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즈 잘 팔려서 또 만들었는데.. 재고가 남았어요 아

윤진호

by. 윤진호

26. 08. 24


귀여운 캐릭터, 좋아하는 브랜드를 보면 자꾸 생기는 마음이 있습니다.


"아, 이거 갖고 싶다."


사진으로 저장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키링으로 가방에 달고 싶고, 인형으로 책상 위에 올려두고 싶고, 한정판이라면 하나쯤 소장하고 싶어집니다. 그래서 브랜드에게 굿즈는 빠지기 어려운 영역입니다. 브랜드를 마케팅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런 이야기가 나오죠.


"굿즈 한번 만들까요?"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만들었다고 다 잘 팔리는 것은 아닙니다.


저 역시 디즈니와 노티드에서 수많은 굿즈를 기획하면서 예상보다 훨씬 잘 팔린 것도 있었고, 반대로 잘 만들었는데도 처참하게 외면받은 것도 있었습니다.


무엇이 달랐을까요?


이번에는 브랜드를 '갖고 싶다'는 마음으로 바꾸는 굿즈의 법칙을 세 가지 사례로 꺼내보겠습니다.




1. 브랜드에 어울리는 굿즈와 타이밍이 있다


마블의 영화 <어벤져스>가 개봉했을 당시, 마블의 브랜드 캠페인을 준비하던 시기의 이야기입니다.


아이언맨, 토르, 헐크처럼 각자의 영화에서 사랑받던 히어로들이 하나의 작품에 모이자 팬들의 기대감은 뜨거웠고, 내부에서는 이런 고민을 했습니다.


"이 열기를 어떻게 제품 경험으로 확장할 수 있을까?"


그때 선택한 것이 마그넷이었습니다.


사진: 디즈니 코리아


마그넷, 흔히 냉장고 등에 붙이는 작은 자석이었습니다. 솔직히 처음에는 반신반의했습니다. 여행지에서 기념품으로 사는 모습은 봤지만, 사람들이 돈을 쓰면서 여러 개를 모으고 싶어 할지는 확신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영화가 공개되자 예상이 완전히 빗나갔습니다.


팬들은 캐릭터별 마그넷을 찾아다니며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아이언맨을 모으면 토르가 갖고 싶고, 토르를 얻으면 헐크까지 채우고 싶어졌습니다. 여기에 히든 캐릭터까지 넣자 수집 욕구는 더욱 커졌습니다.


모두 모은 세트를 SNS에 인증하는 사람들이 생겼고, 원하는 캐릭터를 얻기 위해 추가 구매를 하는 팬들도 등장했습니다. 그때 알게 됐습니다. 굿즈 하나를 파는 것과, 모으고 싶은 구조를 만드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라는 것을요.


그런데 재미있는 건 그다음이었습니다.


첫 캠페인이 성공하자 다음 캠페인에서도 다시 마그넷을 꺼냈습니다. 디자인은 달랐지만 구조는 거의 같았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첫 번째만큼 뜨겁지 않았습니다. 팬들에게는 이미 한번 경험한 놀이였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하나를 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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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디즈니 코리아


새로운 캠페인에는 새로운 굿즈 경험이 필요합니다.


굿즈는 예쁜 물건 하나를 만드는 일이 아닙니다. 어떤 시기에, 어떤 캐릭터로, 무엇을 모으게 할 것인지까지 포함한 하나의 경험입니다.



2. 끌리는 굿즈에는 브랜드의 '디테일'이 담겨 있다


이번에는 곰돌이 푸 캠페인을 진행하던 때의 이야기입니다.


곰돌이 푸가 오랫동안 사랑받는 이유는 귀여운 외형 때문만은 아닙니다. 푸와 친구들이 전하는 따뜻한 말과 관계의 메시지를 좋아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그래서 곰돌이 푸 팝업을 기획할 때 이런 질문을 던졌습니다.


"푸라는 캐릭터가 가진 매력을 굿즈에 그대로 담는다면 무엇이 좋을까?"


사진: 디즈니 코리아, 필진 제공


그 결과 나온 것이 캐릭터 명언 카드였습니다.


푸, 피글렛, 이요르, 티거와 함께 각각의 캐릭터가 가진 메시지를 담았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재미를 더했습니다. 어떤 캐릭터가 나올지 모르는 랜덤 방식이었습니다.


그런데 원하는 캐릭터가 한 번에 나오지 않자 재미있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팝업 안에서 팬들끼리 자연스럽게 카드를 교환하기 시작한 겁니다.


🦁 혹시 티거 필요하세요?

🐷 저 피글렛 있는데 바꾸실래요?


굿즈 하나가 사람과 사람을 연결했습니다. 팬들은 캐릭터를 뽑고, 확인하고, 교환하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경험을 함께했습니다.


좋은 굿즈는 이미지를 단순히 인쇄만 한 상품과는 다릅니다. 그 브랜드나 캐릭터를 좋아하는 이유가 굿즈 안에 들어 있어야 합니다.


푸의 '명언 카드'에 담긴 따뜻한 메시지, 마블의 히어로를 '마그넷'으로 모으는 재미처럼 말이죠. 캐릭터와 아무 상관없는 물건에 캐릭터 외형만 붙이면 '상품'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팬이 찾아오고, 기억하는 굿즈가 되기는 어렵습니다.



3. 많이 만들수록 많이 팔릴까?


이번에는 제가 크게 배웠던 실패 사례입니다.


노티드에서 아이돌 10주년을 기념한 콜라보 캠페인을 진행할 때였습니다. 여러 굿즈를 준비했는데, 대표적으로 보라색 곰 인형과 초콜릿이 있었습니다. 둘 다 디자인은 귀여웠고, 제품 자체도 잘 만들어졌습니다. 그런데 내부에서 의견이 갈렸습니다.


사진: 노티드


수량을 한정해서 적게 가져가야 한다는 의견과 많이 준비해야 더 많은 매출을 만들 수 있다는 것으로 나뉘었습니다.


결국 충분한 물량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결정했어요. 처음에는 성공처럼 보였습니다. 인형의 1차 물량이 완판됐기 때문이죠. 근데 문제는 다음이었습니다.


추가 물량을 크게 늘리자 판매 속도가 빠르게 떨어졌고, 결국 일부가 재고로 남았어요.


왜 같은 제품인데 결과가 달랐을까요?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습니다.



4. 팬들은 '사라지지 않는 것'을 갖고 싶어 한다


먼저 인형과 초콜릿을 비교해봤습니다.


사진: 노티드


보라색 곰 인형은 한눈에 보입니다. 책상 위에 올려놓을 수도 있고, 사진을 찍을 수도 있고, 오래 가지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반면 초콜릿은 먹으면 사라집니다. 팬 입장에서 어떤 것이 더 "소장했다"는 마음을 강하게 줄까요? 당연히 인형이었습니다. 이 경험을 하며 굿즈에서 아주 중요한 질문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이걸 산 뒤에도 남는가?"


굿즈는 단순히 소비하는 제품과 조금 다릅니다. 팬은 캐릭터나 브랜드와 함께하고 싶어서 굿즈를 구매합니다. 그래서 가방에 달고 다니고, 책상에 올려놓고, 방 한쪽을 채웁니다. 굿즈는 브랜드와 캐릭터를 일상 안으로 데려오는 장치입니다.


이것이 일반 상품과 캐릭터 굿즈의 가장 큰 차이 중 하나입니다.



5. 팬은 놓치기 싫을 때 움직인다


인형의 판매 과정에서도 흥미로운 과정이 있었습니다.


처음 수량 한정으로 선판매했을 때 반응은 매우 뜨거웠습니다. 해외 주문까지 몰렸고 여러 개를 구매하는 팬들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추가 물량을 크게 늘리고 언제든 구매할 수 있게 되자 오히려 구매 속도가 느려졌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처음에는 이런 생각이 있었습니다.


"지금 안 사면 못 살 수도 있어."


하지만 물량이 충분해지는 순간에는 이렇게 바뀝니다.


"다음에 사도 되겠네."


마케팅에서는 이런 심리를 FOMO, 즉 '놓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팬 굿즈에서 이 심리는 특히 강하게 작동합니다. 팬이 정말 좋아하는 굿즈 앞에서는 합리적인 소비 기준만으로 판단하지 않습니다.




소장하고 싶은 마음과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이 함께 움직입니다. 그래서 저는 굿즈를 기획할 때 종종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팬들이 원하는 수량보다 조금 적게 만들자고요. 재고를 많이 남기는 것보다 빠르게 완판되고, 다음 굿즈를 기다리게 만드는 편이 브랜드의 기대감을 오래 유지하는 데 더 유리합니다.



6. 그래서 굿즈에는 세 가지가 필요하다


정리해보겠습니다.


첫 번째: 브랜드에 어울리는 굿즈와 타이밍을 찾아야 합니다.

어벤져스가 한자리에 모이는 순간에는 캐릭터를 하나씩 모으는 마그넷이 잘 어울렸습니다. 하지만 똑같은 방식이 반복되자 새로움은 사라졌습니다.


두 번째: 브랜드를 좋아하는 이유가 굿즈 안에 담겨야 합니다.

곰돌이 푸의 명언 카드는 푸의 따뜻한 메시지를 굿즈로 옮겼고, 랜덤이라는 장치를 통해 팬들의 교류까지 만들었습니다.


세 번째: 굿즈에는 '지금 사야 할 이유'를 만들어야 합니다.

노티드와 BTS의 보라색 곰 인형은 오래 남는 소장성과 한정성이 만났을 때 팬들이 얼마나 빠르게 행동하는지를 보여줬습니다. 결국 중요한 질문은 이겁니다. "이 굿즈를 지금, 왜 갖고 싶어 해야 하는가?"



7. 굿즈는 '함께하는 시간'을 판다


굿즈의 역할은 제품 하나를 더 파는 데서 끝나지 않습니다.


굿즈는 브랜드와 고객을 연결합니다. 사람들이 캐릭터를 가방에 달고, 책상 위에 두고, SNS에 사진을 올리면서 브랜드와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집니다. 콜라보에서는 하나의 기념품이 됩니다. 그 굿즈를 보는 순간, 어떤 브랜드와 어떤 캐릭터가 만났던 시기를 떠올리게 합니다.


그리고 5주년, 10주년, 특정 팝업처럼 특별한 순간에는 그 시간을 기억하게 만드는 오브제가 됩니다.


그래서 저는 굿즈를 이렇게 생각합니다.


굿즈는 고객 경험을 손에 쥐게 만드는 무기입니다.


귀여움을 보고 "귀엽다", "잘 만들었다"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갖고 싶다"로 이어지고, 결국 브랜드가 사람의 일상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죠. 여러분이 지금 브랜드의 굿즈를 만든다면 한번 질문해보세요.


  • 이 브랜드에게 정말 어울리는 물건인가요?
  • 팬들이 이 굿즈를 갖고 싶어 할 이유가 있나요?
  • 그리고 가진 뒤에도 이것과 오래 함께할 수 있나요?


굿즈는 단순히 귀여운 캐릭터를 상품에 붙이는 일이 아닙니다. 브랜드를 소장하게 하고, 함께하는 시간을 만드는 일입니다. 무해한 것들이 무기가 되는 시대, 마케터 초인이 귀여운 것들로 브랜드를 키우는 법을 계속 꺼내보겠습니다.


*본 내용은 저서 <귀여움을 팔아라> 내용의 일부를 활용하였습니다. 더 자세한 이야기는 책에서 만나보세요 :)


* 이 글의 원고는 윤진호(마케터초인)이 작성하였으며, 큐레터가 편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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