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약 2년 전, 현대오토에버가 고양이 밈으로 숏폼 콘텐츠를 만들었습니다.
개발자와 비개발 직군 사이의 보이지 않는 벽을 고양이 두 마리가 대화하는 밈으로 표현했습니다. 해당 영상은 조회수 533만 회를 달성하는 등 큰 관심을 받았죠. 그리고 2025년, 현대오토에버의 경력 지원자는 전년 대비 10배 이상 증가했어요.
현대오토에버는 밈을 만들고, KCC는 스케치 코미디를 찍습니다. 도대체 B2B 기업들은 왜 밈과 예능에 진심이 된 걸까요?
[과거 B2B 마케팅은 지금과는 타겟과 방식이 달랐습니다]
과거 B2B 기업의 유튜브 콘텐츠는 특징이 명확했습니다. B2B 고객을 대상으로 핵심 기술의 강점 및 특징을 전달하는 것에 집중했죠.
배터리 기업은 mAh와 Wh의 차이를 설명했습니다. KCC는 중앙연구소의 공정을 소개했습니다. 삼성전기는 PCB 인쇄회로기판의 기술을 해설했습니다.
타겟은 분명했습니다. 구매 담당자와 엔지니어 같은 B2B 고객이었죠.
목적도 분명했습니다. 기술력을 증명하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이런 콘텐츠는 필요했습니다. 전문성을 보여주고, 신뢰를 쌓고, 제품을 이해시키는 데 효과적이었으니까요.
그런데 지금은 다릅니다.
[B2B 기업의 마케팅 환경이 바뀌었습니다]
요즘 B2B 기업이 왜 밈을 적용하고, 예능형 콘텐츠를 제작할까요? 마케팅 환경이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무엇이 바뀌었을까요?
① B2C 시장까지 챙겨야 하는 환경
KCC의 페인트를 구매하는 주체는 건설사입니다. 하지만 그 페인트가 들어간 집에 사는 사람은 일반인입니다.
삼성전기 부품을 사는 주체는 전자 기업입니다. 하지만 그 부품이 들어간 제품을 쓰는 사람은 소비자입니다.
일반 대중의 브랜드 인지도가 B2B 경쟁력으로 작용합니다. "저는 이 브랜드를 알아요"가 구매 결정에 영향을 주는 시대입니다.
② 채용 브랜딩이 필수가 된 환경
우수 인재를 확보하려면 브랜드가 필요합니다. 취업 준비생들은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을 봅니다. 밈을 보고, 릴스를 보고, 회사를 기억합니다. 현대오토에버가 증명했습니다. 밈 콘텐츠로 전환한 지 1년, 경력 지원자가 10배 늘었습니다. 2025년 6월, 채용 플랫폼 캐치는 현대오토에버를 '화제의 기업 5위'로 선정했습니다.
"LS그룹이요? 직원 소개팅 예능을 제작한 곳? 직원들의 진정한 복지에 신경 쓰는 회사"
"현대오토에버요? 고양이 밈으로 Z세대의 마음을 사로잡는 곳? 유행을 선도하는 회사"
이제 인재는 콘텐츠가 쌓여서 생긴 긍정적 브랜드 이미지의 기업을 선택하게 됩니다.
③ 잠재 고객을 새로 발굴해야 하는 환경
KCC는 B2C 시장으로 확장하고 있습니다. 기존 고객은 건설사, 인테리어 업체였습니다. 하지만 이제 일반 소비자도 타겟입니다. KCC는 일반인이 셀프 인테리어에 페인트를 쓸 수 있도록 사용법 안내 콘텐츠를 만듭니다. 전문가만 쓰던 제품을 일반인도 쓸 수 있게 만드는 겁니다.
"거실벽을 직접 칠해 볼까?"
이 한 문장이 새로운 시장을 엽니다.
④ 내부 직원의 자긍심이 중요해진 환경
직원들이 자랑할 수 있는 콘텐츠가 필요합니다.
"우리 회사 인스타 봤어?"
사람들이 보고 웃는 영상. 이것이 조직 자긍심이고, 기업 문화인 시대입니다. 콘텐츠에 기반한 내부 브랜딩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그래서 이제 B2B 기업은 B2C 방식으로 마케팅합니다]
환경이 바뀌었으니, 방식도 바뀝니다. B2B 고객만 보던 시대에는 기술을 설명하면 됐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일반 대중, 취업 준비생, 잠재 고객, 내부 직원까지 봐야 합니다. 그래서 B2B 기업은 B2C 마케팅 방식을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① KCC TV | 씨리얼
- 숏박스, 띱, 싱글벙글 등 스케치 코미디 채널들이 모여 시리즈 형태로 콘텐츠를 제작
- 스케치 코미디 포맷 속에 자연스럽게 KCC의 주요 제품들을 노출하는 형태로 제작
② LS티비 | LS그룹 아바타 소개팅 [처음뵙겠습니다]
- LS그룹 이성친구 만들기 프로젝트
- 아바타 소개팅이라는 유행하는 포맷을 활용, 진정한 직원의 복지를 챙기는 LS그룹의 브랜드 이미지 구축
③ 삼성SDS
- 김부장 캐릭터를 활용한 숏폼
- 삼성SDS에 관한 오해를 푸는 콘텐츠를 숏폼 트렌드에 맞게 제작
B2B 고객에서 일반 대중으로 타겟이 확장되었습니다. 기술력 증명을 넘어 브랜드 인지도, 호감도, 취업 매력도 등 마케팅의 목적이 달라졌습니다. 교육형 영상에서 예능, 드라마, 밈 등 주요한 포맷도 달라졌습니다. B2C 브랜드가 먼저 하던 방식을 이제 B2B 브랜드도 하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B2B 마케팅의 진짜 타겟이 바뀌었습니다]
B2B 기업이 예능을 만든다고 해서, B2B 영업을 포기한 것은 아닙니다. 기술의 강점을 강조하는 것은 여전히 중요합니다.
달라진 것은 "누구에게 보여줄 것인가"입니다. 예전 B2B 마케팅의 타겟은 구매 담당자였습니다. 지금은 다릅니다. 제품을 쓰는 일반 소비자, 회사를 평가하는 취업 준비생, 새롭게 발굴해야 할 잠재 고객, 자긍심을 느껴야 할 내부 직원까지. 사로잡아야 할 청중의 폭이 넓어졌습니다.
B2B와 B2C의 경계가 무너진 게 아닙니다. B2B 기업이 닿아야 할 청중이 기업 밖으로 확장된 겁니다. 마케팅 환경의 변화가 브랜딩의 방향을 B2C로 돌려놓았습니다.
B2B 기업의 고객은 회사입니다.
하지만 B2B 기업의 청중은 사람입니다.
그래서 이제 2가지를 동시에 해야 합니다. 고객사에는 기술을 증명하고, 대중에게는 브랜드를 각인시키는 것. 가볍게 소비되는 숏폼처럼 보였던 현대오토에버의 고양이 밈, KCC의 스케치 코미디, LS그룹의 사내 소개팅, 삼성SDS의 김부장 캐릭터는 모두 같은 곳을 향합니다.
그리고 이 시도들은 겹겹이 쌓여, 누구도 쉽게 복제할 수 없는 브랜드 자산이 됩니다. 제품과 부품을 사는 건 기업이어도, 그 브랜드를 기억하고 팬이 되는 건 결국 사람이니까요.
여러분이 최근 가장 인상 깊게 본 B2B 기업의 콘텐츠는 무엇인가요?
※ 이 글의 원고는 유크랩(유튜브 마케팅 컴퍼니) 선우의성 대표님이 제공해 주셨으며, 편집은 큐레터가 진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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