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번 3C 분석을 사칙연산으로 풀었던 글, 기억하시나요?
👉🏻 급한 업무 때문에 블루보틀 갔는데 와이파이가 없어요 아;;
3C로 우리가 이길 수 있는 지점을 찾았다면, 이번엔 그 자리에 실제로 깃발을 꽂는 작업이에요. 바로 전략 마케팅의 심장, STP 분석이죠.
STP이란?
1. 시장 세분화(Segmentation)
2. 타겟팅(Targeting)
3. 포지셔닝(Positioning)
거대한 시장을 잘게 나누고, 그중 우리가 이길 한 조각을 고르고, 고객의 머릿속에 우리 자리를 잡는 3단계 틀이에요.
그런데 막상 해보면 이것도 "우리 고객은 2030 여성", "우리는 프리미엄 지향" 같은 교과서식 요약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아요.
대체 뭐가 다른 걸까요?
시장을 '구분'하는 것과, 그 구분을 우리 브랜드의 자리로 '설계'하는 것은 전혀 다른 영역이에요. 잘하는 카페 브랜드들은 STP를 그저 분류하지 않아요.
시장을 예리하게 나눠 조각을 발견하고(÷), 욕심나는 고객까지 과감히 빼서 하나에 집중하고(-), 우리만의 차별점을 인식으로 곱하고(×), 자리를 잡은 뒤엔 새로운 포지션을 계속 더해(+) 넓혀가죠.
눈치채셨겠지만 이번엔 순서가 나누기(÷)부터 시작해요. 사칙연산은 정해진 순서가 아니라 시장을 바라보는 네 가지 관점이에요. STP의 첫 단추가 '시장을 쪼개는 일이니, 자연스럽게 나누기부터 풀어가는 거예요.
이 글에서 카페 기획자의 시선으로 STP를 사칙연산으로 풀어드릴게요. 교과서는 덮고, 지금 당장 시장 속에 우리 깃발을 꽂을 전략의 기준을 함께 정리해 봐요. 저와 함께 하실 준비 되셨나요? 그럼 시작합니다.
첫번째 공식, 나누기 :
세분화, 거대한 시장을 예리하게 쪼개다
STP에서 나누기 전략은 세분화 그 자체예요. 세분화의 본질은 뭉뚱그려진 '모든 고객'이라는 덩어리를 잘게 쪼개, 아무도 제대로 공략하지 않은 조각을 찾아내는 거죠. 어떤 기준으로 쪼개느냐에 따라 보이는 틈이 완전히 달라져요.
크게 취향으로 나누기와 가치 기준으로 나누기가 있어요.
취향으로 나누기 : 카멜커피
2017년 성수동 골목에서 작은매장으로 시작한 카멜커피는 시장을 '커피 맛'이 아니라 '취향'으로 쪼갰어요. 당시 카페 시장은 저가냐 프리미엄이냐, 즉 가격으로만 나뉘어 있었는데요. 카멜은 여기에 없던 축을 그어 시장을 다시 나눴어요. 빈티지 가구, 패션, 라이프스타일을 좋아하는 감성 소비자라는 조각으로요.
우유와 크림 베이스의 시그니처 '카멜 커피'에 창업자가 사랑하는 빈티지 가구와 옷을 공간에 담아내니, 가격이 아니라 취향으로 묶인 팬덤이 생겼어요.

이후 루이비통, 리복, ABC마트 같은 브랜드와 협업하며 도산공원 앞 오픈런 카페로 자리 잡았고, 현재 국내 14개 매장(홈페이지 기준)에 미국 LA까지 진출했죠. 남들이 가격으로만 나누던 시장을 '취향'이라는 새 칼로 다시 나눠, 비어 있던 조각을 통째로 가져간 거예요.
마케터를 위한 대선C의 TIP 💡
세분화의 기준을 꼭 나이나 소득으로만 잡지 마세요. "무엇을 좋아하는 사람인가"라는 취향 축으로 시장을 나누면, 경쟁이 없는 조각이 보여요. 우리 매장을 좋아하는 단골 다섯 명의 공통 취향을 적어보세요. 거기에 아직 아무도 안 판 조각이 있어요.
가치 기준으로 나누기 : 노브랜드 버거
신세계푸드의 노브랜드 버거는 '가성비를 최우선으로 따지는 고객'이라는 가치 기준으로 시장을 나눴어요. 프리미엄 수제버거와 기존 패스트푸드로 양분된 시장에서, 맛보다 '가격 대비 만족'을 먼저 보는 조각을 겨냥한 거예요.

'Why pay more?(왜 더 내?)'라는 슬로건 아래 2,500원짜리 어메이징 불고기 같은 절대적 가성비 메뉴와 4,000원대 상대적 가성비 메뉴로 라인을 나눴어요.
이 어메이징 시리즈는 출시 1년 만에 누적 300만 개가 팔렸죠. 순쇠고기 대신 혼합육 패티를 쓰는 것도 이 조각이 가장 중시하는 '가격'을 지키기 위한 선택이에요. 모두를 만족시키려 하지 않고, 가성비라는 가치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조각만 정확히 겨눠 시장을 나눈 사례예요.
마케터를 위한 대선C의 TIP 💡
고객이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지(가성비, 건강, 속도, 경험)로 시장을 쪼개보세요. 한 가치 기준을 정하면 메뉴, 재료, 가격이 저절로 정렬돼요. 모두를 위한 카페는 아무의 카페도 아니게 되기 쉬워요.
두번째 공식, 빼기 :
타겟팅, 욕심나는 고객까지 빼고 하나에 집중하다
STP에서 빼기 전략은 타겟팅이에요. 타겟팅의 핵심은 "누구를 잡을까"가 아니라 "누구를 포기할까"예요. 세분화로 나눈 조각 중 하나만 남기고 나머지는 과감히 빼는 것, 그 결단이 브랜드를 선명하게 만들어요.
크게 대중을 빼고 최상위만 남기기와 화려함을 빼고 핵심 타겟만 남기기가 있어요.
대중을 빼고 최상위만 남기기 : 바샤커피
2023년 9월 롯데백화점이 바샤커피의 국내 프랜차이즈 및 유통권 단독계약을 체결 후 약 1년만인 2024년 8월, 청담동에 상륙한 '모로코 왕실 커피' 바샤커피는 타겟팅에서 가장 과감한 빼기를 보여줘요.
이 브랜드는 가격에 민감한 대중 고객을 아예 타겟에서 빼버렸어요.

뜨거운 커피는 컵이 아니라 주전자(팟) 단위로 제공되는데, 1팟에 1만6000원부터 최고 48만원까지이고, 100% 아라비카 원두 206종을 전문 서버가 골드팟에 담아 커피를 준비해 준다고 해요.
그 중 1팟에 48만원짜리 커피 원두는 브라질산인 '파라이소 골드'라고 해요. '커피 한 잔에 그 돈을 쓸 수 있는 소수'만을 위한 최상의 커피죠. 가성비를 따지는 고객이 들어오면 오히려 브랜드가 흐려지기에, 그들을 과감히 빼고 최상위 조각만 남긴 거예요. '커피계의 에르메스'라는 별명은 이 빼기의 결과물이에요.
마케터를 위한 대선C의 TIP 💡
모든 손님을 받으려는 순간, 아무 색깔도 안 남아요. 우리가 진짜 잡고 싶은 한 명을 정하고, 그 사람이 아닌 고객은 조금 불편해도 괜찮다고 선을 그어보세요. 타겟을 좁히면 가격도, 메뉴도, 공간도 자신 있게 밀어붙일 수 있어요.
화려함을 빼고 핵심 타겟만 남기기 : 엔제리너스
16년 넘게 이어온 엔제리너스는 포화된 커피 시장에서 흐릿해진 정체성을 2021년 리브랜딩으로 다시 세웠어요. 이때의 핵심이 타겟을 좁히는 빼기였는데요. 막연한 '모든 커피 고객' 대신, '2534 직장인'이라는 한 조각으로 타겟을 압축했어요.
이 타겟이 원하는 건 화려한 이벤트가 아니라 '능동적인 휴식'이라는 판단 아래, 상권별 컨셉 스토어로 이들의 동선과 감성에 집중했어요.

백화점 명품관 고객 동선에 맞춘 문화 공간형 매장, '시간도 쉬어가는 공간'을 내세운 자연친화 매장처럼요. 넓은 고객층을 욕심내는 대신 핵심 타겟이 진짜 원하는 경험만 남긴 결과, 엔제리너스의 베이커리 카페 매출이 2년 연속 30%대 성장을 기록했다고 해요.
마케터를 위한 대선C의 TIP 💡
리뉴얼할 때 '더 많은 고객'을 노리기보다 '핵심 고객 한 부류'를 정하고, 그들이 안 좋아할 요소부터 빼보세요. 우리 타겟이 혼공족이라면 시끄러운 이벤트보다 조용한 콘센트석이 정답일 수 있어요. 타겟이 뾰족해지면 뭘 뺄지가 명확해져요.
세번째 공식, 곱하기 :
포지셔닝, 하나의 인식을 반복해 곱하다
STP에서 곱하기 전략은 포지셔닝이에요. 포지셔닝은 우리 브랜드의 차별점 하나를 고객의 머릿속에 심고, 그 인식을 계속 곱해 키우는 일이죠. 여러 메시지를 흩뿌리는 게 아니라, 단 하나의 연상을 반복해 곱해야 자리가 잡혀요.
크게 전문성으로 인식 곱하기와 사람으로 인식 곱하기가 있어요.
전문성으로 인식 곱하기 : 커피앳웍스
SPC그룹이 2014년 론칭한 커피앳웍스는 '스페셜티 커피 전문 브랜드'라는 단 하나의 포지션을 집요하게 곱해왔어요. 흔한 프랜차이즈 커피가 아니라 '진짜 좋은 커피를 다루는 곳'이라는 인식으로요.

세계 유명 산지에서 상위 7% 최상급 생두만 쓴다는 기준을 내세우고, 생두 소싱부터 커핑,로스팅,바리스타에 이르는 다섯 단계(5 WORKS)의 유기적 결합을 브랜드 이름과 철학에 그대로 담았어요.
커피 각 분야 최고 전문가들이 연구개발로 참여한다는 스토리까지 더해, '전문성'이라는 하나의 인식을 매장, 원두, 메뉴 전반에서 반복해 곱했죠. 그 결과 대중적 프랜차이즈와는 다른, 스페셜티라는 자리를 또렷하게 차지했어요.
마케터를 위한 대선C의 TIP 💡
포지셔닝은 우리는 뭐든 잘해요가 아니라 "우리는 이거 하나는 확실해요"여야 해요. 원두든, 로스팅이든, 디저트든 우리가 자신 있는 딱 하나를 정하고 매장 곳곳에서 그 메시지만 반복하세요. 곱셈은 같은 값을 거듭할 때 커져요.
사람으로 인식 곱하기: 빽다방
빽다방은 '백종원'이라는 사람 자체를 포지셔닝의 축으로 곱한 브랜드예요. 다른 저가 커피들이 손흥민, 방탄소년단 뷔 같은 톱스타를 광고 모델로 세울 때, 빽다방은 별도 모델 없이 창업자 백종원의 이미지를 그대로 브랜드 얼굴로 썼어요.

방송을 통해 쌓인 '외식 전문가의 합리적인 맛'이라는 신뢰가 곧 브랜드 인식이 됐죠. 덕분에 대대적인 스타 마케팅 없이도 꾸준한 인지도를 유지했고, 저가커피 3대장이 됐어요. 사람 하나가 주는 신뢰라는 인식을, 브랜드 전반에 걸쳐 반복해 곱한 결과예요.
마케터를 위한 대선C의 TIP 💡
작은 카페일수록 사장님이 가장 강력한 포지셔닝 자산일 수 있어요. '20년 경력 로스터가 직접 볶는 집'처럼 사람의 스토리를 전면에 두면, 광고비 없이도 신뢰가 곱해져요. 단, 그 스토리는 매장 경험과 끝까지 일치해야 해요.
네번째 공식, 더하기 :
자리를 잡은 뒤, 새로운 조각을 계속 더하다
STP는 한 번 하고 끝나는 게 아니에요. 세분화, 타겟팅, 포지셔닝으로 시장에 자리를 잡았다면, 그다음은 인접한 새 조각을 더해 시장을 넓히는 확장의 시간이죠. 더하기 전략은 이렇게 STP를 한 바퀴 돌린 브랜드가 다음 조각을 얹는 방식이에요.
크게 새 브랜드를 더하기와 새 포지션을 더하기가 있어요.
새 브랜드를 더하기 : SPC 포트폴리오
SPC그룹은 하나의 브랜드로 모든 조각을 잡으려 하지 않고, 조각마다 다른 브랜드를 더해 시장을 넓게 덮었어요. 스페셜티 커피 애호가에게는 커피앳웍스를,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찾는 고객에게는 잠바주스를, 데일리 도넛, 커피 수요에는 던킨을 더하는 식이에요.
각 브랜드가 서로 다른 조각을 담당하니, 한 브랜드로 무리하게 확장할 때 생기는 정체성 충돌 없이 시장을 넓게 커버할 수 있어요.
프리미엄부터 데일리까지, 고객이 어느 취향에 서 있든 SPC의 어떤 브랜드로든 만나게 되는 구조죠. 이미 잡은 자리 옆에 새로운 세그먼트용 브랜드를 하나씩 더해 포트폴리오를 키운 전형적인 더하기 전략이에요.
마케터를 위한 대선C의 TIP 💡
매장 하나짜리도 메뉴 라인을 더하는 방식으로 확장할 수 있어요. 기존 데일리 라인이 자리를 잡았다면, 그 옆에 스페셜티 드립 라인을 존과 이름을 나눠 더해보세요. 취향이 다른 새 고객을 얹는 거예요. 단, 두 라인의 경계는 손님이 헷갈리지 않게 또렷해야 해요.
새 포지션을 더하기 : 잠바주스
SPC의 잠바주스는 기존에 차지하던 '주스 전문점'이라는 조각 위에, '건강한 라이프스타일 카페'라는 새 포지션을 더해 활동 영역을 넓힌 사례예요. 이름에서 아예 주스를 빼는 리브랜딩으로 확장의 신호탄을 쐈어요.
스무디와 주스에 머물던 메뉴에 커피와 에너지볼, 샌드위치, 샐러드 같은 식사 대용을 더해 카페 콘셉트를 강화했어요.

'캘리포니아 선샤인'을 컨셉으로 햇살 이미지의 조명과 우드 인테리어, 오래 머물 수 있는 좌석까지 더해 공간의 성격도 넓혔죠. 주스만 파는 좁은 조각에 머무는 대신, 건강 지향 카페라는 더 큰 조각을 얹어 시장을 확장한 거예요.
마케터를 위한 대선C의 TIP 💡
지금 자리가 너무 좁아졌다면, 인접한 더 큰 조각을 얹는 확장을 검토해보세요. 단, 새 포지션을 더할 때는 이름, 메뉴, 공간을 한꺼번에 바꿔야 고객이 새 자리를 인식해요. 절반만 바꾸면 옛 자리도 새 자리도 못 잡아요.
대선C의 Comment
카페 STP 분석도 결국 사칙연산이에요. 시장을 나누고, 고르고, 자리 잡고, 넓히는 과정을 그저 분류만 하면 교과서 요약으로 끝나지만, 나누고 빼고 곱하고 더하기 시작하면 그건 우리 브랜드가 시장에 깃발을 꽂는 '실행 지도'가 돼요.
거대한 시장을 예리하게 쪼개는 나누기, 욕심나는 고객까지 걷어내고 하나에 집중하는 빼기, 단 하나의 인식을 반복해 키우는 곱하기, 자리를 잡은 뒤 새 조각을 얹어 넓히는 더하기. 이 네 가지 공식 안의 여덟 가지 전략이면 세 글자 STP를 충분히 우리 편으로 만들 수 있어요.
"당신의 카페는 지금 시장을 어떻게 나누고(÷), 어떤 고객을 빼며(-), 어떤 인식을 곱하고(×), 어떤 조각을 더해(+) 자리를 넓히고 있나요?"
교과서는 이제 그만 덮고 이 질문부터 던져보셔도, 우리 브랜드가 시장에 깃발을 꽂을 다음 한 수는 충분히 보일 거예요.
여러분, 이번 큐레터 어떻게 보셨나요?
좋아요, 댓글로 여러분의 생각을 공유해주세요.
※ 오늘 F&B 기획자의 관찰일지는 대선C(안대선)님이 작성하고, 큐레터가 편집했어요.
☕ 쉽게 푸는 F&B 전략 또 보기
■ 급한 업무 때문에 블루보틀 갔는데 와이파이가 없어요 아;;
■ 사무실 근처에 메가커피 컴포즈커피가 가득한 이유를 알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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