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 우리가 만든 밈(Meme)은 재미가 없을까?
밈을 따라 해봤는데, 반응이 미묘했던 적 있지 않으셨나요?
음원도 맞췄고, 포맷도 지켰고, 업로드 타이밍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댓글에는 이런 말이 달립니다.
"광고 같아요."
"굳이 이걸 왜…?"
형식은 맞았는데, 분위기가 어긋납니다. 문제는 속도가 아닙니다. 문제는 이해 방식입니다. 밈은 포맷이 아니라 맥락입니다. 사람들이 왜 웃었는지, 왜 퍼졌는지를 이해하지 못하면 그 위에 브랜드를 얹는 순간 어색해집니다.
그래서 지금 필요한 건 제작 능력이 아니라 해석 능력입니다. 밈을 복제하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의 언어로 다시 말하는 능력. 오늘의 핵심 메시지는 이것입니다.
밈을 훔치지 말고, 번역하라.
성공하는 밈 활용의 핵심 포인트
① 때로는 약점도 페르소나가 될 수 있다
- 라이언에어 (Ryanair)
유럽에서 가장 초저가 항공사 중 하나인 라이언에어. 좁은 좌석, 추가 요금 정책 등으로 회자되는 항공사. 일반적인 브랜드라면 이런 평판을 숨기거나 개선하려 애쓸 겁니다.
하지만 라이언에어는 정반대로 갔습니다. 틱톡 계정을 열며 선언합니다. "우리 저가항공 맞는데요?" 키 큰 승객 관점에서 바라본 영상을 통해, 불편한 기내 시설도 숨기지 않습니다. 오히려 농담으로 소비합니다.
2025년 7월, 결정적 순간이 왔습니다. 콜드플레이 콘서트 키스캠 밈 기억하실텐데요.
※ 콜드플레이 콘서트 키스캠 밈
콜드플레이 콘서트에서 아스트로노머 전 CEO 앤디 바이런과, 전 CPO 크리스틴 캐벗이 포옹하고 있는 모습이 키스타임 카메라(스포츠 경기, 콘서트 등에서 카메라로 커플을 포착해 즉석 키스를 유도하는 이벤트)에 잡혔어요. 이후 이 모습을 따라하는 밈이 유행되기도 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해당 영상을 보고 있을 때, 라이언에어는 X와 쓰레드에 이렇게 올립니다.
‘Ryanair 🤝 Coldplay, splitting up couples’

좌석 지정료를 내지 않을 경우 커플까지도 떨어질 수 있는 정책으로 잘 알려진 항공사가, 그 이미지를 문화적 순간과 연결한 겁니다. 그 게시물은 유료 광고 집행 없이 자연스럽게 확산됐습니다.
핵심은 명확합니다. 라이언에어가 단순히 밈을 따라 한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그들은 '키스캠'이라는 문화적 장면을 그대로 복제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좌석 지정료를 내지 않는다면) 우리는 커플도 갈라놓는 항공사라는 기존 자학 페르소나의 언어로 그 장면을 다시 표현했습니다. 즉, 밈을 탑승한 것이 아니라, 브랜드 세계관 안으로 끌어와 '번역'한 겁니다.
약점도 페르소나로 삼고 반복한다면 무기가 될 수 있습니다. 단, 조건이 있습니다.
- 그 약점이 핵심 가치를 해치지 않을 것
- 압도적인 장점이 따로 존재할 것
3. 이미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일 것
라이언에어는 '서비스 질은 낮지만 유럽 최저가'라는 명확한 가치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약점을 숨기기보다, 문화적 언어로 바꿔 말할 수 있었습니다. 이것이 약점을 브랜드 언어로 '번역'한 사례입니다.
라이언에어는 또 다른 믿는 구석이 있습니다. 서비스의 질은 낮지만, 저가 항공사임에도 안전 운영에 대한 신뢰를 유지해왔다는 점이에요. 업의 본질이 흔들리지 않을 때에만, 약점을 농담으로 번역하는 전략은 유효합니다. 강점 없이 던지는 자학은 전략이 아니라 리스크입니다.
② 유저의 놀이를 브랜드 언어로 번역하다
- 바릴라(Barilla)
1877년 설립된 이탈리아 파스타 브랜드 바릴라. 전통과 헤리티지를 가진 글로벌 식품 기업입니다.
그런 브랜드가 틱톡에서 예상치 못한 장면을 맞이합니다. "2021년 5월 24일에 리가토니를 먹자"는 문장이 틱톡에서 밈으로 번지기 시작한 겁니다. 특별한 맥락도 없었습니다. 누군가 던진 장난 같은 문장이었고, 사용자들은 그 날짜를 카운트다운하며 영상을 올렸습니다. 그렇게 '리가토니 데이'가 만들어졌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이 있어요. 이 유행은 브랜드가 만든 게 아닙니다. 광고도 아니고, 캠페인도 아니었습니다. 완전히 유저 주도의 놀이였죠.
많은 전통 브랜드라면 이 흐름을 관망했을 겁니다. 혹은 어설프게 흉내 내다가 어색해졌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바릴라는 다른 선택을 합니다.
리가토니 데이가 다가오던 시점에 틱톡 공식 계정을 개설하고, 관련 음원을 제작합니다. 그리고 당시 영향력이 컸던 틱톡 크리에이터 Khaby Lame와 협업해 콘텐츠를 선보여요.
여기서 핵심은 이것입니다. 바릴라는 밈을 그대로 복제하지 않았습니다. 과장된 연기를 하지도 않았고, 스스로를 희화화하지도 않았습니다. '전통 파스타 브랜드'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유지한 채, 유저가 만든 놀이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형식은 밈이었지만, 톤은 바릴라였습니다. 이것이 제가 강조하는 '번역'입니다.
밈의 구조를 차용하되, 브랜드 세계관 안에서 다시 표현한 것
유저가 만든 밈에 참여하는 것은 쉽습니다. 하지만 그대로 따라 하면 브랜드는 희미해집니다. 밈을 번역한다는 것은 유행을 복제하는 것이 아니라, 그 유행을 브랜드의 말투와 태도로 다시 말하는 거예요. 라이언에어가 약점을 자학 캐릭터로 번역했다면, 바릴라는 유저 놀이를 브랜드 톤으로 번역했습니다.
둘의 공통점은 하나입니다. 밈이 중심이 아니라, 브랜드 정체성이 중심이었다는 점입니다.
밈 번역가가 되기 위한 3단계 체크리스트
밈에 반응하기 전에, 이 유행을 번역할 수 있는지부터 점검해야 합니다.
1. Context - 이 밈은 왜 탄생했는가?
밈은 형식이 아니라 맥락입니다. 왜 웃겼는지, 왜 퍼졌는지 이해하지 못하면 콘텐츠는 '참여'가 아니라 '침범'이 됩니다.
라이언에어의 콜드플레이 관련 포스트가 자연스러웠던 이유는 단순히 유행에 빨리 반응했기 때문이 아니라 '좌석 지정료 정책'이라는 기존 브랜드 이미지와 문화적 장면을 정확히 연결했기 때문입니다.
밈의 형식을 가져온 것이 아니라 브랜드 맥락 안으로 끌어와 재해석한 겁니다.
2. Voice - 이 말이 우리 브랜드의 언어로 들리는가?
라이언에어는 자학적 농담이 어색하지 않습니다. 바릴라는 전통 브랜드 톤을 유지했습니다.
같은 밈이라도 누가 말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르게 들립니다. 번역은 직역이 아닙니다. 브랜드의 말투와 태도로 소화할 수 있어야 합니다.
3. Value - 이 콘텐츠가 브랜드에 무엇을 남기는가?
바릴라는 '파스타 문화를 만드는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했고,
라이언에어는 '싸지만 솔직한 항공사'라는 페르소나를 축적했습니다.
공통점은 하나입니다. 밈이 끝난 뒤에도 브랜드 메시지가 남았습니다. 조회수는 숫자입니다. 자산은 기억입니다.
AI 시대, 밈은 해석 경쟁이다
AI는 형식을 평준화했습니다. 이제 누구나 밈을 빠르게 복제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AI는 브랜드의 세계관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문화적 장면을 우리 언어로 다시 말해주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제작 경쟁이 아닙니다. 해석 경쟁입니다.
밈의 수명은 짧아지고 있습니다. 유행은 더 빠르게 생성되고 더 빠르게 사라집니다. 이 환경에서 단순 탑승은 휘발됩니다. 그러나 번역은 축적됩니다.
밈을 가져오는 브랜드는 소비되고, 밈을 자기 언어로 바꾸는 브랜드는 기억됩니다. AI 시대일수록 형식이 아니라 의미를 만드는 능력이 중요합니다.
밈을 훔치지 마세요. 번역하세요.
유저의 언어를 브랜드의 언어로 옮기는 능력, 그것이 2026년 마케터의 핵심 역량입니다.
※ 이 글의 원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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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 시대일수록 브랜드의 오래된 이야기가 통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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