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챠(Watcha)’가 생존의 기로에 놓였어요. 자금난에 시달린 왓챠의 투자사 중 한 곳이 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해 절차를 밟고 있는 건데요. 서비스가 정상 운영되고 있다는 점은 다행이지만, 이번 기업회생 절차가 왓챠의 ‘회생’을 위해서라기보다는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는 점에서 우려되고 있어요.
실제로 왓챠는 2019년부터 계속 적자예요. 2022년 555억 원에 달했던 적자를 지난해 18억 5천만 원 수준으로 줄였지만, 매출도 773억 원에서 341억 원으로 감소했어요. 게다가 와이즈앱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MAU는 53만 명으로 1위 넷플릭스(1393만 명)와는 경쟁이 불가한 수준이고, 5위 디즈니플러스(190만 명)도 쉽게 따라잡을 수 없는 격차예요. 누적된 적자도 크지만, 이걸 이겨낼 가능성도 기대하기 어려운 거죠.
왓챠만 적자인 건 아니에요. 티빙도 지난해까지 쌓인 적자가 1000억 원에 달해요. 다만, 1위를 달리고 있는 넷플릭스를 제외하고는 다들 ‘뒷배’가 있다는 점이 다르죠. 티빙은 ‘CJ ENM’, 쿠팡플레이는 ‘쿠팡’, 웨이브는 ‘SK스퀘어와 지상파 3사(KBS, MBC, SBS)’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최근에는 티빙과의 합병이 승인됐어요.
이러한 상황에서 왓챠는 고독한 싸움을 하고 있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전환사채(빌려준 돈을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채권) 연장까지 실패하게 된 거예요. 이 전환사채 490억 원 중 200억 원을 투자한 ‘인라이트벤처스’가 기업회생을 신청한 거고요.
넷플릭스에 없는 게 왓챠에는 있다
이 소식을 누구보다도 아쉬워하는 건, 왓챠의 팬들이에요. 왓챠의 플랫폼적 특성을 보면 다른 OTT와는 무언가 다른 점이 있었거든요.
왓챠의 뿌리 ‘왓챠피디아(WatchaPedia)’는 영화, 드라마, 책 등의 평가(별점)와 리뷰 등을 작성하고, 다양한 콘텐츠를 추천할 수 있는 플랫폼이에요. 여기서 쌓은 7억 개 이상의 데이터를 활용해서 지금의 OTT ‘왓챠(전 왓챠플레이)’가 탄생했고요. 그 덕분에 맞춤형 추천과 취향의 발견이라는 컨셉으로 마니아층을 끌어들였고, 독립영화, 단편영화, 일본 드라마 등을 적극 수급하면서 차별점을 만들었어요.

매니아틱한 컨셉은 대중성이 부족함을 뜻해요. 타깃을 좁게 노리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큰 수익을 내기가 어려워요. 그런데 OTT의 특성상 콘텐츠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고, 넷플릭스가 공격적으로 ‘오리지널 콘텐츠’ 경쟁을 부추기니, 살아남으려면 계속 돈을 쏟아부어야 하는 상황이거든요. 왓챠는 이 싸움에서 밀려난 셈이에요.
왓챠의 운명은?

다행인 점은 왓챠피디아는 경쟁력이 있다는 거예요. 올해 1월 기준, MAU는 400만 명을 돌파하면서 다른 OTT들의 콘텐츠까지도 포함되는, 방대한 양(7억 개 이상)의 ‘평가’ 데이터를 가졌거든요. 이러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AI가 ‘예상 별점’을 제공해 사용자가 좋아할 만한 콘텐츠를 추천하는 게 왓챠의 특장점이었고요.
왓챠의 위기에 대해서도 ‘왜 이러한 강점을 흐릿하게 했느냐’는 시선이 있어요. 마니아층을 만드는 컨셉을 유지하고, 추천 알고리즘을 잘 활용해서 규모는 작더라도 뾰족한 플랫폼의 성질을 유지했으면 어떻겠냐는 거죠. 실제로 애니메이션 전문 OTT ‘라프텔(LAFTEL)’은 흑자를 내면서 주목받았어요. 규모는 상대적으로 작지만, 핵심 팬층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만드는 거예요.
왓챠의 회생 여부는 2026년 1월 7일까지 제출되는 계획안에 따라 법원의 심사를 통해 결정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왓챠 혼자만의 힘으로는 위기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지만요. 뚜렷한 강점이 있는 만큼 생존을 위한 전략이 기대되기도 해요.
※ 이 글은 박승준 큐레터 에디터가 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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