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비자는 더 이상 광고 하나만 보고 바로 제품을 구매하지 않아요. 여러 채널에서 가격과 혜택을 비교하죠. SNS에서는 제품보다 콘텐츠와 크리에이터를 먼저 좋아하고, 그렇게 만들어진 팬심이 구매로 이어지기도 해요.
광고로 유입을 만드는 것만큼 콘텐츠와 팬이 중요해진 셈이에요. 그렇다면 브랜드는 제품을 알리는 데서 그치지 않고, 어떻게 콘텐츠와 팬의 관계 안으로 들어갈 수 있을까요?
※ 2026 부산국제마케팅광고제(MAD STARS 2026)에서 '트렌드는 함께 만들어진다'를 주제로 세션을 진행한 딥 차브리아(Deep Chhabria) 넷플릭스 아시아태평양(APAC) 마케팅 파트너십 크리에이티브 리드의 발표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오징어게임이 반스의 판매량을 7800% 증가시켰어요
<오징어게임>은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끈 넷플릭스 작품 중 하나죠. 덕분에 우리나라의 민속놀이를 알리는 계기가 되기도 했는데요.

반스도 노리지 않은 특수를 맞이했어요. 등장인물들은 실내화 같은 흰색의 신발을 신고 나오는데요. 마침 반스의 슬립온(Slip-on)과 비슷했던 거예요. 결국 따로 캠페인을 기획한 게 아님에도 반스의 화이트 슬립온 판매량은 7800% 증가했어요.

<흑백요리사>의 효과도 대단했어요. 출연 셰프들의 식당 검색량은 7400%, 식당 예약 앱의 '즐겨찾기' 기능은 1883% 늘었어요. 이용자가 몰리면서 아예 앱이 다운되기도 했습니다.
넷플릭스는 그 이유를 소비자와 팬의 차이로 설명했어요.
팬은 소비자가 아니라 커뮤니티예요
소비자는 브랜드가 제품을 판매해야 하는 대상이지만, 팬은 콘텐츠와 관계를 맺는다는 게 뚜렷한 차이에요.
팬은 직접 콘텐츠를 찾아보고 시간을 들여 시청해요. 또 그 안에서 마음에 드는 작품, 배우, 캐릭터의 팬이 되기도 하죠.

그래서 넷플릭스는 브랜드보다 콘텐츠와 엔터테인먼트가 팬을 만들기에 상대적으로 유리하다고 말해요. 브랜드는 먼저 메시지를 건네야 하지만, 콘텐츠는 사람들이 스스로 찾아와 관계를 맺기 때문이에요.
이 팬들은 모여서 좋아하는 대상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하고요. 한정판 굿즈를 사기 위해, 팝업스토어를 경험하기 위해 몇 시간씩 줄을 서기도 해요.
이 지점에서 브랜드가 참여할 자리가 생겨요. 팬들이 이미 좋아하는 세계 안에서 브랜드가 맡을 역할을 찾는 거예요.
웬디스 사례가 재밌게 보여줘요.
팬의 세계로 직접 들어갔어요
- 웬디스(Wendy's)

미국의 패스트푸드 브랜드 '웬디스'와 넷플릭스의 <웬즈데이>는 모두 양갈래 머리를 한 소녀인데요. 웬디스는 밝고 친근한 인상의 캐릭터지만, 웬즈데이는 어둡고 잔혹하면서도 냉소적인 태도로 사랑받아요.
이 상반되는 두 소녀의 협업으로 '불운의 메뉴(Meal of Misfortune)'가 만들어졌어요. 마침 경쟁사가 '해피밀'을 만들고 있다는 점도 센스 있게 볼 수 있는 포인트예요. 웬디스는 SNS부터 매장까지 웬즈데이의 컨셉을 따와서 바꿨고요. 파트너십 대신 '처벌'이라는 이름을 쓰기도 했어요.

이 협업 덕분에 웬디스 드라이브스루를 3시간씩 기다리는 팬도 있었고요. 26억 회의 자발적 노출을 만들어냈고, 매장 방문은 9% 늘었어요.
웬디스는 단순히 제품에 웬즈데이 이미지를 붙인 게 아니에요. SNS, 메뉴, 매장, 드라이브스루 등 웬디스의 모든 접점을 웬즈데이와 팬들의 세계 안으로 끌고 들어갔어요.
그렇다면 우리 브랜드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넷플릭스는 이렇게 팬들이 반응할 지점을 찾기 위해서는 네 가지 요소를 살펴봐야 한다고 말해요.
팬덤을 이해하기 위한 네 가지 요소
인기 콘텐츠에 브랜드 이름만 붙이는 게 아닙니다. 팬들의 반응을 이끌어내기 위해 네 가지의 요소를 이해해야 해요.

1. 텐션(Tension)
팬이 원하지만 아직 얻지 못한 것은 무엇인가?
그 부분을 브랜드가 해결할 수 있는가?
2. 리추얼(Ritual)
팬들은 어떤 행동을 반복하는가?
3. 몰입(Obsession)
팬들은 무엇에 깊이 몰입하는가?
4. 열망(Desire)
자신이 좋아하는 세계의 일부가 되고 싶어하는가?
네 가지 모두 중요하지만, 이를 캠페인에 적용할 때 던져야 할 질문은 "팬들이 이 캠페인에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는 무엇인가?"일 거예요.
팬들은 사랑하지만 가질 수 없었던 세계를 현실에서 경험하게 해줄 때 반응해요. 이 영역을 찾으면 브랜드가 그 세계 안에서 맡아야 할 역할이 보입니다. 팬을 캠페인의 중심에 둘 때 그들의 참여가 커뮤니티 안에서 자발적인 확산으로 이어질 수 있어요.
이미 익숙한 광고를 옮겼어요
- 금호타이어
한국의 사례도 있어요. 영화관에 가본 적이 있다면 영화를 시작하기 전 금호타이어의 '안전' 광고가 익숙할 거예요. 바로 이 지점을 '넷플릭스 시청 안전 가이드'로 재해석했어요.

금호타이어의 광고는 오랫동안 쌓아온 '안전'이라는 브랜드 자산을 팬들이 관심 가질 이야기로 바꾼 방식이에요. 브랜드의 리추얼을 시청 환경에 맞춰 옮긴 사례죠.
여러 브랜드와 한 번에 협업했어요
- 한샘 / CJ / 스텔라 아르투아 / 캐치테이블
흑백요리사가 사랑을 받은 이유 중 하나는 '흑수저'와 '백수저'의 경쟁입니다. 유명하진 않지만 실력이 있는 셰프와 유명 스타 셰프를 대결하게 한 거죠.
그렇게 흑백요리사가 큰 인기를 끌자, 사람들은 출연 셰프들의 식당을 방문하고 싶어졌는데요. 식당은 예약하기 어렵고, 가격이 높은 곳도 많아요. 넷플릭스는 이 지점을 활용해 여러 브랜드와 협업했어요.

한샘 : 최고의 요리에는 최고의 주방이 어울린다.
비비고 : 셰프의 음식을 집에서도 경험할 수 있다.
스텔라 아르투아 : 스텔라 한 잔을 곁들여 프리미엄 식사를 즐길 수 있다.
캐치테이블 : 인기 셰프의 식당을 예약할 수 있도록 연결한다.
그 결과 한샘 매출은 78%, 스텔라 아르투아는 판매량이 38% 증가했고요. 캐치테이블의 가입자는 1.6배, 비비고는 SNS 언급량은 31% 이상 늘었어요.
세 사례는 모두 방식이 조금씩 달라요. 하지만 공통적인 건 콘텐츠의 인기에 단순히 탑승하려는 게 아니었어요. 팬들이 원하는 것에 브랜드의 역할을 연결했어요.
그런데 구매까지 이어지지 않으면 어떡하죠?
발표 후 질의응답 시간에 나온 질문인데요. 넷플릭스는 우선 거의 모든 협업에서 재무적 가치까지 긍정적이었다고 답했어요. 앞서 말한 사례들에서도 재무적 성과가 있었고요.
다만, 넷플릭스는 장기적인 가치도 빼놓을 수 없다고 말해요. 브랜드에 대한 기억, 참여도, 대화량 등 브랜드가 얻을 수 있는 것은 훨씬 많다고 대답했어요. "이 제품을 사세요"라고 바로 광고하기보다는 "팬들에게 어떻게 판매할 것인가, 팬들에게 어떻게 말을 걸 것인가"를 더욱 중요한 목표로 보고 있었어요.
팬덤과 매출은 둘 중 하나 선택하는 게 아니라, 함께 작용하는 개념이란 거예요.
팬과 커뮤니티는 이미 존재해요
넷플릭스는 발표 마지막에 마케터들의 현실적인 고민을 꺼냈어요. 관심은 줄고, 경쟁은 치열해진 상황에서 한정된 예산으로 팬을 처음부터 만들기란 쉽지 않다고요.
하지만 세상에는 이미 무언가를 좋아하는 팬이 있어요. 브랜드가 팬을 만들기 위해 반드시 콘텐츠부터 만드는 게 꼭 정답은 아니라는 거예요. 팬들이 사랑하는 콘텐츠와 연결되고, 그 안에서 팬들이 원하는 경험을 돌려주는 방법도 있어요.

결국 좋은 협업은 화제가 된 콘텐츠를 단순히 빌려 쓰는 게 아니에요. 콘텐츠가 왜 사랑받는지 이해하고, 팬들이 원했던 경험 가운데 우리 브랜드가 보탤 수 있는 것을 찾는 게 가장 중요했어요.
생각해보면 마케팅이 딱 그래요. 일방적으로 우리 브랜드 가치를 알리기보다, 사람들이 원하는 순간에 브랜드가 필요한 역할로 들어가는 것. 매출은 그렇게 따라오는 결과일지도 몰라요.
※ 이 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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