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마케터였는데 인형탈 알바가 됐습니다..

윤진호

by. 윤진호

26. 07. 20


광고비가 없는데, 2주 뒤 문을 여는 대형 매장을 알려야 한다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지난 글에서는 노티드 월드의 출발점이 된 한 줄의 컨셉을 소개했습니다.

👉🏻 이번 컨셉 기획 회의는 이렇게 시작해 보세요


사람들이 가장 좋아했던 '크림'을 발견하고, 거기에 상상을 더해 '크림이 침공한 상상의 세상'이라는 세계관을 만들었죠. 이제 공간도, 메뉴도, 디자인도 하나씩 완성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오픈을 준비하던 막바지, 마음 한쪽에 계속 걸리는 것이 있었습니다.


"우리가 오픈 소식은 제대로 알리고 있나?" "매장을 열면 사람들이 알아서 찾아올까?"


노티드 월드는 기존 매장과 전혀 다른 340평 규모의 대형 공간이었습니다. 아무리 좋은 공간을 만들어도 사람들이 존재를 모르면 찾아올 수 없습니다. 영화와 드라마도 공개 전부터 예고편을 보여주고 기대감을 만들죠. 노티드 월드에도 '시작 전의 기대감'이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남은 시간은 단 2주였습니다. 쓸 수 있는 미디어 광고 예산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광고 대신 캐릭터를 직접 세상 밖으로 꺼내기로 했습니다.



1. 캐릭터를 세상 밖으로


그때 떠오른 것은 의외로 단순했습니다. 노티드 월드를 위해 새롭게 만든 캐릭터, 크림으로 태어난 토끼 '크림버니'였습니다.


테스트용으로 제작한 인형 탈을 처음 본 날, 팀원들은 모두 비슷한 반응을 보였어요. "와, 이거 진짜 귀엽다."


마침 따뜻한 봄이 예년보다 일찍 찾아오고 있었고, 그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진 : 크림


이 귀여운 캐릭터를 지금 당장 세상 밖으로 꺼내보자.


😋 : 우리, 밖으로 나가볼까요?

😳 : 밖으로요?

🤔 : 어디로 가요?


월요일은 A님, 화요일은 B님, 수요일은 C님. 팀원들이 돌아가며 하루에 한 명씩 크림버니가 되어 거리로 나갔습니다.

잠실, 성수, 홍대, 여의도. 우리가 찾아간 곳에는 공통점이 있었어요. 봄과 벚꽃을 즐기기 위해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였죠.


왜 하필 벚꽃 시즌이었을까요?




벚꽃이 피면 사람들은 밖으로 나옵니다. 날씨는 따뜻해지고, 마음은 조금 느슨해져요. 사진을 찍고, 웃고, 평소보다 주변을 여유롭게 바라봅니다. 그 순간 눈앞에 갑자기 귀여운 토끼가 나타난다면 어떨까요?


그 타이밍을 노리고 크림버니와 거리로 나갔습니다.



2. 귀여움은 세대를 가리지 않는다


😚 : 어? 토끼다!

😍 : 뭐야, 너무 귀여워.

🤩 : 이거 뭐예요?


크림버니는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처음부터 의도적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기로 정했거든요. 대신 온몸으로 표현했습니다.


총총거리며 걷고, 어설프게 점프하고, 한쪽 다리를 들고 양팔을 벌렸습니다. 조금 서툴고 엉성한 움직임이 오히려 크림버니를 더 귀엽게 만들었습니다. 그러자 거리에서 많은 분들이 자연스럽게 다가왔어요. 아이들은 손을 흔들며 따라왔고, 연인들은 함께 사진을 찍었습니다. 어르신들과 등산객들까지 웃으며 크림버니 곁에 섰죠.


사진 : 필진 제공

그 모습을 보며 알게 되었습니다. 귀여움은 세대를 가리지 않는다는 것을요. 그리고 사람들이 먼저 질문하기 시작했습니다.


🤔 : 이거 뭐 하는 거예요?

🤗 : 노티드예요. 노티드 월드가 곧 오픈해요. 놀러 오세요!


우리가 먼저 브랜드 홍보를 외친 것이 아니었어요. 귀여움이 먼저 사람들의 시선을 멈추고 좋은 기분을 만들었습니다. 그다음 자연스럽게 노티드 월드의 이야기를 전할 수 있었습니다.


무작정 홍보부터 했다면 사람들은 그냥 지나쳤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하지만 귀여운 캐릭터가 먼저 다가가자, 사람들이 다가와 물었습니다. 귀여움은 경계를 허물고, 사람들의 마음의 문을 열어주는 힘이 될 수 있어요.



3. 귀여움도 학습할 수 있다


며칠 동안 크림버니와 거리를 다니다 보니 재미있는 패턴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이 특히 크게 반응하는 동작이 따로 있었거든요.


어설프게 점프할 때, 한쪽 다리를 들고 양팔을 벌릴 때, 아이에게 먼저 다가가 손을 흔들 때 사진을 찍는 사람이 눈에 띄게 늘었습니다.


저는 포즈와 행동에 따른 사람들의 반응을 하나씩 기록했어요. 일명 '귀여움 반응도'였습니다.


"이 포즈에서 사진을 가장 많이 찍어요."

"여기에서 잠시 멈추면 사람들이 먼저 다가옵니다."

"주변 반응이 없을 때는 이 동작을 먼저 해보세요."



그 결과를 팀원들과 공유했습니다. 누가 인형 탈을 입더라도, 어느 장소에 가더라도 비슷한 귀여움을 보여줄 수 있도록 행동을 정리해.


귀여움은 감각적인 영역처럼 보입니다. 캐릭터의 모습에만 반응한다고 생각할 수 있죠. 하지만 현장에서 확인한 결과는 달랐습니다. 사람들이 반응하는 타이밍과 행동을 관찰하고, 그것을 반복 가능한 방식으로 만들면 귀여움도 학습할 수 있었습니다. 더 귀엽게요. 더 반응이 좋게요.


그리고 이 작은 실험은 의미 있는 결과로 돌아왔어요. 1주일 남짓한 기간 동안 크림버니는 내부 추산 기준으로 약 5만 명을 넘게 만났고, 관련 콘텐츠의 SNS 도달 수는 30만 회를 넘어섰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들어간 광고비는 0원이었습니다.


물론 인형 탈을 만들고 팀원들과 함께한 시간과 노력에 정말 '아무 비용도 들지 않았다'는 뜻은 아니에요. 하지만 추가적인 미디어 광고비 없이, 캐릭터와 아이디어만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만들어낼 수 있었습니다.



4. 벨리곰 초대하기


거리에서 사람들과 관계를 만들었다면, 이제는 노티드 월드가 있는 공간으로 초대할 차례였습니다.


노티드 월드가 자리한 잠실 롯데월드몰은 수많은 브랜드와 팝업이 동시에 경쟁하는 공간이죠. 가만히 문을 열고 기다리는 것만으로는 수많은 방문객의 시선을 끌기 어려워요. 몰을 찾은 많은 사람들에게 먼저 노티드 월드를 알려야 했어요. 어떻게 알릴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또 하나의 귀여운 존재를 떠올렸습니다.


사진 : 벨리곰 공식 스토어


바로 롯데의 대표 캐릭터 '벨리곰'이었습니다.


벨리곰은 롯데월드몰이라는 공간에 익숙한 캐릭터였습니다. 새롭게 등장한 크림버니와 기존 공간의 주인공인 벨리곰이 만난다면, 하나의 재미있는 경험을 만들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두 캐릭터의 만남을 작은 해프닝이 있는 이야기로 기획하게 됩니다.



5. '벨리곰'과 '크림버니'가 만나 생긴 일


크림버니가 몰 한쪽에서 귀여운 포즈를 취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벨리곰이 갑자기 등장해 크림버니가 들고 있던 도넛 상자를 빼앗아 달아났어요. 몰 한복판에서 귀여운 캐릭터들의 추격전이 시작됐습니다. 예상하지 못한 모습에 사람들은 걸음을 멈췄죠.


크림버니는 짧은 다리로 벨리곰을 쫓아갔고, 사람들은 웃으며 사진과 영상을 찍었습니다. 순식간에 인파가 몰렸고, 안전을 위해 보안 요원들이 동선을 통제해야 할 정도였어요. 두 캐릭터를 둘러싸고 진지한 표정으로 보안 요원 분들이 동선을 통제하던 장면은 지금도 생생합니다.



마침내 크림버니는 벨리곰을 붙잡았습니다. 하지만 화를 내는 대신 벨리곰을 안아주고, 도넛을 함께 나누는 것으로 이야기를 마무리했습니다.


귀여운 것과 귀여운 것이 만나 만든 황당한 추격전. 이 퍼포먼스는 수많은 사진과 영상으로 퍼졌고, 몰 안에서 노티드 월드의 존재를 기억하게 만드는 하나의 사건이 되었어요.


캐릭터 두 개를 나란히 세워 사진만 찍고 끝났다면 이렇게까지 기억되지는 않았을 겁니다. 캐릭터 사이에 우연한 만남에 작은 갈등과 추격, 화해라는 결말을 더하자 사람들에게 공유하고 싶은 이야기가 탄생할 수 있었어요. 이렇게 귀여움은 그냥 보여줄 때보다 의외성을 주고 함께 놀 수 있게 할 때 더 강해질 수 있습니다.



6. 오픈런은 오픈 전에 만들어진다


그리고 마침내 노티드 월드가 문을 열었습니다. 그리고 오픈 당일 1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찾아주셨죠. 입장까지 최대 4시간을 기다려야 할 정도로 뜨거운 오프닝이었습니다.


거리에서 크림버니를 만났던 사람들, 몰에서 벨리곰과의 추격전을 함께 지켜본 사람들은 관심은 오픈 당일 공간을 찾는 행동으로 이어졌어요.


😲 : 아, 그때 봤던 토끼다!

😏 : 여기가 그 노티드구나.


사진 : 필진


오픈 당일 만들어진 긴 줄은 우연히 생긴 것이 아니었습니다. 오픈 전 여러 장소에서 사람들과 함께 만든 경험이 하나씩 쌓여 나타난 결과였습니다. 그때 확실히 알게 됐어요.


귀여움은 사람의 마음을 열고, 함께했던 기억은 사람을 다시 움직이게 합니다.


사람들은 벚꽃길에서 마주친 크림버니, 함께 찍은 사진, 몰에서 벌어진 추격전, 그때 느낀 웃음과 호기심을 기억했습니다. 노티드 월드는 오픈하기 전부터 이미 사람들의 일상 안에서 시작되고 있었어요.



7. 귀여움은 '플레잉'이다


저는 이 경험을 통해 귀여움으로 노는 힘, '플레잉'의 무기를 알게 되었습니다. 귀여움은 그냥 캐릭터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함께 놀 수 있게 만드는 경험입니다.



사람들의 일상과 감정이 열려 있는 순간을 발견하고, 그 안으로 자연스럽게 들어가 함께 웃고, 사진을 찍고, 움직이는 것. 그때 귀여움은 가장 강력해져요. 사람들이 언제 마음을 열고, 어디에서 시간을 보내며, 무엇을 하고 싶어 하는지를 먼저 보는 것부터가 시작입니다.


크림버니에게는 봄과 벚꽃이 그 순간이었습니다. 브랜드마다 각자의 계절과 상황에 따라 다른 순간을 찾을 수 있어요.


• 벚꽃 시즌에는 사람들이 밖으로 나옵니다.

• 크리스마스에는 따뜻한 마음을 나누고 싶어 합니다.

• 어린이날에는 아이들과 함께 놀고 싶어 합니다.

• 여름휴가에는 낯선 곳에서 즐거운 기억을 남기고 싶어 합니다.

• 귀여움은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 속 특정 순간에 들어갈 때 더 강해집니다.


귀여운 마케팅을 기획한다면 아래 네 가지를 먼저 살펴보세요.


귀여운 플레잉을 만드는 네 가지 질문


1. 시기: 사람들은 언제 밖으로 나오는가?

벚꽃 시즌, 휴가철, 연말처럼 사람들의 행동이 달라지는 '시기'를 찾습니다.


2. 감정: 사람들의 마음은 언제 열려 있는가?

따뜻한 날씨, 새로운 시작, 설렘과 기대가 커지는 '순간'을 살펴봅니다.


3. 행동: 이 귀여움과 어떻게 놀게 할 것인가?

사진을 찍거나 따라 하거나 함께할 수 있는 '행동'을 만듭니다.


4. 연결: 그다음 어떤 이야기를 전할 것인가?

귀여움으로 관심을 연 뒤, 브랜드와 제품의 '이야기'로 연결합니다.


이 네 가지가 만날 때 귀여움은 사람들이 직접 참여하는 경험이 됩니다. 귀여운 캐릭터를 만들었다고 끝이 아닙니다. 사람들이 마음을 열고 있는 시기와 장소를 찾아야 하고, 캐릭터가 먼저 다가가 함께할 행동을 제안해야 해요.


크림버니는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총총 걷고, 어설프게 점프하고, 사람들과 사진을 찍으며 노티드 월드의 이야기를 세상 밖으로 전했어요.


그리고 벨리곰과 크림버니, 두 귀여운 캐릭터가 만난 작은 추격전은 몰 안의 사람들을 멈추게 하고, 하나의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들었습니다.


광고비 없이도 사람들은 이들을 기억했고, 오픈 후에 공간을 찾아주었죠. 귀여움은 일상에서 함께 노는 경험입니다. 그리고 잘 설계된 놀이는 광고보다 먼저 사람들의 마음과 기억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브랜드는 고객의 어떤 순간에 다가가 마음을 열고 있나요? 그 순간, 여러분의 브랜드는 어떤 귀여움으로 함께 놀 수 있을까요?




다음 글에서는 귀여움을 사람들의 일상과 브랜드 경험으로 연결했던 디즈니의 이야기로 이어가 보겠습니다. 무해한 것들이 무기가 되는 시대, 마케터 초인이 귀여운 것들로 브랜드를 키우는 법을 계속 꺼내보겠습니다.


(NEXT) 귀여움을 파는 무기들 8화 : 디즈니를 세상 바깥으로 꺼내라!


* 이 글의 원고는 윤진호(마케터초인)이 작성하였으며, 큐레터가 편집했습니다.




🐶 귀여움을 마케팅에 쓰는 방법

이번 컨셉 기획 회의는 이렇게 시작해보세요

■ 오래가는 캐릭터 IP의 영업 비밀

■ "캐릭터 뽑아봐" 라는 미션을 받았을 때 봐야 글

■ 대표님이 캐릭터 귀엽게 뽑아보라 해서 기깔나게 만들었는데 잘 안 팔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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