 먹고 싶지만 다이어트도 포기하지 못합니다. 회의 시간 졸음을 참고, 월요병을 앓고, 퇴근 후 소파에 쓰러집니다. 너무나 익숙한 직장인의 모습이죠. 거기서 사람들은 느낍니다.


"저거 난데?"


그 순간 캐릭터를 향한 감정은 단순한 호감을 넘어 공감으로 바뀝니다. 레스토랑은 낯선 공간이 아니라 나의 일터처럼 느껴지고, 캐릭터들은 멀리 있는 존재가 아니라 내 주변 사람들처럼 다가옵니다.



2. 캐릭터를 관계로 만드는 세계관


쿵야 레스토랑즈가 강한 이유는 캐릭터 외형의 매력 때문만은 아닙니다. 더 중요한 것은 이 캐릭터들 사이에 '관계'가 있다는 점입니다. 상사와 직원, 선배와 후배, 눈치를 보는 캐릭터, 묘하게 얄미운 캐릭터, 유독 열심히 하지만 어딘가 허술한 캐릭터까지. 마치 우리 회사 상사나 동료처럼 느껴집니다. 이 관계가 쌓이면서 사람들은 단순히 캐릭터를 보는 것이 아니라 회사라는 하나의 세계를 보게 됩니다. 그럼 그 안에서 벌어지는 관계와 분위기까지 소비하게 되죠.



시간이 지나면 새로운 인물이 들어오고, 역할이 바뀌고, 관계가 미묘하게 달라지기도 합니다. 막내였던 캐릭터가 어느 순간 새로 들어온 막내를 보며 당황하기도 하죠. 이게 익숙한 이유는 결국 우리의 현실과 너무 닮아 있기 때문입니다. 쿵야 레스토랑즈는 직장이라는 익숙한 무대를 캐릭터로 잘 번역한 세계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특정 캐릭터 하나를 좋아하는 데서 멈추지 않습니다. 그 세계 전체를 좋아하게 됩니다. 누가 누구랑 만나 어떤 반응이 나올지, 어떤 상황에서 어떤 캐릭터가 웃길지, 어떤 조합이 공감될지를 기대하게 됩니다. 세계관은 이렇게 캐릭터를 관계로 바꾸고, 관계는 다시 콘텐츠로 꺼내집니다.



3. 오프라인으로 확장된 세계관


그 영향력은 오프라인으로 이어집니다. 쿵야 레스토랑즈의 팝업은 매번 새로운 테마로 열립니다. 2023년 '소원'을 테마로 시작한 팝업은 많은 방문객을 모았고, 이후에도 '분식', '운동회', '겨울나기'처럼 계속 다른 테마로 확장됐습니다.


넷마블 엠엔비 팝업스토어 '쿵야 레스토랑즈 용기상점' (사진 : 쿵야 레스토랑즈)


여기서 중요한 것은 테마가 계속 바뀌는데도 낯설지 않다는 점이죠. 왜 그럴까요? 이미 사람들 머릿속에 쿵야 레스토랑즈의 세계가 만들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그 공간에 어떤 새로운 사건이 벌어져도 어색하지 않습니다. 분식집이 되어도, 운동회가 열려도, 겨울을 준비해도 모두 자연스럽습니다. 왜냐하면 이건 단순히 캐릭터를 꺼내는 공간이 아니라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는 세계 속으로 잠시 들어가는 경험이기 때문입니다.


캐릭터만 있는 팝업은 한 번 보고 끝날 수 있지만 세계관이 있는 팝업은 다릅니다. 사람들은 "이번에는 또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를 기대하며 다시 찾아옵니다. 세계관은 캐릭터를 소비하는 경험을, 세계 안으로 들어가는 경험으로 바꿉니다.



4. 좋은 세계관은 열려 있습니다


세계관이라고 하면 거창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좋은 세계관은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쉬워야 오래 갑니다. 캐릭터의 행동에 이유가 있고, 서로의 관계가 명확하고, 새로운 요소가 들어와도 어색하지 않습니다.


좋은 세계관은 닫혀 있지 않습니다. 쿵야 레스토랑즈가 선택한 무대는 '직장'이라는 아주 보편적인 세계입니다. 대한민국의 수많은 직장인들이 공유하는 현실이기도 하죠. 그 안에서는 무슨 일이 생겨도 설명하기 어렵지 않습니다. 인턴이 들어와도 자연스럽고, 누군가 갈등이 생겨도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이 점이 중요합니다. 세계관은 멋있어 보이기 위해 필요한 게 아니라, 계속 확장해가기 위해 필요한 겁니다. 이야기의 문을 열어두고, 캐릭터가 계속 살아 움직일 수 있게 만드는 세계인 거죠.



5. 세계관은 콘텐츠로 이어집니다


대표 캐릭터인 양파쿵야는 흔히 '맑은 눈의 광인(맑눈광)' 같은 매력으로 이야기되곤 합니다. 하지만 양파쿵야가 오래 사랑받는 이유는 표정 하나 때문만은 아닙니다. 그 표정이 레스토랑즈라는 세계의 맥락 안에서 반복적으로 노출됐기 때문입니다.


맑눈광 최강자 양파쿵야와 눈싸움하기 (사진 : 쿵야 레스토랑즈 유튜브 채널)


세계관이 생기면 캐릭터는 자연스럽게 콘텐츠로 이어집니다. 짧은 영상이 되고, 밈이 되고, 굿즈가 되고, 오프라인 공간이 되고, 사람들 사이의 대화거리가 됩니다. 그래서 쿵야 레스토랑즈는 인스타에서만 700여개 이상의 콘텐츠를 꾸준히 꺼내오며, 함께 살아가는 세계가 될 수 있었습니다.


여기서 핵심은 세계관 안에 담긴 귀여움 + 공감입니다. 귀여움만 있으면 한 번 웃고 지나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공감이 더해지면 사람들은 그 캐릭터를 나의 이야기로 받아들입니다. 그리고 자기 이야기가 된 캐릭터는 훨씬 오래갑니다.



6. 외형을 넘어, 세계를 설계하세요


캐릭터를 기획할 때 우리는 종종 외형에만 집중합니다. 어떤 얼굴인지, 어떤 색인지, 어떤 표정을 지었는지 말입니다. 물론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야 합니다. 이 캐릭터는 어디에서 살아가는지,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누구와 어떤 관계를 맺는지까지 함께 떠올려야 합니다.


캐릭터만 꺼내지 말고, 그 세계를 함께 꺼내야 합니다. 그러면 이야기가 캐릭터의 귀여움을 훨씬 더 오래가게 만들어줍니다. 콘텐츠를 만들 때도, 굿즈를 확장할 때도, 팝업을 열 때도 훨씬 더 힘이 생깁니다. 세계관이 있는 귀여움은 한 번 보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새로운 장면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쿵야 레스토랑 소개 (사진 : 쿵야 레스토랑즈)



7. 세계관이 있는 귀여움만 살아남습니다


정리해 보겠습니다. 귀여운 캐릭터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이야기가 금방 바닥나기 때문이죠. 하지만 세계관이 생기면 달라집니다. 캐릭터의 행동에 이유가 생기고, 캐릭터 사이에 관계가 생기고, 새로운 상황과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확장될 수 있습니다.


쿵야 레스토랑즈는 이를 아주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음식 캐릭터라는 비현실적인 설정을 가져왔지만, 그 안에 대한민국 직장인의 현실을 담아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 세계를 낯설게 느끼지 않습니다. 오히려 너무 익숙해서 웃고, 공감하고, 다시 찾게 됩니다.


이제 캐릭터를 기획할 때는 이런 질문이 필요합니다.


세계관을 만드는 4가지 질문


  1. 캐릭터는 어디에서 살아가는가?
  2. 그 공간은 현실과 어떤 지점에서 닮아 있는가?
  3. 캐릭터가 그렇게 행동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4. 새로운 인물이나 사건이 들어와도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는가?


캐릭터는 세계관을 가질 때 확장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세계관이 생긴 캐릭터는 계속해서 이야기와 콘텐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세계관까지 만들었다면, 이제 어디에서 어떻게 꺼낼까? 다음 글에서는 고객의 경험을 폭발시키는 귀여움의 접점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NEXT) 귀여움을 파는 무기들 6화 : 귀여움은 어디에서 폭발할까?



* 이 글의 원고는 윤진호(마케터초인)이 작성하였으며, 큐레터가 편집했습니다.




🐶 귀여움을 마케팅에 쓰는 방법

"캐릭터 뽑아봐" 라는 미션을 받았을 때 봐야 할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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