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마케터는 GEO 강의가 끝나고 뭘 물어볼까?

손승완

by. 손승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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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10. 12


최근 이틀에 걸쳐 한 대기업에서 GEO 강의를 했습니다. 준비하면서 예상한 질문은 정해져 있었어요.


ChatGPT에 우리 브랜드가 잘 나오게 하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요?

AI가 읽기 좋게 홈페이지를 어떻게 바꿔야 할까요?

어떤 콘텐츠를 만들어야 인용될까요?


GEO 강의에서 늘 나오는 질문들이죠. 그런데 이번 강연장에서 나온 질문은 결이 달랐습니다.


소비자가 우리 제품을 고르기 전에 AI에게 어떤 질문을 할까요?

그 질문을 어떻게 체계적으로 설계할 수 있을까요?

AI의 답변을 분석하면 소비자가 중시하는 구매 기준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우리 브랜드와 경쟁사는 AI 안에서 어떤 관계로 묶여 있을까요?


우리가 '브랜드 지형도'라고 부르는 분석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어요.


AI는 우리를 어떤 경쟁사와 함께 언급하고, 어떤 속성과 연결할까요?

어떤 상황에서 우리 대신 경쟁사를 추천할까요?

그 결과를 브랜드 전략에 어떻게 반영할 수 있을까요?


강연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제가 준비한 내용이 아니라 참석자들이 던진 질문이었습니다. 오늘 글은 그 질문이 왜, 어떻게 달라졌는지에 대한 이야기예요.



몇 달 전에는 '어떻게 노출될까'를 물었어요


올해 초만 해도 기업이 가장 궁금해한 것은 단순했습니다. "GEO를 해야 할까?" 중요한 질문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한 단계 더 들어가고 있어요. "GEO로 무엇을 읽어낼 수 있을까.", "그 결과로 우리 브랜드의 무엇을 바꿀 수 있을까."


AI 답변에 등장하는 것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AI가 우리 브랜드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를 보고 그 안에서 전략적 의미를 찾기 시작한 거예요.


지난 칼럼에서 저는 GEO를 '브랜드와 시장을 보는 관측 장비'라고 표현했습니다. 여기서 관측대상은 소비자 인식 그 자체가 아니에요. 현재 시장의 정보 구조와 그 위에서 AI가 형성한 브랜드 인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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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답변은 그 구조를 읽는 신호이고, 실제 소비자 데이터와 결합할 때 전략적 가치가 커지죠. 관측을 시작하니 다음 질문이 따라온 셈입니다. 이 장비로 무엇을 볼 것인가.



글로벌 컨설팅사 네 곳이 같은 질문을 하고 있었어요


처음에는 국내 기업의 GEO 이해도가 빠르게 높아졌다고만 생각했어요. 그런데 최근 글로벌 마케팅·브랜딩 업계의 자료를 읽다가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칸타(Kantar), 맥킨지(McKinsey),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액센츄어(Accenture)가 지금 이야기하는 주제가 강연장에서 나온 질문과 거의 같았거든요. 표현은 다르지만 질문은 하나로 모입니다.


AI는 우리 브랜드를 무엇으로 이해하고 있으며, 왜 우리를 선택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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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타는 「마케팅 트렌드 2026」에서 이러한 변화를 '머신 셀렉션을 거친 인간적 연결'이라고 설명합니다. 브랜드는 여전히 사람에게 사랑받아야 하지만, 이제는 소비자에게 닿기 전에 AI의 선택을 거치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뜻이에요.


"모델이 당신을 모르면, 당신을 선택하지 않는다"는 경고처럼, 유명한 브랜드라도 AI가 그 특징과 가치를 이해하지 못하면 추천받기 어렵다는 거죠.


결국 브랜딩에도 새로운 질문이 생겼습니다. "소비자에게 어떻게 기억될 것인가"를 넘어 "AI에게 어떻게 이해될 것인가"입니다.


맥킨지도 2026년 칸 라이언즈를 분석하며 'AI가 알아볼 수 있는 포지셔닝'을 강조했어요. 검색 결과 상위에 노출되는 것만큼이나 AI가 브랜드의 차별점을 이해하고 추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AI가 우리 브랜드를 어떻게 설명하고 경쟁사와 비교하는지도 살펴봐야 하죠.


보스턴컨설팅그룹은 그 출발점으로 '명확한 브랜드 정체성'을 꼽습니다. GEO와 AEO를 위한 기술적 최적화보다 우리 브랜드가 누구를 위한 브랜드인지, 어떤 가치를 제공하며 왜 선택받아야 하는지부터 정의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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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Karla Cosmetics


누구를 위한 브랜드인가, 우리만의 가치 제안은 무엇인가, 경쟁사 대신 우리를 선택해야 할 이유는 무엇인가. 이것을 먼저 정의한 뒤, AI가 소비자 질문에 답할 때 쓸 수 있는 짧고 명확한 정보 단위와 그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로 바꾸라는 거죠.


최신 GEO 전략처럼 들리지만 곰곰이 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누구를 위한 제품인가,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가, 경쟁사와 무엇이 다른가, 왜 우리를 선택해야 하는가. 브랜딩이 수십 년간 던져온 가장 고전적인 질문이거든요. 가장 새로운 기술이 우리를 가장 오래된 질문으로 돌려놓고 있는 셈입니다.



AI는 기업이 하고 싶은 말을 그대로 전달하지 않아요


마케팅은 언제나 제품과 고객에서 출발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20여 년간 디지털 마케팅이 발전하면서 실무의 무게중심은 점차 유입과 노출로 이동했어요.


도달, 노출, 검색 순위, CTR, CPA, 기사 건수, 인플루언서 수. 광고부터 SEO, PR까지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보다 '어떻게 더 많은 사람에게 보여줄 것인가'에 많은 비용과 노력을 쏟아왔죠.


그런데 AI가 이 흐름을 바꾸고 있습니다.


기존 검색엔진에서는 사용자가 링크를 클릭해 홈페이지에 들어오면 기업이 원하는 메시지를 직접 전달할 수 있었어요. 첫 화면에는 핵심 메시지를, 상세 페이지에는 제품의 강점을, 브랜드 페이지에는 원하는 이미지를 담는 식이었죠.


하지만 AI 검색에서는 다릅니다. AI는 기업의 홈페이지뿐 아니라 뉴스, 리뷰, 유튜브, 커뮤니티 등 다양한 정보를 종합해 브랜드를 이해하고, 이를 자신의 언어로 소비자에게 설명합니다.


기업이 직접 보여주고 싶은 모습과 AI가 소비자에게 설명하는 모습이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에요.


Lipstick by Ciro Guastamacchia | Fstoppers
사진: Fstoppers


기업은 스스로를 "혁신적인 기술의 프리미엄 브랜드"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AI는 "가격 경쟁력과 편의성이 강점인 대중적인 브랜드"라고 설명할 수도 있어요.


소비자가 처음 만나는 설명이 후자라면, 브랜드가 오랫동안 쌓아온 자기 정의와 AI가 전달하는 정의 사이에 간극이 생기겠죠.


그래서 GEO에서는 얼마나 많이 등장했느냐만 보면 안 됩니다. 어떤 의미로 등장했는가까지 살펴봐야 해요.



GEO를 하다 보면 다시 제품으로 돌아가요


실제로 GEO 프로젝트를 시작하면 처음에는 노출을 살펴봅니다. 챗GPT에서 우리 브랜드가 몇 번 나왔는지, 제미나이에서 경쟁사보다 많이 등장하는지, 어떤 출처가 인용되는지를 측정하죠. 그런데 조금만 깊이 들어가면 질문이 바뀌어요.


우리 제품은 정확히 누구에게 필요할까요? 고객은 어떤 상황에서 이 제품을 찾을까요? 그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구매 기준은 무엇일까요? 우리 제품은 그 기준에서 경쟁사보다 실제로 강할까요? 강하다고 말할 증거가 있을까요? 그 증거가 웹에 충분히 존재할까요?


여기서부터는 GEO 담당자만의 영역이 아닙니다.


제품 담당자, 브랜드 담당자, 마케팅과 PR, 경우에 따라 영업과 CS의 데이터까지 필요해요. AI에게 제대로 설명하려고 했더니, 먼저 우리가 제품을 제대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하는 상황이 된 거죠.


Adaptabilidad: cuando los equipos responden al cambio sin perder el rumbo


PR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사의 도달량과 건수는 여전히 중요해요. 하지만 AI 관점에서는 또 하나의 가치가 생깁니다. 신뢰할 수 있는 외부 증거를 쌓는 일이에요.


홈페이지에서 "우리는 보안에 강하다"고 100번 말해도 AI에게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보안 인증은 있는가, 외부 기관은 어떻게 평가했는가, 고객 사례와 기술 백서는 있는가, 공신력 있는 언론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는가. AI는 자사 홈페이지뿐 아니라 외부 정보를 함께 읽기 때문이죠.


그러면 PR의 질문도 "이번 달 기사를 몇 건 냈는가"에서 "이번 PR로 우리 브랜드의 어떤 사실이 시장에 축적됐는가"로 바뀝니다.


맥킨지 역시 AI로 콘텐츠가 범용화될수록 쉽게 복제되지 않는 PR과 언드 미디어, 라이브 경험의 가치가 높아진다고 지적해요. 저는 PR의 전략적 가치가 앞으로 오히려 높아질 것이라고 봅니다.



에이전트는 약속보다 증거를 봐요


여기까지는 AI가 소비자에게 답변을 주는 단계입니다. 다음 단계는 이미 시작됐어요. AI가 제품을 찾고, 비교하고, 후보를 줄이고, 구매 결정의 일부까지 대신하는 AI 에이전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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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센츄어가 16개국 25,590명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4%가 구매를 대신 맡길 때 개인 AI 에이전트를 가장 친한 친구보다 더 신뢰하겠다고 답했어요.


액센츄어의 결론은 한 문장입니다. 에이전트는 검증할 수 있는 것을 추천한다는 거예요.


브랜드는 소비자에게 매력적으로 보이는 것을 넘어 에이전트에게도 신뢰받아야 하며, 가치를 약속하는 데 그치지 않고 검증 가능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사람은 감성적인 광고에 마음이 움직여요. 하지만 에이전트가 가격, 성능, 리뷰, 인증, 사용 조건, 외부 평가를 동시에 비교하고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E-Ticaret'te Ürün İade Oranı Nasıl Azaltılır? - Dopinggo


약한 차별화는 숨기기 어려워지고, 과장된 가치 제안은 확인하기 쉬워지죠. 브랜드가 말하는 것과 제품의 실제 모습 사이의 거리는 짧아질 수밖에 없어요.


저는 이 변화를 세 단어로 정리합니다.

Attention, Meaning, Selection.


지금까지 마케팅은 소비자의 눈앞에 나타나는 법, 즉 Attention을 정교하게 발전시켜 왔어요. 그런데 AI가 정보 탐색의 중간에 들어오면서 Meaning의 비중이 커졌습니다.


AI는 우리 브랜드를 무엇으로 이해할까요?

어떤 카테고리에 넣을까요?

어떤 소비자에게 적합하다고 볼까요?

무엇을 장점으로 설명할까요?


이 Meaning이 쌓인 결과가 Selection입니다.


어떤 질문에서 우리를 답변에 포함하고, 어떤 제품을 추천하고, 에이전트가 어떤 브랜드를 실제 후보로 고르는가에 대한 것이죠.


칸타가 말한 머신 셀렉션이 바로 이 지점이에요. 그래서 GEO를 '노출 최적화'만으로 설명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Agentic Supply Chain: Meeting Demand at the Speed of Agents | Accenture


기술적 최적화는 여전히 필요하지만 입장권일 뿐이고, 경쟁사도 머지않아 같은 체크리스트를 갖추게 될 거예요.

그다음 경쟁은 다른 질문에서 벌어집니다.


우리는 어떤 고객의 어떤 상황을 선점할 것인가. 그 상황에서 우리 브랜드는 어떤 의미를 가져야 하는가. 그 의미를 실제 제품이 뒷받침하는가. 그것을 증명할 정보가 시장에 존재하는가.


이 지점에서 GEO는 SEO팀이나 디지털 마케팅팀만의 업무가 아니라, 브랜드 전략과 제품 전략, 마케팅과 PR이 만나는 자리가 됩니다.



가장 새로운 기술이 가장 오래된 질문을 되살리고 있어요


다시 강연장으로 돌아가 볼게요.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GEO 강연에서 질문 설계, 답변 해석, 브랜드 지형, 전략 반영 같은 질문이 한꺼번에 나오지는 않았습니다.


국내 대기업 마케터가 현장에서 느끼는 문제가 글로벌 마케팅 업계가 동시에 고민하는 문제와 만나기 시작한 거예요.저는 이것을 GEO가 유행이나 새로운 SEO 기법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신호로 읽습니다.


AI 기술은 복잡해요. LLM, 그라운딩, RAG, 에이전트, 벡터, 지식 그래프. 공부해야 할 용어는 계속 늘어나고 있죠.

그런데 역설적으로 이 기술이 마케터에게 요구하는 질문은 점점 단순해지고 있습니다.


우리 제품은 누구를 위한 것일까요? 고객은 왜 우리를 필요로 할까요? 경쟁사와 정말 무엇이 다를까요? 그 차이를 증명할 수 있을까요? 우리는 어떤 브랜드로 기억되고 싶을까요?


How to Conduct Product Research | Ecommerce Growth Guide — Incubate Agency


그리고 하나가 더해졌어요. AI도 우리를 그렇게 이해하고 있을까요?


GEO가 가져오는 가장 중요한 변화는 새로운 마케팅 기술 하나가 추가된 것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노출과 유입을 최적화하느라 잠시 뒤로 미뤄뒀던 제품, 고객, 차별화, 브랜드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다시 앞으로 가져오고 있다는 거예요.


GEO를 바라보는 질문이 달라졌습니다.


"어떻게 하면 AI에 노출될까"에서 "AI는 우리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고,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바꿔야 하는가"로 바뀐 거죠.


진짜 GEO 경쟁은 이 질문에서 시작됩니다. 다음 GEO 회의에서는 던질 질문을 바꿔보세요.


※ 이 글의 원고는 에이넥트의 손승완 대표님이 제공해 주셨으며, 편집은 큐레터가 진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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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 은근 얄밉네요. 기껏 돈 써서 디자인 영상 다 만들어놨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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