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한 업무 때문에 블루보틀 갔는데 와이파이가 없어요 아;;

안대선

by. 안대선

26. 07. 16


지난번 거시환경(PEST)과 산업환경(5 Forces)을 사칙연산으로 풀었던 글, 기억하시나요?

👉 사무실 근처에 메가커피 컴포즈커피가 가득한 이유를 알겠네요


이번엔 한 발 더 우리 브랜드 가까이로 들어가 볼게요. 바로 전략 수립의 마지막 관문, 3C 분석이에요.

 

3C 분석


1. 자사(Company)

2. 경쟁사(Competitor)

3. 고객(Customer)


이 세 가지 관점에서 우리 브랜드가 이길 수 있는 지점을 찾는 틀이에요.

 

그런데 막상 해보면 이것도 "우리는 맛이 강점이다", "경쟁사가 너무 많다", "고객은 2030 여성이다" 같은 뻔한 조사 보고서로 끝나는 경우가 많아요.


대체 뭐가 다른 걸까요?


세 가지 C를 '조사' 하는 것과, 세 가지 C를 '연산'해서 이길 자리를 설계하는 것은 전혀 다른 영역이에요. 잘하는 카페 브랜드들은 3C를 그저 나열하지 않아요. 자사의 강점에는 더하고, 경쟁사와 겹치는 싸움은 빼고, 자사의 역량과 고객의 니즈는 곱하고, 뭉뚱그려진 고객은 예리하게 나누죠.

 

이 글에서 카페 기획자의 시선으로 3C 분석을 사칙연산으로 풀어드릴게요. 조사 보고서는 덮고, 지금 당장 우리 브랜드가 이길 자리를 찾는 전략의 기준을 함께 정리해 봐요. 저와 함께 하실 준비되셨나요? 그럼 시작합니다.

 



첫 번째 공식, 더하기 :

자사 분석, 우리가 이미 가진 것에 역량을 더하다


3C에서 더하기 전략은 자사 분석에서 출발해요. 자사 분석의 본질은 "우리가 남보다 잘하는 게 뭔가"와 "우리에게 비어 있는 게 뭔가"를 동시에 보는 거죠. 잘하는 브랜드는 이미 가진 자산 위에 새로운 역량을 더해 남들이 복제 못 하는 핵심 역량으로 키워요.


크게 사람 자산 더하기와 디지털 접점 더하기가 있어요.



사람 자산 더하기 : 모모스커피


부산의 모모스커피는 2007년 온천장의 4평짜리 테이크아웃 매장에서 시작한 로컬 카페였어요. 자사 분석을 해보면 자본도, 입지도, 매장 수도 강점이 아니었죠. 대신 이들은 '사람'이라는 자산에 투자를 더했어요.

 

모모스커피는 전주연 바리스타에게 20대 초반부터 산지 연수와 원두 감별사 등 자격증 취득을 전폭적으로 지원했고, 그 결과 2019년 한국인 최초로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십(WBC) 우승자를 배출했어요.

 

우승 이후에도 전주연 바리스타는 WBC 우승으로 얻은 명성을 이용해 자신의 고향인 모모스커피와 부산의 카페들을 알리는 길을 걷기로 결정하며 회사를 떠나지 않았고, 모모스커피는 '세계 챔피언이 커피를 내리는 카페'라는, 돈으로 살 수 없는 핵심 역량을 갖게 됐어요.


부산에 가지 않아도 마켓컬리에서 원두 카테고리 판매량 상위를 기록할 만큼 브랜드 파워가 전국구로 확장됐죠.



마케터를 위한 대선C의 TIP 💡

자사 분석에서 강점은 메뉴나 인테리어에만 있는 게 아니에요. 우리 기업과 매장의 '사람'이 곧 자산이 될 수 있어요. 직원 한 명의 성장에 교육과 기회를 더해보세요. 그 사람의 스토리가 쌓이는 순간, 경쟁사가 절대 복사할 수 없는 우리만의 역량이 돼요.


 

디지털 접점 더하기 : 커피빈


자사 분석은 강점만 보는 게 아니라 빈칸을 찾는 일이기도 해요. 1세대 프리미엄 브랜드 커피빈은 '강남 커피'라 불릴 만큼 충성 마니아층이라는 강점이 있었지만, 디지털 주문 접점이 비어 있다는 약점이 있었어요.

 

커피빈은 이 빈칸에 역량을 더했어요. 2020년 1월 멤버십 앱을 개편하며 스마트 오더 '퍼플오더'를 더했고, 배달 서비스도 250여 개 매장으로 확대했죠.


그 결과 퍼플오더의 2021년 하반기 매출은 상반기 대비 67%가량 성장했고, 앱 가입자 수는 100만 명을 넘어섰어요. 오래된 단골 자산에 디지털 접점을 더하니, 정체됐던 브랜드에 다시 성장 동력이 붙기 시작한 거예요.


사진 : 커피빈 공식 홈페이지


마케터를 위한 대선C의 TIP 💡

자사 분석 표를 그릴 때 강점 칸보다 "비어 있는 칸"을 먼저 보세요. 단골은 많은데 그 단골의 데이터가 없다면, 앱이든 간단한 적립 시스템이든 접점을 더하는 게 최우선이에요. 강점 위에 더해진 역량은 두 배로 일해요.

 


두 번째 공식, 빼기 :

경쟁사 분석, 같은 링에서 싸울 이유를 빼다


3C에서 빼기 전략은 경쟁사 분석에서 나와요. 경쟁사 분석의 목적은 '경쟁사를 이기는 법'을 찾는 게 아니라, '경쟁사와 싸우지 않아도 되는 자리'를 찾는 거예요. 잘하는 브랜드는 경쟁사들이 몰려 있는 싸움의 판 자체를 과감히 빼버려요.


크게 입지 경쟁 빼기와 편의 경쟁 빼기가 있어요.

 


입지 경쟁 빼기 : 테라로사


카페 경쟁사 분석을 하면 대부분 이런 결론이 나와요. "역세권, 유동인구 많은 목 좋은 자리를 잡아야 한다." 그런데 그 자리는 임대료도 비싸고, 이미 경쟁사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어요.


강릉의 테라로사는 이 도심 입지 경쟁을 아예 뺐어요. 유동인구 대신 '찾아올 이유'를 선택한 거예요.


강릉 구정면의 커피공장 본점은 로스팅 머신, 커피 박물관, 아트샵, 레스토랑, 베이커리가 어우러진 공장형 복합문화공간으로, 커피 생산의 전 과정을 눈으로 체험할 수 있는 목적지형 매장이에요.


고객이 지나가다 들르는 게 아니라, 차를 타고 일부러 찾아오게 만든 거예요. 상권을 두고 경쟁사와 싸우는 대신, 경쟁사가 없는 곳에 자기만의 상권을 만든 셈이에요.


사진 : 테라로사 공식 홈페이지


마케터를 위한 대선C의 TIP 💡

경쟁사 지도를 그렸을 때 점이 몰려 있는 곳이 꼭 정답은 아니에요. 우리 브랜드가 '찾아올 이유'를 만들 수 있다면, 임대료 싼 이면이나 외곽이 오히려 기회가 돼요. 단, 목적지형 매장은 주차, 체류 콘텐츠, SNS에 올릴 거리까지 세트로 설계해야 해요.


 

편의 경쟁 빼기 : 블루보틀


2019년 블루보틀이 성수동에 한국 1호점을 열었을 때, 다들 갸우뚱했어요. 경쟁사들이 와이파이와 콘센트, 넓은 좌석으로 '머물기 좋은 카페' 경쟁을 벌이던 시기에, 블루보틀 매장에는 콘센트도 와이파이도 없었거든요.


창업자 제임스 프리먼의 설명이 인상적이에요. 와이파이는 주의를 분산시키기 때문에, 고객이 커피와 함께하는 사람에게 집중하도록 "뭘 더하기보다 뭘 뺄 수 있을지 늘 고민한다"는 거죠. 이 시리즈의 관점에서 보면 완벽한 빼기 선언이에요.


경쟁사들이 모두 올라가 있는 '편의 경쟁'의 링에서 내려와, 핸드드립 한 잔의 몰입이라는 자기만의 축으로 승부 한 거예요. 물론 한국의 카공 문화와 맞지 않는다는 논쟁도 있었지만, 덕분에 블루보틀은 '커피 그 자체'라는 포지션을 누구와도 나누지 않게 됐어요.


사진 : 블루보틀 공식 홈페이지


마케터를 위한 대선C의 TIP 💡

경쟁사가 다 하는 것을 우리도 해야 한다는 강박을 버려보세요. 경쟁사 분석 표에서 모두가 O 표시한 항목 중, 우리 핵심 고객이 크게 가치를 느끼지 않는 것 하나를 빼면 그 비용과 에너지가 우리만의 축에 집중돼요. 빼기는 포기가 아니라 선명해지는 기술이에요.


 

세 번째 공식, 곱하기 :

자사 × 고객, 강점과 니즈의 교차점을 곱하다


3C에서 곱하기 전략은 자사와 고객을 교차시키는 연산이에요. 자사의 강점을 아무리 나열해도, 고객의 니즈와 만나지 못하면 자기만족이죠. 반대로 고객 니즈만 쫓으면 경쟁사와 똑같아져요. 잘하는 브랜드는 '우리가 잘하는 것'과 '고객이 원하는 것'이 겹치는 교차점을 찾아 거기에 자원을 곱해요.


크게 체류 니즈에 공간 역량 곱하기와 대용량 니즈에 가성비 역량 곱하기가 있어요.

 


체류 니즈 × 공간 역량 : 할리스


재미있는 건, 앞서 블루보틀이 뺐던 바로 그 변수를 할리스는 곱했다는 거예요. 카페에서 공부하고 일하는 카공족, 코피스족은 회전율을 떨어뜨린다며 많은 브랜드가 눈치를 주던 고객이었죠.


할리스는 고객 분석에서 이들을 '오래 머물며 추가 주문하는 충성 고객'으로 다시 읽었고, 자사의 강점인 공간 운영 역량을 곱했어요. 특수매장을 제외한 약 80% 점포에 1인 좌석과 분리형 좌석을 마련했고요.


결과는 숫자로 나왔어요. 2018년 대비 2019년 1인 좌석을 갖췄거나 늘린 매장의 매출이 평균 30%, 최대 140%까지 증가했다고 해요. 같은 고객을 두고 어떤 브랜드는 빼고 어떤 브랜드는 곱해요. 정답은 하나가 아니라, 우리 자사의 강점이 무엇이냐에 따라 달라지는 거예요. 이게 3C가 '연산'인 이유예요.

 

마케터를 위한 대선C의 TIP 💡

남들이 귀찮아하는 고객이 우리에겐 기회일 수 있어요. 단, 조건이 있어요. 그 고객의 니즈를 받아줄 자사의 역량이 있어야 곱셈이 성립해요. 좌석 여유가 없는 10평 매장이 카공족을 곱하면 그건 곱하기가 아니라 나눗셈이 돼버려요.



대용량 니즈 × 가성비 역량 : 빽다방


빽다방은 2000년대 중반 백종원 대표가 운영하던 서울 논현동 먹자골목에서 영업난을 겪던 카페 사장님이 백대표에게 매장을 인수해 줄 것을 요청했고, 백대표는 자신의 식당을 찾아주는 고객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할 수 있는 휴식 공간으로 만들고자 인수하게 되었어요.

 

처음에는 평소 자신이 즐기던 믹스커피를 질리지 않고 풍성하게 즐길 수 있도록 대용량으로 고안했고, 2007년에는 싸다, 크다, 맛있다는 슬로건 아래 원조 커피로 상호를 변경하기도 했죠. 메가커피, 컴포즈커피, 더벤티는 모두 후발주자였어요.

 

저가 커피 흐름 속에서 차별화를 하고자 2023년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십(WBC) 우승자인 엄보람 바리스타와 손을 잡고 시그니처 블랜드 원두 중심의 대대적인 브랜드 캠페인을 전개하기도 했어요. "더 많이, 더 싸게"라는 고객 니즈를 발 빠르게 읽고 "가성비 있지만 품질 좋게"라는 자사의 의도가 정확히 곱해진 사례예요.



마케터를 위한 대선C의 TIP 💡

곱하기의 교차점은 한 문장으로 표현될 때 가장 강력해요. '가성비 대용량'처럼요. 우리 브랜드의 자사 강점과 핵심 고객 니즈를 각각 한 단어로 적고 곱해보세요. 한 문장이 안 나오면 아직 교차점을 못 찾은 거예요.

 


네 번째 공식, 나누기:

고객 분석, 뭉뚱그려진 고객을 예리하게 나누다


3C에서 나누기 전략은 고객 분석의 완성이에요. "우리 고객은 2030이다"처럼 고객을 한 덩어리로 보면 뻔한 기획밖에 안 나와요. 잘하는 브랜드는 같은 고객도 이용 목적으로, 가격 민감도로 예리하게 나누고, 나눠진 조각마다 다른 매장과 다른 제안을 설계해요.


크게 이용 목적으로 나누기와 가격 민감도로 나누기가 있어요.

 


이용 목적으로 나누기 : 파스쿠찌 센트로


같은 브랜드의 고객이라도 '앉아서 머물고 싶은 고객'과 '제대로 된 한 잔을 빠르게 즐기고 싶은 고객'은 전혀 다른 니즈를 갖고 있어요. 파스쿠찌는 이 이용 목적을 기준으로 고객을 나눴어요.

 

기존 파스쿠찌 매장이 체류형 고객을 담당한다면, 2022년부터 선보인 '센트로' 매장은 이탈리아 현지 에스프레소 바처럼 에스프레소 세트와 칵테일, 디저트를 즐기는 경험형 고객을 위한 별도 포맷이에요.

 

디지털 메뉴보드까지 없애 클래식한 에스프레소 바의 분위기를 살렸고, 믹솔로지 트렌드에 맞춘 칵테일 메뉴도 담았죠. 하나의 브랜드가 고객의 이용 목적에 따라 매장 포맷을 나눠 각각 다른 경험을 설계한 거예요.


사진 : 파스쿠찌 공식 홈페이지


마케터를 위한 대선C의 TIP 💡

고객을 나누는 가장 실용적인 구분은 '이용 목적'이에요. 같은 매장 안에서라도 빠른 테이크아웃 동선과 체류 좌석을 나누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어요. 목적이 다른 고객이 한 공간에서 뒤엉키면, 둘 다 불만족한 채 떠나요.

 


가격 민감도로 나누기 : 매머드커피 & 매머드 익스프레스


매머드커피는 아예 브랜드를 둘로 나눠 운영해요. 공식 홈페이지의 메뉴 소개부터 '매머드커피'와 '매머드 익스프레스' 두 갈래로 나뉘어 있어요.


카페형 매장인 매머드커피가 좌석과 디저트를 갖추고 상대적으로 높은 객단가를 담당한다면, 매머드 익스프레스는 키오스크 중심의 테이크아웃 특화 매장으로 초저가 아메리카노를 앞세워 극도로 가격에 민감한 고객을 담당해요.

 

같은 회사가 고객의 가격 민감도와 상권 특성에 따라 두 개의 포맷으로 나눠 들어가니, 오피스 이면 도로에는 익스프레스를, 체류 수요가 있는 상권에는 카페형을 꽂을 수 있죠. 한 브랜드로 모든 고객을 상대하려다 이도 저도 아니게 되는 대신, 고객을 나누고 포맷도 나눈 거예요.


사진 : 매머드커피 공식 홈페이지


마케터를 위한 대선C의 TIP 💡

매장 하나 짜리 브랜드도 나누기는 가능해요. 시간대로 나눠 아침 출근 고객에겐 테이크아웃 세트를, 오후 체류 고객에겐 디저트 세트를 다르게 제안해 보세요. 고객을 나누면 메뉴판과 프로모션이 저절로 정리돼요.

 


대선C의 Comment


카페 3C 분석도 결국 사칙연산이에요. 자사, 경쟁사, 고객을 그저 조사만 하면 숙제로 끝나지만, 더하고 빼고 곱하고 나누기 시작하면 그건 우리 브랜드가 이길 자리의 '좌표'가 돼요.


1. 자사의 자산에 역량을 쌓는 더하기

2. 경쟁사와 같은 링에서 싸울 이유를 걷어내는 빼기

3. 자사 강점과 고객 니즈의 교차점을 키우는 곱하기

4. 뭉뚱그려진 고객을 예리하게 쪼개는 나누기


이 네 가지 공식 안의 여덟 가지 전략이면 세 가지 C를 충분히 우리 편으로 만들 수 있어요.

 

"당신의 카페는 지금 자사에 무엇을 더하고(+), 경쟁사와의 싸움에서 무엇을 빼며(-), 고객의 어떤 니즈와 곱하고(×), 고객을 어떻게 나누어(÷) 이길 자리를 찾고 있나요?"


조사 보고서는 이제 그만 덮고 이 질문부터 던져보셔도, 우리 브랜드가 이길 다음 한 수는 충분히 보일 거예요.

 

여러분, 이번 큐레터 어떻게 보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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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 F&B 기획자의 관찰일지는 대선C(안대선)님이 작성하고, 큐레터가 편집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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