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브랜드가 AI한테 이렇게 보이고 있을 줄은..

손승완

by. 손승완

26. 09. 07


간단한 실험 하나로 시작해볼게요. 지금 쓰는 생성형 AI를 열고 우리 브랜드를 설명해달라고 물어보세요. 어릴 때부터 봐온 장수 브랜드를 물어봐도 좋아요.




돌아오는 답은 생각보다 낯설 수 있습니다. 소비자는 추억과 신뢰로 기억하는 브랜드를, AI는 성분과 기능, 유통 방식으로 설명하기도 하거든요. 회사가 수십 년 동안 쌓아온 브랜드의 이미지와 메시지가 정작 AI 답변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 겁니다.


왜 이런 차이가 생길까요?


AI는 사람처럼 브랜드를 경험하고 기억하지 않습니다. 웹에 쌓여 있는 정보와 확인할 수 있는 근거를 바탕으로 브랜드를 이해하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선명한 이미지가 남아 있어도, AI의 답변에는 기능적인 사실만 남을 수 있습니다.


에이넥트가 국내 브랜드의 AI 답변과 인용을 실측하면서도 이런 차이를 반복해서 확인했다고 해요.


그런데 여기서 흥미로운 점이 하나 있습니다. 사람에게 각인된 브랜드의 모습과 AI가 이해하는 브랜드의 모습, 그 사이의 간극을 숫자로 측정할 수 있다는 겁니다.


어떤 브랜드는 기업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핵심 자산이 AI 답변에서는 한 자릿수 비중으로 나타나기도 했어요.


사진: 필진 제공


제가 지난 8월 AI Summit 2026 무대에서 발표할 때에는 이런 실측 결과와 함께 GEO를 조금 다르게 정의했습니다.


"GEO는 브랜드를 꾸미는 도구가 아니라, 브랜드와 시장을 보는 관측 장비다"


GEO를 단순히 'AI 답변에 우리 브랜드를 노출하는 기술'로 알고 있었다면 조금 낯선 이야기일 수 있어요. 노출 전략이라더니, 왜 갑자기 관측 장비일까요?


이 글에서는 GEO를 단순한 노출 기술이 아니라, AI가 우리 브랜드와 시장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읽어내는 방법으로 확장해서 살펴보겠습니다.



GEO 체크리스트는 차별점이 아니라 입장권이에요


GEO를 도입한 기업들은 대개 체크리스트부터 챙깁니다. 브랜드 엔티티 구조화, 콘텐츠 최적화, 테크니컬 최적화, 외부 인용 신호 강화 같은 것들이죠.


모두 중요합니다. 하지만 경쟁사도 곧 갖추게 될 것들이에요. 시간이 지나면 이런 최적화는 차별점이 아니라 GEO 경쟁에 참여하기 위한 입장권이 됩니다.




여기서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이 있어요. AI는 브랜드의 자사 웹사이트만 보고 답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외부에 쌓인 정보를 훨씬 많이 참고해요. 글로벌 AI 브랜드 인용 16만여 건을 분석한 연구에서는 전체 인용의 85.7%가 브랜드가 직접 소유하지 않은 외부 콘텐츠였습니다. 국내에서도 비슷하게 AI 인용의 85~95%가 자사 밖에서 발생했고요.


그래서 검색 결과 1위를 차지하는 것과 AI에게 자주 인용되는 것은 조금 다른 문제가 되고 있어요.


쉽게 말하면 AI는 브랜드가 스스로 하는 말보다, 인터넷 곳곳에서 그 브랜드에 대해 쌓인 이야기를 함께 봅니다. 이런 정보의 덩어리를 코퍼스(말뭉치)라고 해요.


결국 AI에게 잘 발견되려면 자사 홈페이지에 좋은 말을 많이 써두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우리 브랜드에 대한 믿을 만한 정보가 웹 전체에 얼마나 잘 쌓여 있느냐가 중요해지는 거죠.




그래서 저는 무대에서 AI를 시장의 거울이라고 표현했어요. 이 거울은 기업이 보여주고 싶은 모습보다는 시장에 실제로 쌓여 있는 증거를 비춥니다.


여기서 GEO의 새로운 면모가 보이기 시작해요. AI 답변을 잘 들여다보면 시장이 우리 브랜드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가 보이거든요. 노출을 만들기 전에 먼저 관측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관측하면 보이지 않던 두 개의 지도가 나타나요


첫 번째 지도는 브랜드 인식 지도예요. AI가 우리 브랜드를 어떤 카테고리로 분류하고, 어떤 속성과 연결하는지를 보여줍니다. 서두에서 말씀드린 실험이 바로 이거예요.


답변 한두 건만 보면 단순한 인상에 그칠 수 있지만, 수백 건을 모으면 패턴이 보입니다. 우리 브랜드가 어떤 문맥에서 얼마나 자주 등장하는지, 기업이 강조하는 핵심 속성이 실제 답변에도 나타나는지, 그 인식에 영향을 미치는 출처는 어디인지 숫자로 확인할 수 있어요.


모듬 된 숫자 사진


기존의 인지도·선호도 조사가 "우리 브랜드를 아는가"를 물었다면, AI 답변 분석은 한발 더 들어가 "우리 브랜드를 무엇으로 알고 있는가"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AI가 알고 있는 우리 브랜드의 모습이 기업이 만들고 싶었던 모습과 다르다면, 그 차이가 곧 브랜딩의 실제 성적표가 되는 거죠.


두 번째 지도는 산업 지형도예요. 이번에는 우리 브랜드가 아니라 AI가 시장 전체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살펴봅니다.


예를 들어 "게임할 때 끊김이 적고 빠른 인터넷 추천해줘"라고 물어보면 AI는 아무 브랜드나 추천하지 않아요. 속도, 지연시간, 안정성처럼 질문에 맞는 몇 가지 기준을 세우고 그 기준에서 강한 브랜드를 후보로 올립니다. 이런 기준을 '카테고리 평가 기준'이라고 해요.


중요한 건 어떤 기준으로 보느냐에 따라 강한 브랜드가 달라진다는 점이에요. 실제로 '게임'을 기준으로 국내 인터넷 사업자를 분석했을 때 브랜드별 답변 등장률은 82%, 75%, 70%로 차이가 났습니다(에이넥트 실측, 2026.7).


에이넥트가 실제 측정한 산업 지형도 예시 / 수치는 등장률: 해당 질문군의 AI 답변 중 브랜드가 등장한 답변의 비율, n=질문수 (사진: 필진 제공)


결국 시장 전체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브랜드가 모든 상황에서 가장 먼저 추천되는 것은 아닙니다. 고객은 자신의 상황을 질문하고, AI는 그 상황에 맞는 기준으로 브랜드를 고르기 때문이에요.


앞서 본 브랜드 인식 지도와 이 산업 지형도를 겹쳐보면 더 많은 것이 보입니다. 기업이 보여주고 싶은 모습, AI가 실제로 인식하는 모습, 그리고 시장에서 경쟁 브랜드와 비교했을 때의 위치까지 함께 볼 수 있어요.


지금까지 설문과 표본조사로 추정했던 브랜드 인식에 AI 답변과 코퍼스라는 새로운 관측창이 하나 더 생긴 셈입니다.



이 지형도는 착시를 깨고, 비어 있는 기회를 보여줘요


이 지형도는 고객의 구매 상황에서 나온 질문을 평가 기준별로 묶고, 각 기준에서 어떤 브랜드가 얼마나 자주 등장하는지를 수치화한 겁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어디에서 강하고 어디에서 약한지 좀 더 명확하게 볼 수 있어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면 어떤 영역을 지키고, 어디를 새롭게 공략해야 하는지 마케팅과 브랜드 전략의 힌트도 얻을 수 있고요.


그렇다면 이미 코퍼스가 많고 AI에서 자주 언급되는 기업은 안심해도 될까요?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발표에서는 대기업이 흔히 빠지는 세 가지 착시를 짚었어요.


첫째, 총량-상황 불일치

전체 언급은 많지만 정작 고객의 중요한 구매 상황에서는 잘 등장하지 않는 경우예요.


둘째, 자사 발신 편중

기업이 스스로 하는 이야기는 많은데, 이를 뒷받침하는 외부의 평가와 검증은 부족한 경우예요.


셋째, 감정 부채

언급량 자체는 많지만 그 안에 부정적인 경험과 불신까지 함께 쌓여 있는 경우입니다.


결국 중요한 건 코퍼스의 양 자체가 아니라, 우리가 필요한 영역에 어떤 내용의 코퍼스가 쌓여 있느냐예요.


실제로 에이넥트가 관측한 국내 한 캠페인에서는 기업이 새롭게 내세우려던 메시지가 시장에 이미 형성된 인식과 충돌하고 있었습니다. 그대로 밀어붙였다면 소비자를 설득하기보다 오히려 반발을 키울 가능성이 있었죠. 그리고 그 반발마저 웹에 콘텐츠로 쌓이면, 이후 AI가 브랜드를 이해하는 재료가 될 수 있고요.


기업은 캠페인 집행 전에 이 흐름을 발견했습니다. 그래서 이미 인식이 굳어진 영역에서 정면승부하는 대신, 아직 비어 있는 영역으로 메시지와 진입 지점을 바꿨어요.


반대로 후발 브랜드에게는 이런 빈틈이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기존 광고 효과 연구에서도 검색 점유율의 변화가 시장 점유율보다 6~12개월 앞서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 있습니다(Binet, IPA EffWorks, 2020).


AI에서도 비슷한 가능성을 생각해볼 수 있어요. 사람들이 웹에서 우리 브랜드를 이야기하는 방식이 달라지고 → AI가 우리 브랜드를 설명하고 추천하는 방식이 달라지고 → 실제 문의와 구매에도 변화가 나타나는 흐름입니다.


아직은 더 많은 실측이 필요한 가설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분명해요. 매출이 움직이기 전에 시장에서 브랜드를 이야기하는 언어가 먼저 움직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코퍼스를 관측하면 그 변화를 조금 더 일찍 발견할 수 있다는 겁니다.



관측하고, 증명하고, 연결해보세요


지도를 손에 넣었다면, 그다음은 증거를 쌓을 차례입니다.


AI가 브랜드를 추천하려면 멋진 메시지만으로는 부족해요. 예를 들어 기업이 홈페이지에 "우리는 보안이 강합니다"라고 써놓았다고 해서 AI가 그대로 믿고 추천해주는 것은 아닙니다.


인증, 보안 백서, 침해 대응 절차, 고객사 보안 심사 기록, 서비스 수준 협약, 제3자 평가처럼 그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가 필요해요. 그리고 이런 정보들이 웹 곳곳에서 서로 연결될수록 AI도 브랜드의 주장을 확인하기 쉬워집니다.




그래서 GEO는 마케팅팀만의 일이 되기 어렵습니다. 제품팀이 가진 정보, 영업 현장의 사례, PR 콘텐츠, 법무와 보안 관련 자료까지 부서별로 흩어진 사실을 하나의 증거 체계로 연결해야 하기 때문이에요. GEO 프로젝트에 여러 부서가 함께 참여하는 TF가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AI의 역할이 "검색해서 알려주는 것"에서 "직접 골라주고 행동하는 것"으로 넓어지고 있기 때문이에요.


이미 쇼핑에서는 AI가 상품 탐색과 비교에 영향을 주고 있고, 대화 안에서 구매까지 이어지도록 만드는 시도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B2B에서도 공급업체를 찾고 입찰 조건을 비교하는 구매 에이전트가 등장하고 있고요.


이 변화가 중요한 이유는 간단해요. 사람에게 선택받기 위한 마케팅과 AI에게 선택받기 위한 마케팅은 조금 다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에게는 광고와 메시지로 매력을 전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AI 에이전트가 대신 비교하고 선택하는 순간에는 "왜 이 브랜드를 골라야 하는가"를 설명할 수 있는 증거가 더 중요해져요.


그래서 발표의 결론은 세 단어로 정리됩니다. 관측하고, 증명하고, 연결하는 것입니다.


먼저 관측해보세요.

AI가 우리 브랜드를 어떻게 이해하고, 어떤 상황에서 후보로 올리는지 확인하는 거예요.


그리고 증명해야 합니다.

AI가 우리 브랜드를 선택할 수 있도록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를 쌓는 거죠.


마지막으로 연결해야 합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AI의 선택이 실제 문의와 견적, 구매와 거래까지 이어지도록 길을 만듭니다.


읽히지 않으면 후보가 될 수 없고, 증명되지 않으면 추천될 수 없으며, 연결되지 않으면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GEO가 브랜드와 시장의 관측 장비라고요?


네, 그렇습니다. AI 답변에 우리 브랜드가 등장하는 것은 시작일 뿐이에요.


중요한 건 단순히 AI에게 자주 보이는 브랜드가 되는 것이 아닙니다. 제대로 이해되고, 충분한 근거로 검증되고, 결국 선택되는 브랜드가 되는 것이죠.


그러려면 먼저 지금 AI가 우리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부터 알아야 합니다.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 볼게요.


AI는, 우리 브랜드를 알고 있을까요?


이제 한 번 직접 물어볼 차례입니다.


※ 이 글의 원고는 에이넥트의 손승완 대표님이 제공해 주셨으며, 편집은 큐레터가 진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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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 은근 얄밉네요. 기껏 돈 써서 디자인 영상 다 만들어놨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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